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유전자 발현 '선택적' 제어…"맞춤형 항암치료 기대"
종양유전자 'BCL3'의 발현 기전이 규명돼 맞춤형 항암 전략 수립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BCL3은 유방암·대장암 등 암종에서 과발현돼 암세포의 성장·생존·전이를 촉진하는 일종의 스위치 역할을 한다.
한국연구재단은 성균관대 김경규 교수 연구팀이 DNA와 리보 핵산(RNA)의 '구아닌 4중 나선(G4)' 매듭 구조가 BCL3의 발현을 촉진 또는 억제하는 조절 기전을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G4 구조는 DNA 염기 중 구아닌(G)이 연이어 있는 영역에 형성된 DNA 4중 나선 구조를 말한다. DNA의 본래 구조는 이중 나선 구조지만 특정 부위에서 G4 구조가 발견됐고 이 구조는 유전자 발현 조절 등 다양한 생체 기능에 관여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생체 스위치를 표적으로 삼는 접근법이 기존 화학·면역요법을 보완할 신개념 항암제 개발 전략으로 주목받는다. 생체 스위치가 종양유전자의 발현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까닭이다.
종양유전자의 발현은 유전자 프로모터(유전자가 언제 어디서 얼마나 발현할지를 결정하는 염기 서열)의 DNA 서열과 전사인자(DNA로 유전 정보를 읽고 RNA 중합효소와 결합해 전사를 조절하는 단백질), 단백질·핵산 복합체인 전사응축체를 통해 조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사 응축체는 세포핵 안에서 유전자 전사가 일어나는 부위에 '액체상 분리' 과정 중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액체 상태의 단백질-RNA 복합체다. 특정 위치에 모여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현재까지는 DNA G4 매듭 구조가 전사인자와 결합해 전사응축체 형성에 기여하고, 종양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는 사실이 일부 보고됐을 뿐 RNA G4에 따른 조절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는 연구팀이 BCL3의 발현 조절 메커니즘을 밝혀낸 것에 의미 부여가 가능한 대목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DNA와 RNA의 G4 매듭이 BCL3의 발현에 필수적인 전사응축체 형성을 각각 촉진(ON), 억제(OFF)하는 스위치로 작동하는 기전을 확인했다.
DNA G4 매듭은 전사인자 SP1(유전자의 프로모터에 결합해 유전자 전사를 촉진하는 단백질)과 결합해 전사응축체를 형성함으로써 BCL3 발현을 촉진하는 촉진 스위치로, RNA G4 매듭은 SP1을 전사응축체 밖으로 끌어내 응축체를 해체함으로써 전사 억제를 유도하는 억제 스위치로 각각 작동한다는 것이 규명된 것이다.
연구팀은 DNA와 RNA G4 매듭에 결합하는 약물 실험을 진행해 BCL3 발현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현상을 확인하고, 종양유전자 발현이 선택적으로 조절 가능하다는 점도 증명했다.
이는 환자별 DNA, RNA G4 매듭을 표적으로 삼아 종양유전자 발현을 정밀 제어하는 '맞춤형 항암 치료 전략'에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DNA, RNA G4 매듭을 매개로 전사응축체 형성을 조절해 종양유전자 발현을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신개념 항암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며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진행해 동일 기전이 BCL3뿐 아니라 다른 종양유전자는 물론 염증성 질환, 신경질환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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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지난달 30일 국제학술지 '핵산연구(Nucleic Acids Research)'에서도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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