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영화제 달군 '가자 사태'…"정치적 발언 자제" vs "반대 입장 표명하라"
심사위원장, 가자 사태 질문에 답변 회피해
"우리는 정치의 정반대에 있어" 발언 논란
영화인 81명, 영화제 측 명확한 입장 요구
제76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가 배우와 감독 등 영화인의 '정치적 발언'을 둘러싼 논란으로 입길에 올랐다.
연합뉴스는 17일(현지시간) 미국의 연예 전문지 버라이어티를 인용해 "베를린 영화제 심사위원장인 빔 벤더스 감독은 개막식 기자회견에서 영화인들에게 정치적 발언을 자제할 것을 권고해 논란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벤더스 감독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태와 독일 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에 관한 물음에 "(영화 제작자는)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는 정치의 정반대에 있다. 우리는 정치인의 일이 아닌 보통 사람의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영화제 참석이 예정됐던 인도의 소설가 아룬다티 로이가 불쾌감을 표시하며 행사 불참을 선언했고 영화계 내부에서도 반발이 확산했다. 당시 로이는 "예술이 정치와 무관하다는 말에 경악했다"며 "이는 인류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데도 그에 대한 논의를 막는 방식"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자 트리샤 터틀 베를린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예술가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영화제의 과거 또는 현재 관행에 관한 모든 광범위한 논쟁에 대해 언급하도록 요구받아서는 안 된다"며 "본인이 원하지 않는 한 제기되는 모든 정치적 사안에 대해 발언해야 할 의무도 없다"며 벤더스 감독을 공개적으로 옹호했다.
이에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과 틸다 스윈튼 등 영화인 81명은 공개서한을 통해 벤더스 감독을 비판하고, "영화제 측이 이스라엘의 폭력에 침묵"하고 있으며 "정치적 견해를 밝힌 예술가들을 검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베를린 영화제는 과거 이란과 우크라이나에서 있었던 잔혹 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냈다"며 "(이번에도) 도덕적 의무를 다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대량 학살, 반인도적 범죄, 전쟁 범죄에 대한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베를린 영화제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독일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옹호하는 영화계 인사들을 감시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런 움직임에 영화제에 참석한 배우들이 정치적 견해에 대한 질문에 시달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배우 닐 패트릭 해리스와 영국 배우 루퍼트 그린트는 영화 내용과 관련 없이 파시즘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말레이시아 배우 양쯔충도 미국 정치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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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베를린 영화제 심사위원단에는 심사위원장인 독일 감독 빔 벤더스를 비롯해 미국 감독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 일본 감독 히카리, 네팔 감독 민 바하두르 밤, 한국 배우 배두나, 인도 감독 시벤드라 싱 둥가르푸르, 영화 제작자 에바 푸슈친스카가 포함됐다. 지난 12일 개막한 베를린 영화제는 오는 22일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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