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워 보고, 폐공장서 체험하고…부산 미디어아트 축제 열린다
'루프 랩 부산' 35개 문화공간서 진행
25개국 130여 명 작가 참여
예술감독·단일 주제 없는 수평형 축제
부산 전역이 미디어아트 전시장으로 바뀌었다. 미술관과 갤러리뿐 아니라 호텔 객실, 옛 공장, 야외 공원, 클럽까지 영상과 사운드가 흐르는 전시 공간으로 변신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국제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2026 루프 랩 부산'을 오는 6월 28일까지 부산 시내 35개 문화예술공간에서 연다고 27일 밝혔다. 올해 행사에는 25개국 13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디지털 영상, 미디어 설치, 인공지능(AI), 게임 엔진,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을 기반으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루프 랩 부산은 스페인 미디어아트 플랫폼 '루프 바르셀로나'에서 착안한 행사다. 특정 예술감독이나 단일 주제 없이 각 공간과 기관이 미디어아트라는 장르 아래 독자적으로 전시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수장도, 수직적 조직도, 예술감독도, 주제도 없는 행사"라며 "25개국 130여 명의 작가가 35개 문화공간에서 저마다의 생각을 디지털 미디어아트로 선보이는 수평형 아트 축제"라고 설명했다.
대표 전시는 부산시립미술관 야외 조각공원에서 열리는 '디지털 서브컬처: 디지털 시대의 내러티브와 스토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동하는 디지털 크리에이터 13명의 숏폼 기반 작품을 대형 화면으로 옮겼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영상 제작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환경에서, 짧고 파편화된 영상이 새로운 서사 형식으로 기능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부산문화회관에서는 '무빙 온 아시아: 포스트 사회 참여 예술'이 열린다. 한국을 비롯한 14개국 작가 16명이 참여해 AI, 3차원 게임 그래픽, 고도화된 컴퓨팅 기술을 활용한 영상·미디어 작품을 선보인다. 이들은 이념, 환경, 젠더 등 거대 담론 중심의 기존 사회 참여 예술과 달리 개인화된 감각과 디지털 환경을 바탕으로 동시대 사회 문제를 다룬다.
산업시설을 전시장으로 바꾼 공간도 있다. 40여 년간 방치됐던 동일고무벨트 동래공장에서는 중국 작가 쉬빙의 '잠자리의 눈' 등이 소개된다. 이 작품은 공공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편집해 디지털 시대의 감시와 통제 현실을 드러낸다. 수영구 F1963에서는 러시아 출신 아티스트 그룹 AES+F의 전시가 열린다. 이들은 글로벌리즘, 탈식민주의, 이주, 지역 분쟁, 기후 위기 등 사회·정치적 이슈를 결합한 영상 작업을 선보인다.
수영구 국제갤러리 부산에서는 홍승혜 작가의 개인전 '이동 중'이 열린다. 1990년대 후반부터 디지털 픽셀을 조형 언어로 삼아온 홍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기하학적 이미지의 움직임을 영상과 음악으로 풀어낸다. 이모티콘에서 착안한 '표정 연습', 캐릭터를 도형으로 치환한 '우주로 간 스누피' 등을 통해 디지털 화면 속 점·선·면이 감정과 리듬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는 6월 14일까지다.
해운대구 그랜드 조선 부산에서는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미디어아트 전문 아트페어 '루프 플러스'가 열렸다. 호텔 객실 26개가 갤러리 부스로 꾸며졌고, 에스더 쉬퍼, 치웬 갤러리, 탕 컨템포러리, 백아트 등 국내외 갤러리와 기관이 참여했다. 관람객은 침대에 눕거나 소파에 앉아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 상담도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루프 플러스에서는 기관 18점, 개인 12점 등 모두 30점이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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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과 야외공장을 활용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부산 부전동 클럽 '아웃풋'에서는 정해진 참여 작가 없이 누구나 작품을 가져와 빔프로젝터와 음향 장비로 선보이는 '빔 버스킹' 형식의 나이트 아트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다음 달 1일에는 부산 학장동 일산수지 야외공장에서도 같은 형식의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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