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보험 판매비중 확대·원수사 전속 설계사 정착
당국 규제 카드 적중 등 '3박자' 맞물리며 호성적
일각선 "회계제도 변경·설계사 관리 착시" 경각심

생명보험회사들이 최근 2년간 보험계약 유지율을 크게 끌어올렸음에도 이를 '일시적 착시'로 규정하며 경각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유지 의사가 강하고 해지 민감도가 낮은 단기납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 판매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생보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에도 대면 영업에서 저력을 보였으나 한편으로는 보험설계사의 부당 승환(갈아타기) 등으로 시장이 혼탁해지는 현상을 엄격히 경계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국 주문 '계약유지율' 15%P 올리고도 생보사 웃지 않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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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성보험 판매 늘어 계약유지에 긍정적 영향

15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생명보험업계의 13회차(계약 1년1개월 경과) 계약유지율은 2023년 말 83.2%에서 2024년 88.2%, 2025년 88.5%로 꾸준히 상승했다. 25회차(계약 2년1개월 경과) 유지율 역시 같은 기간 60.7%에서 68.9%, 76.0%로 2년 새 15.3%포인트 급등했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13회차(86%대)와 25회차(70%대) 유지율이 큰 변동 없이 평이한 수준을 유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생보업계가 유지율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보장성 보험의 대면 영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한 덕분이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생보업계의 대면 채널 보험료 수입은 2021년 14조5115억원에서 2022년 23조7387억원으로 급증했다. 2023년엔 14조 6594억원으로 다소 주춤했으나 지난해 23조94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13·25회차 유지율은 각각 1~2년 전 체결된 계약 관련 지표인 만큼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부침이 심했던 시기에도 부당 승환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며 계약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생보사들이 저축성 보험 대신 수익성과 건전성이 높은 보장성 보험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며 "해지 민감도가 높은 저축성 보험과 달리 건강·종신보험은 장기 유지 의사가 강한 상품인데, 생보사들이 이 같은 특성을 적극 활용한 게 유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감독당국 규제와 전속 설계사 확대 시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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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당국의 차익거래 규제 강화 방침도 유지율 상승에 기여했다는 평이다. 차익거래는 보험계약 해지 시 받는 수수료와 해약환급금을 합한 금액이 기존에 낸 보험료를 초과하는 것을 뜻한다. 그간 보험 해약환급금과 수수료가 낸 보험료보다 많다는 걸 악용해 계약을 해지하는 편법 거래가 일부 발생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제3보험 차익거래 금지 기한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을 지난 1월 단행했고, 지난달부터 개정안을 시행 중이다. 규정 개정 이후 보험 모집시장에서 문제가 됐던 계약 해지와 부실 계약 등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다른 생보업계 관계자는 "2023년 이후 당국이 보낸 강력한 차익거래 선제 규제 신호는 보험 해지 감소와 유지율 상승에 직결된 시의적절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2023년 이후 원수보험사들이 전속 설계사 조직을 강화한 점도 긍정적이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업계 전속 설계사 수는 2023년 16만2142명에서 지난해 21만5009명으로 32.6% 증가했다. 오는 7월부터 수수료 규제인 '1200%룰'이 법인보험대리점(GA)에도 확대 적용될 예정임에 따라 전문성 높은 전속 설계사 인력을 보강하는 흐름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안정적인 영업 환경 조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착시' 경계…계약유지율 상승 넘어 진정한 개혁 실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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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생보사들은 계약유지율이 대폭 올랐음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현 수치가 IFRS17 도입 전후로 급증한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의 일시적 영향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상품은 계약 후 5년 내 해지 시 고객이 큰 손해를 입는 구조라 초기 유지율이 높게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대면 영업 환경이 위축되면서 역설적으로 유지율이 높아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GA 등 일부 채널에서 전문성 없이 높은 수수료만 챙기고 부당 승환을 유도하던 관행이나 과도한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이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억제되면서 나타난 '반사 이익'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수치는 보험 시장의 고질적 폐단이 잠시 가라앉은 결과일 뿐이란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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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관계자는 "오는 7월 시행될 수수료 체계 개편 등 GA 설계사 관리 규율이 시장에 완전히 뿌리내려야 부당 승환과 스카우트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며 "업계와 당국이 이를 실현해내면 단순한 지표 상승을 넘어 진정한 보험 시장 개혁을 이뤄냈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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