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이상범 EY-파르테논 M&A 솔루션 그룹 공동리더 인터뷰
성경식품·파이브가이즈 딜 주도
전략·재무 '원스톱' 시너지 입증
"소비재 M&A 성패, 해외 확장성에 달려"

"한때 기업회생 절차를 밟았던 브랜드라는 낙인은 치명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뜯어보니 브랜드 신뢰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로드숍'이라는 지형 자체가 흔들린 것뿐이었죠. 바로 그 지점을 공략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킨푸드'는 침체한 1세대 로드숍의 상징과 같았다. 2018년 기업회생 절차를 밟았던 탓에 지난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도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하지만 결과는 반전이었다. 10곳이 넘는 국내외 원매자들이 몰려들며 시장의 블루칩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이 극적인 반전 드라마 뒤에는 이상범 EY-파르테논 M&A 솔루션 그룹 공동리더(전무)가 있었다.

이상범 EY파르테논 파트너가 서울 여의도 EY한영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1.19 김현민 기자

이상범 EY파르테논 파트너가 서울 여의도 EY한영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1.19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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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게 아니라 환경이 바뀌었을 뿐"

스킨푸드 매각 자문을 주도한 이 전무는 회사에 대한 시장의 냉랭한 시선을 확신으로 바꿨다. 그는 과거 스킨푸드 기업회생의 원인이 브랜드 파워의 상실이 아닌 온라인 전환, 사드 사태 등에 따른 일시적 유동성 문제였다는 점을 간파했다. 그는 "과거 '먹지 말고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광고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스킨푸드가 올드한 브랜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지금의 2030 세대에게는 '당근패드' 등을 만드는 힙한 인디 브랜드였다"며 "투자자들에게 로드숍의 잔상을 지우고, 제품력과 마케팅 역량을 갖춘 브랜드임을 증명하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최근 국내 매출 회복세와 해외 성공 가능성 등을 근거로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그의 전략은 적중했다. 구다이글로벌을 포함해 10곳 이상의 메인 인수자가 입찰에 참여하며 파인트리PE의 성공적인 엑시트를 지원했다.

전략과 재무의 결합…PE 운용역 출신 강점

이런 성과는 2024년 7월 설립된 M&A 솔루션 그룹의 독특한 구조 덕분에 가능했다. 보통 회계법인은 재무자문과 전략 컨설팅이 이원화돼 있어 정보 공유가 늦거나 두 조직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M&A 솔루션 그룹은 이를 한 팀으로 묶었다. 이 전무는 "성격, 출신, 문화까지 모두 다른 두 조직을 하나로 관리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성공적으로 결합되면 고객 만족도는 극대화된다"고 설명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여러 채널과 소통할 필요 없이 한 팀에 맡기면 전략적 밸류업부터 재무 실사까지 '원스톱'으로 해결되기 때문이다.


이 전무의 남다른 이력도 큰 몫을 했다. 그는 회계업계에서 보기 드문 10년 경력의 PE(사모펀드) 운용역 출신이다. 직접 투자를 결정하고 책임져본 경험은 자문 시장에서 강력한 무기가 됐다. 그는 "자문사로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시장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PE 등 고객들에게 조언해야 한다"며 "자문을 수임하기 위해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건 지양한다. PE 운용역 경험을 바탕으로 단점과 리스크를 명확히 짚어주되, 이를 해결할 방법까지 함께 제시하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M&A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산업이지만, 조율의 묘미가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며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가 '합리적인 가격에 잘 사고팔았다'고 만족할 수 있도록, 갈등을 줄이고 신뢰를 쌓는 자문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범 EY파르테논 파트너가 서울 여의도 EY한영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1.19 김현민 기자

이상범 EY파르테논 파트너가 서울 여의도 EY한영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1.19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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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소비재, K컬처 타고 해외로

최근 성경식품, 비앤비코리아, 파이브가이즈 등 굵직한 딜을 수행해온 그는 향후 소비재 M&A의 성패가 '해외 확장성'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과거 내수 시장에 의존했던 F&B 프랜차이즈 업종은 규제 강화로 인해 매력이 낮아진 반면, 해외 진출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 모델은 여전히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전무는 대표적 사례로 '김'을 꼽았다. 그는 "그동안 반찬에 머물러 있던 김을 전 세계인이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스낵' 컨셉으로 산업화한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서양권에서 K컬처를 접하며 자연스럽게 열린 시장에 시즈닝을 다양화하는 등 범용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더하자 강력한 성장 동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전무는 국내 소비재·뷰티 섹터의 구조적 한계도 짚었다. 틱톡 등 SNS를 이용한 마케팅으로 단기간 급성장한 브랜드들이 늘고 있지만, 치솟는 마케팅 비용이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과거 5000만원이면 가능했던 인플루언서 마케팅 비용이 이제는 5억원을 호가할 정도로 시장이 과열됐다"며 "SNS를 통한 화제성만으로 성장하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짧은 업력의 브랜드들이 롱런하려면 마케팅 비용의 효율성을 넘어, 브랜드 자체의 정체성과 제품의 희소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INVESTORS]'잊혀진 줄 알았던' 스킨푸드 부활 이끈 M&A 해결사 원본보기 아이콘
1세대 창업자들의 고민…"승계인가, 매각인가"

최근 중소·중견기업 창업자들의 최대 화두인 승계 문제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이 전무는 세금 문제나 자녀의 가업 승계 거부로 고심하는 1세대 창업자들에게 'PE와의 공동 경영'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모델에 머물렀던 M&A 시장 흐름이 최근에는 전문 경영진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한 적극적 가치 제고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PE가 창업주의 '밸류업 파트너'로 진화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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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수 시장에서 한계를 느낀 창업자들에게 PE와의 거래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100% 지분을 넘기고 한평생 일군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펀드가 70%를 인수해 경영권을 가져가고 창업자가 30%의 지분을 남기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PE가 보유한 자원과 시스템을 활용해 단기간에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뒤, 훗날 제3자에게 더 높은 가격에 동반 매각하면 창업자로선 회사의 성장을 끝까지 지켜보며 실익도 챙길 수 있는 '윈윈(Win-Win)' 전략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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