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에 흔들리는 교실…무너지는 교사의 하루
학부모 욕설·항의전화에 교실은 혼란
“집에서는 안 그런다” 반발, 교사 판단 흔들
학생 모욕·눈싸움 사고, 결국 소송까지
전교조·교총·노조 “교권보호, 말뿐 안 된다”
시교육청 “교육감 고발…엄정 대응할 것”
"민원 한 번 들어오면 교사의 일상 전체가 흔들립니다."
광주지역 교사들은 악성 민원과 무리한 요구에 시달리며 교육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17일 본지 취재진과 만난 한 초등 교사는 "학교에 민원이 날마다 들어오는 건 아니지만, 한 번 들어오면 일상 전체를 뒤흔든다"며 "수업보다 민원 대응에 더 많은 시간을 빼앗길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한 여교사는 "학부모들이 '애 안 낳아봐서 모르잖아요'라고 말하기도 하고, 교사의 상황 판단을 믿지 않고 '집에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며 따지는 경우도 많다"며 "아이의 문제행동이 하루아침에 생긴 일이 아닌데도 보호자가 부정하면 교육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등 교원은 "저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지만, 교실 상황은 가정과 다를 수 있다"며 "아이를 감싸려는 마음이 지나치면 다른 학생들과 수업 자체가 흔들린다"고 말했다.
현직 교원들은 특히 학부모의 거친 언행이 큰 상처로 남는다고 호소한다. 초등학교에서 3년째 재직 중인 한 교사는 "전화로 욕설을 퍼붓거나, 공개된 자리에서 모욕적인 말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럴 땐 수업은 뒷전으로 밀리고, 심리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로 힘들다"고 말했다.
"광주 어느 학교에 전화를 걸어도 교권 침해 사례 몇 건쯤은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는 교사들의 말도 나온다. 교실에서는 학생의 무례한 언행이나 반복적인 수업 방해가 이어지는데, 교사가 이를 지도하면 오히려 학부모가 "우리 아이만 문제 삼는다"며 항의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교실에서 학생이 교사에게 대놓고 욕설을 퍼붓고, 교사가 이를 제지하자 학부모가 반발하며 법적 다툼으로 번진 사례도 있었다. 교권보호위원회는 학생의 행위를 교육활동 침해로 판단해 특별교육과 학급 교체를 조치했으나, 학부모는 이에 불복해 여러 절차를 밟는 동시에 교사를 고소했다. 수사기관은 이후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민사소송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광주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겨울철 눈싸움 도중 한 학생이 눈에 눈덩이를 맞아 보건실에서 치료받았고, 뒤이어 안과 진료에서 비문증 의심 진단을 받았다. 이후 학부모는 교육청과 가해 학부모, 담임교사를 상대로 7,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교원단체는 "교육활동 중 발생한 우발적 사고에도 교사가 곧바로 법적 책임 위험에 노출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전교조 광주지부는 지난 12일부터 '악성 민원 강경 대응 촉구' 서명 운동을 벌여 초·중등 교원 1,600여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교육청이 언론에 메시지만 내고 실제 학교 현장에는 실효성 있는 조치가 없다"며 "교사들은 악성 민원 앞에서 자기검열을 하며 교육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청과 이정선 교육감은 집안일은 외면한 채 밖에서만 큰소리치는 가장처럼 보여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앞서 광주교총은 "교권보호위 결정에 학생·학부모는 이의제기가 가능하지만, 교원은 불복 절차가 없다"며 "악성 민원은 단 한 번이라도 교육활동 침해로 인정돼야 하고, 교육감 명의의 선제 고발이 가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총은 또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 민원이 1년 가까이 이어진 사례를 언급하며 "교사가 홀로 대응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교사노조 역시 "교육청의 원칙적 입장은 환영하지만, 이후 아무런 조치가 없으면 '말로만 교권 보호'라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며 최근 두 건의 교권 침해 사례를 언급하고 "괴롭힘을 당한 교사를 실질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교조는 오는 26일 피해 교사들과 함께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를 직접 만나 대책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교직원에 대한 폭언·폭행·비하 발생 시 교육청이 직접 고소 당사자가 되겠다"는 지침을 각 학교에 내려보내라고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전교조는 "교사를 보호하는 것은 곧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첫걸음"이라며 교육청의 적극적인 행동을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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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교육청은 지난 10일 "악성·특이 민원에 대해서는 피해 교원의 요청이 있고, 요건에 해당할 경우 교육감 명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선 교육감은 "악의적·반복적인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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