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계약 해지로 민간 서비스 직격탄
"민간-공공 상호 보완하는 구조 세워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실손의료보험 간편 청구 서비스와 관련해 보험개발원의 '실손24' 활성화를 밀어붙이면서 민간 핀테크 업계가 고사 위기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국민 편익을 위해선 이 시장을 개척한 기업들이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핀테크 방식의 실손의료보험 청구 서비스를 운영하는 지앤넷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공정 경쟁 환경 구축을 위한 관리 감독과 중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보험개발원 주도의 실손24를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주요 보험사들이 집단으로 기존 민간 핀테크 방식의 전산 청구 서비스에 대해 접수를 거부하고 청구대행 계약을 해지하고 있어 직접적인 국민 불편을 초래할 뿐 아니라 기존 민간 인프라의 해체가 우려된다는 게 의견서의 요지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방식의 실손 청구 서비스 계약 해지를 통보한 보험사는 12개사에 이른다. 서광희 지앤넷 대표는 "지금까지 보험업계 주도의 실손24 방식과 다수의 의료기관이 이용해 왔던 민간 방식이 병행돼 왔으나, 최근 실손24 활성화를 위해 보험사들의 민간 서비스에 대한 중단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손24' 활성화에 민간 서비스 고사 위기…"공정경쟁 환경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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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지앤넷 등 민간 플랫폼이 실손24 도입 이전인 2017년부터 실손 간편 청구 시장 성장을 주도해 왔다는 점이다. 민간 핀테크 기업은 전자의무기록(EMR) 업체와 협업해 실손보험 전자 청구 인프라를 구축해 서비스를 진행했다. 지앤넷이 구축한 인프라는 의료기관 2만5000여개, 약국 8000여개에 이른다. 또 애플리케이션이나 키오스크 등 자체 채널뿐만 아니라 네이버, 토스 등 17개 제휴 채널을 통해 서비스 접근성을 높여 지난해 말 기준 월 100만 건의 청구가 이뤄질 정도로 사업을 키웠다. 이는 전체 실손 청구의 약 30%에 해당한다.


그만큼 많은 사용자들이 보험사의 계약 해지로 기존 방식으로 민간 플랫폼을 통해 실손보험을 청구할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있다는 얘기다. 지앤넷도 청구 건이 50% 감소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이를 통해 전자적 자료 제출 의무를 이행하던 의료기관도 기술적으로 실손24와 연동하지 않으면 관련 자료를 보험사에 보낼 수 없게 됐다. 의료계 관계자는 "민간 서비스에 대한 보험사의 집단 계약 해지는 의료기관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보험개발원 앱뿐만 아니라 기존 청구 방식을 통한 확산도 추진할 수 있도록 중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의 발단은 2023년 보험업법 개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험 가입자가 실손보험 청구를 위해 필요한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 줄 것을 의료기관에 요청할 수 있다는 게 법안의 핵심이다. 법은 보험회사가 이 업무를 전송대행 기관에 위탁하거나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듬해 금융위가 전송대행 기관으로 보험사의 출자금으로 운영되는 민간 기관인 보험개발원을 지정하면서 실손24가 개발됐다. 이에 의료계는 전송대행 기관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당시 금융위는 의료기관에서 시행 중인 민간 핀테크 방식의 실손보험 청구 방식도 유지한다고 확인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실손24 활성화가 더뎌지자 기존 방식과 연계를 끊는 방식으로 압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민간 기업이 수년간 투자해 만든 인프라와 혁신 서비스를 고사시키고, 국민의 불편을 담보로 시장 파이를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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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업체는 생존을 위해 보험개발원과 연동 협상도 진행해 왔지만 기존 인프라를 모두 실손24로 이관할 것을 요구해 이마저도 벽에 부딪힌 상황이다. 서 대표는 "실손24와의 연동을 위해 보험개발원의 요청에 따라 보안 수준을 높여왔다"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소비자 편익을 위한 정책인 만큼 기존 민간 인프라와 공공 시스템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는 민관 공동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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