[단독]56조 지산 대출 '부실 경고등'…은행 부실률 1% 첫 돌파
국내 16개銀, 지산 익스포저 56조 육박
담보대출은 52.6조 '5년 새 두 배'
기업銀 13.2조, KB 11.5조…연체율 0.75%·부실률 1.04%
중동발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지산 리스크 지속 전망
공실과 미분양에 시달리는 지식산업센터(지산) 관련 은행권의 담보대출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53조원에 이르고 부실률도 처음으로 1%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 물건 증가와 낙찰가율 급락까지 겹치며 코로나19 이후 지산 대출을 우후죽순 늘려온 은행권의 손실 확대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2~3년 전부터 지산 리스크 관리에 나서며 최악의 국면은 지났다는 평가도 있지만, 경기 회복 지연과 중동발(發)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등 대외 변수로 인해 그간 누적된 리스크가 향후 은행 건전성을 장기간 짓누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년 새 두 배로 불어난 지산 담보대출…연체율 0.75%·부실률 1.04%
29일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16개 은행의 지산 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52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말(23조9000억원) 대비 5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여기에 중도금 대출(1조3000억원)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1조9000억원)을 더한 전체 지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55조9000억원에 달한다.
은행별로는 IBK기업은행이 13조1900억원으로 지산 담보대출 잔액이 가장 많았고 KB국민은행(11조5400억원), NH농협은행(8조3800억원)이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는 신한은행(6조3600억원), 하나은행(5조9200억원), 우리은행(5조7200억원) 순이었다.
건전성 지표는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은행권의 지산 담보대출 평균 부실률(90일 이상 연체)은 2020년 말 0.3%에서 2024년 말 0.86%로 상승했으며, 2025년 말에는 1.04%까지 치솟으며 처음으로 1%를 돌파했다. 이에 금감원도 지난달 주요 은행 여신 정책 담당자를 소집해 지산 대출 현황을 현미경 점검하고, 관리 계획 제출 및 대손충당금 적립 강화를 주문했다. 은행별로는 기업은행의 부실률이 1.64%로, 잔액이 수천억원대 이하인 SC제일·수협은행을 제외하면 가장 높았다. 하나은행(0.97%), 신한은행(0.9%), 국민은행(0.87%), 농협은행(0.82%)이 뒤를 이었으며 우리은행(0.52%)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평균 연체율(30일 이상 연체)은 2025년 말 0.75%로, 같은 시점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0.59%)을 웃돌았다. 이는 지산 대출 리스크가 일반 기업대출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제일은행은 연체율이 3.1%로 가장 높았고, 기업은행은 1.1%를 기록했다. 나머지 5개 시중은행은 1% 미만을 나타냈다. 지산 중도금 대출의 경우 잔액이 1조원대로 줄었지만, 지난해 말 기준 평균 연체율이 9.95%에 달해 심각성을 더했다.
지산은 이른바 '아파트형 공장'으로, 2020년 코로나19 발생 당시 저금리 환경과 대출 규제 회피 투자처로 주목받으며 공급이 급증했다. 당시 은행들도 담보인정비율(LTV)을 70~80%까지 적용하며 대출을 빠르게 늘렸다. 그러나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로 상황이 급변했다. 입주 기업의 폐업과 공실 증가로 임대 수익이 끊기고, 수분양자들은 관리비와 이자 부담을 동시에 떠안게 되며 상환 여력이 급격히 약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개발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월 수도권 지산 공실률은 55%까지 치솟았다. 입주 수요 위축이 부실 확대를 가속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경매 물건도 급증해 올해 1분기 1576건으로 전년 동기(625건) 대비 두 배 이상 늘었으며, 낙찰가율은 같은 기간 61.63%에서 52.5%로 급락했다.
대출 조였지만…고금리 장기화에 부실 확대 지속 전망
은행권은 이미 여신 관리 강화에 나선 상태다. 업황이 악화한 2023년 이후 신규 대출은 사실상 중단됐으며, 만기 연장 시 LTV를 축소하고 심사도 대폭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차주들이 '대출 절벽'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지산 대출 시 LTV를 낮춰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있다"며 "장기 공실 이력이 있는 물건은 신규 대출 시 사전 점검과 본점 심사를 의무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대료 정상 수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통장 거래 내역 제출을 요구하는 등 심사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출구 전략'이다. 특히 지산 대출 규모가 크고 부실률이 높은 은행의 경우, 대출을 급격히 회수하면 부실이 일시에 현실화되면서 자산 가치와 회수율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최근 부동산 관련 부실채권 매각 시 회수율은 서울 70%, 지방 5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공실로 임대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대출까지 크게 줄이면 차주들이 버티기 어렵고 결국 부실로 이어진다"며 "건전성 관리와 시장 충격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향후 지산 부실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유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 환경이 지속될 경우, 입주 수요 회복과 차주의 상환 능력 개선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입주 업종 확대 및 공공 매입 등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핵심지 위주로만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 전반적인 공실 해소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관리 강화로 리스크가 정리되는 흐름이지만, 연체율과 부실률이 동반 상승하고 있어 당분간 여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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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지산 대출 관련 건전성 지표가 아주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중동 사태 등 대외 변수에 따라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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