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양자산업 맏형의 복귀'‥반도체 등 접목 전략 시작됐다
하버드 교수 출신 양자석학 박홍근 SAIT 원장 취임 후 첫 등판
"10년간 하버드에서 엔비디아·구글과 협업하며 산학협력 중요성 배워"
"어떤 것이 킬러앱 될지, 어디에 투자할지 고민"... 구체적 실행 단계 시사
韓 양자 생태계 이끌 역할 기대
"10년간 하버드 퀀텀 이니셔티브 일원으로 엔비디아, 구글 등과 협업하며 많이 배웠다. 연구자들이 혁신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지난 1월1일 취임한 박홍근 삼성전자 종합기술원(SAIT) 원장이 공식 석상 데뷔전에서 던진 일성(一聲)이다. 박 원장의 이 한마디는 삼성전자가 대한민국 양자 산업 전체의 '맏형'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정부가 목표로 한 '2035년 양자 과학기술 강국 도약'을 위한 청사진의 가장 강력한 지원군이 등장한 셈이다.
29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제1차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 종합계획' 발표 현장에서는 새롭게 출범한 양자기술협의체의 주요 기업 인사들이 참석한 종합토론회가 열렸다. 과학계와 양자업계에서는 이날 행사와 토론에 참석한 박 원장의 등장에 주목했다. 배경훈 과기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의 바로 옆자리에 배석한 그는 행사 내내 정부 관계자 및 산학연 전문가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지난해 11월 인사에서 SAIT 원장에 전격 임명돼 이달부터 업무를 시작한 박 원장은 하버드대 화학·물리학과 석좌교수 출신이다. 기초학문분야 교수가 SAIT 원장으로 취임한 것은 드문 사례다. 이재용 삼성 회장이 기초부터 삼성전자의 체력을 키워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됐다.
이런 인식을 반영하듯 박 원장은 이날 자신의 경험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그가 언급한 '하버드 퀀텀 이니셔티브(HQI)'는 하버드대가 양자 과학과 공학의 융합을 위해 설립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협의체다. 박 원장이 산학 협력을 강조한 것은 삼성의 연구 문화를 개방형으로 탈바꾸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 구글이나 엔비디아 같은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수준의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체제를 도입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박 원장이 연구자들의 혁신적인 연구를 지원하겠다고 언급한 것 역시 자사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만 급급하지 않고, 국내 연구자들이 당장의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적인 과제에 뛰어들 수 있도록 토양을 제공하겠다는 '맏형'으로서의 선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 원장은 취임 초기라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삼성 양자 사업 전략에 대한 고민과 방향성을 드러냈다. 그는 "삼성에서도 양자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가지 모달리티(Modality)와 알고리즘에 대해, 어떤 것이 킬러앱이 될지, 어떤 것에 투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SAIT는 과거 국내 양자 연구인력의 중심축으로 명성이 높았지만, 반도체 분야로 조직이 변화하며 연구를 대폭 축소했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다만 지난해부터는 이 회장의 지시를 통해 양자 연구 복구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박 원장의 발언은 양자에 대한 확신이 서는 순간 삼성이 양자 분야에서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넘어선 '퍼스트 무버'로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날 행사장에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S 등 그룹의 핵심 기술 계열사 임원진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반도체 미세 공정의 한계 돌파(전자), 차세대 소재 발굴(디스플레이), 신약 개발 가속화(바이오), 클라우드 보안(SDS) 등 전 산업 영역에서 양자 기술을 접목하려는 삼성의 전략이 가동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양자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양자 분야의 전면에 나선 것은 의미가 크다. 그만큼 학계와 산업 전반이 힘을 받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자는 SAIT가 소속된 반도체 사업부에도 중요하다. 반도체 미세공정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양자 분야 연구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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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장은 글로벌 협력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날 미국 양자컴퓨터 기업 아이온큐(IonQ) 관계자와 인사를 나누며 "보스턴에서 다시 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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