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잇단 사망사고 민자철도 대수술…감리·설계·하도급 다 뜯어고친다
'민자철도 안전 관리 강화 방안' 추진
기획-건설-운영 전 단계 핵심과제 마련
국토부·철도공단, 적극적 안전관리자로
민간 자본으로 짓는 민자철도 건설 현장에서 최근 10년간 사망사고가 정부 재정으로 짓는 철도보다 4.1배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상사고도 3배 수준이었다. 공사비 절감과 공사 기간 단축을 중시하는 민자사업 특성상 안전관리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가 감리와 사고조사 등 안전관리 전반에 직접 개입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자철도 안전관리 강화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민자철도 사업자를 고를 때 안전 평가를 강화하고, 공사 감리와 사고조사도 국토부와 국가철도공단이 주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민간 시행자에게 맡겨뒀던 안전관리를 공공이 직접 챙기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민자철도 100㎞당 건설사고 사망자를 현행 1명에서 0.1명으로, 부상자는 25.1명에서 4.2명 수준으로 대폭 줄이겠다는 핵심 목표를 세웠다.
민자철도는 제한된 정부 예산으로 철도망을 빠르게 넓히는 수단으로 활용됐지만, 사업비를 줄이고 공사 기간을 맞추는 데 무게가 실리면서 안전관리가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2020년 부전마산선, 지난해 신안산선 등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도 이번 제도 개선의 배경이다. 특히 시공사가 사실상 시행자 역할까지 맡는 경우가 많아 스스로 감독하는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공기관도 민자사업 관리를 부수 업무처럼 다루면서 현장 안전관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했다.
사업자 선정부터 바꾼다…안전 평가 배점 5배로 상향
지난해 4월14일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붕괴 사고현장에서 119 구급대원과 경찰 등이 실종자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이 사고로 작업자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한 신안산선 공사 현장에서는 같은 해 12월 서울 여의도역 신안산선 4-2공구에서도 철근이 무너져 7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그중 작업자 1명이 결국 사망했다. 윤동주 기자
국토부는 앞으로 민자철도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부터 안전 평가를 강화하기로 했다. 민간 시행자를 선정할 때 기술평가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고, 안전관리 평가 배점도 1000점 만점 중 10점에서 50점으로 올린다.
저가 입찰로 역량이 부족한 설계업체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책임기술인 경력 15년 이상 요건을 신설한다. 공기 단축을 노린 부실 설계를 방지하기 위해 실시협약 체결 이후 설계를 진행하도록 원칙을 세웠다.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착공 준비 기간은 기존 3개월에서 6개월 수준으로 늘린다. 공공이 착공 후 1년간 보상과 인허가를 집중적으로 관리해 충분한 공사 기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감리 계약도 사고조사도 이제 정부가 주도
공사 현장 감리 방식도 손본다. 기존에는 민간 시행자가 직접 감리 계약을 체결하고 돈을 주는 구조여서 감리사가 시행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이는 안전관리 인력 부족과 부실 점검으로 이어졌다. 앞으로는 국토부와 국가철도공단이 감리 계약을 주도해 감리의 독립성을 높이기로 했다.
저가 하도급도 막는다. 민간 시행자가 자체 기준으로 하도급 업체를 골랐던 방식을 없애고, 공공 공사에 적용되는 '건설공사 하도급 심사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
시행자가 발주청으로서 스스로 수행하던 안전 점검과 사고조사도 공공이 넘겨받는다. 국토부와 철도공단이 안전 점검을 직접 시행하고, 터널이나 교량 등 사고 위험이 큰 주요 구조물의 설계 변경은 공공의 사전 검토를 반드시 거치도록 했다. 사실상 민간에 맡겨졌던 사업 관리 권한을 공공이 회수해 안전 공백을 메우겠다는 취지다.
시설물 진단 개입하고 공공기관 법적 관리 권한 명문화
운영 중인 시설물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국토부와 철도공단이 정밀진단과 성능평가에 참여해 노후 시설물을 선제적으로 보강한다.
정부는 민자철도를 관리하는 공공기관 권한도 분명히 하기로 했다. 지방국토관리청과 철도공단은 그동안 민자철도 관리에 참여해왔지만 법적 지위가 업무 지원에 그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는 두 기관 업무 범위에 민자철도 사업 관리를 명시해 책임과 권한을 함께 부여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상반기 중 관련 법령 및 지침 개정에 착수할 방침이다. 국토부와 철도공단, 민자사업자가 참여하는 정례 협의체도 만들어 현장 의견을 듣고 추가 제도 개선 과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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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병 국토부 철도국장은 "건설공사 전 과정에서 안전을 강화하고 국민이 사고 걱정 없이 철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 튼튼한 사회를 지향하는 정부의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며 "그간 발생한 사고를 뼈아프게 받아들이면서 앞으로 민자철도를 재정사업 수준으로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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