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범죄' 칼 빼든 경찰…첫 체감안전도 조사 착수
서울 지하철 이용객 대상 체감안전도 조사
지상 조사 15년 만에 지하 대상으로 첫 시도
소매치기 등 수법범죄 전담 수사관도 배치
경찰이 지하철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첫 체감안전도 조사에 돌입했다. 지상에서의 조사를 시작한 지 15년 만에 지하로 대상을 넓혔다. 지하철·역사 공간이 교통수단을 넘어 하나의 생활권으로 자리잡은 만큼 경찰도 순찰 위주 예방적 활동에서 선제적 조치로 대응을 전환한다.
29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지난 2월부터 지하철 전동차·역사 이용객을 대상으로 치안 체감안전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2011년 이후 경찰청이 연 1회 지상 치안에 대한 체감안전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지하 공간에 대한 조사는 처음이다. 이번 조사는 성범죄·절도·방화 등 지하철 특화 범죄에 관한 문항을 구체화했다는 차이가 있다.
지하철경찰대는 최근 지하철 치안을 담당하는 중심 역 4개 팀에 소매치기·부축빼기 등 절도 범죄 검거·수사에 특화된 전담 수사관도 2명씩 배치했다. 주요 수법범죄(범행 방법·수단 등이 정형화된 범죄) 전담 수사관은 팀 구분 없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했다. 고질적인 지하철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전략이다. 수법범죄 데이터도 매달 분석해 검거율을 높일 방침이다.
서울 지역에는 환승역을 포함한 역사가 411곳에 달한다. 승하차 인원을 기준으로 일평균 800만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 인구 930만명에 필적하는 규모다. 지하철경찰대는 지하철 1~9호선과 우이신설선, 신림선 등의 치안을 담당한다. 여러 노선이 겹치는 주요 역 18곳에 치안센터를 별도 운용하고 있으며 권역을 4개로 나눠 중심 역에 수사팀을 배치한 상태다.
범죄 연 3000건…"특성에 맞는 치안활동 필요"
경찰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내 범죄는 2023년 3546건, 2024년 2956건, 지난해 2667건 발생했다.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연평균 3000건 이상이다.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밀집해 있거나 도주하기에 용이하다는 공간적 특성을 노린다는 점에서 죄질이 더욱 불량하다. 이 중 성범죄는 2023년 1230건, 2024년 956건, 지난해 1015건으로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소란·폭행 등으로 인한 치안 우려도 크다. 취재진이 지하철을 타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 50명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48.0%(24명)는 취객·싸움 등 행위를 지적했다. 신도림역으로 출퇴근하는 정수민씨(27)는 "조금이라도 늦게 퇴근하는 날이면 취객들의 싸움을 빈번하게 목격한다"며 "괜히 다툼이나 행패에 휘말릴까봐 내릴 역이 아닌데도 내렸던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몰래카메라·성추행 등 성범죄 우려를 말한 시민도 38.0%(19명)였다. 가산디지털단지역을 오가는 김서정씨(25)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교통수단이고 이용객이 많다 보니 불법 촬영이나 성추행이 걱정될 때가 많다"며 "운행 중인 전동차 안에서 범죄 피해를 당하게 되면 공권력이 즉시 개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런 불안감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하철은 폐쇄적인 데다 승객 밀집도까지 높아 지상에 비해 범죄 두려움이 높고, 복잡한 구조로 인해 범죄자의 도주·은신·증거 인멸 등이 용이하다"며 "지하철의 특수성에 대한 연구와 그에 맞는 치안 활동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생활권' 된 지하공간…경찰, 과학적 치안 전개
개별 연구자가 진행한 기존 연구에 따르면 지하철 내 체감안전도는 대체로 지상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2023년 발간된 '지하철 역사 환경에 의한 범죄 불안감 연구'에서 지하철 이용 승객들의 체감안전도는 100점 만점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68.3점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경찰청이 조사한 지상 체감안전도에서 나타난 전국 평균 측정값 78.7점보다 10점 이상 낮은 것이다.
경찰은 체감안전도 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하철 내 치안 우려 요소들을 근절할 방침이다. 이 같은 시도는 지하철이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시민들이 오랜 시간 체류하는 상가·문화시설·무인 편의시설 등 하나의 생활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하철 공간에 대한 치안 서비스를 보다 과학적·체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가전이 무너지는데 성과급 45조?…삼성의 위험한 ...
경찰은 오는 10월까지 체감안전도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하절기(5~9월) 성범죄 특별검거기간도 운영할 방침이다. 지하철경찰대 관계자는 "치안 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높아지면서 범죄 발생률, 범인 검거율 등 외형적 지표뿐 아니라 주관적 평가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다"며 "국민이 느끼는 두려움과 안전도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조사해 취약 요인을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