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중동 프로젝트 차질…조선·철도·건설계 초긴장
LG·삼성 대피, 현대건설 공정 점검…'중동 리스크' 현실화
"방산은 호재, 플랜트는 비상…업종별 명암 엇갈려"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격화되면서, 중동 지역에 사업 거점을 둔 한국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부 기업은 현지 인력을 조기 대피시킨 반면, 원자재 수급 불안과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중장기적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LG전자는 17일 "주말 사이 중동 지역 판매지점에 근무 중이던 한국인 주재원 및 가족 전원의 대피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자체 비상 대응 매뉴얼에 따라 주재원 보호 및 상황별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정세 악화에 따른 직원 안전 확보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부상한 셈이다.
건설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건설은 "금번 공습으로 당사에 직접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중동 내 지사 등을 통해 국가별 동향 및 정세를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원자재 수급 불안과 국제 유가 상승 우려로 직간접적인 영향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등에서 대형 인프라 사업을 수행 중인 건설·플랜트 업계는 이번 충돌이 실질적 사업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은 사우디 네옴시티를 포함한 복수의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어서, 상황에 따라 일정 지연이나 안전 리스크 확대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유·화학 업계는 원유 시장 불안에 따라 원가 압박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직격탄을 우려하고 있다. 사우디 아람코가 최대주주인 에쓰오일을 비롯해 SK에너지, GS칼텍스 등은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국제 유가 급등과 해상 물류 차질이 동시에 겹칠 경우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플라스틱·합성수지 등 석유계 원료를 사용하는 제조업 전반에도 파급 효과가 이어질 수 있다.
방위산업 분야는 현재로선 직접 피해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장기화 시나리오에 대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현재 실질적으로 사업을 진행 중인 국가는 이라크로, 이번 사태로 인한 당장의 영향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등은 UAE, 사우디 등과의 수출 협력 및 장비 납품 계약이 다수 진행 중인 만큼, 향후 납기 일정 변경이나 계약 조건 재조정 등 간접적 영향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무기 수요 확대에 따른 방산업계의 수혜 가능성도 제기된다. 걸프지역 국가들이 전력 증강에 나설 경우, KAI의 T-50 고등훈련기, 한화의 자주포·무인기, LIG넥스원의 정밀유도무기 체계 등은 가격 대비 성능 경쟁력을 앞세워 실질적 수출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일부 중동국은 미국·이스라엘산 무기 외에 한국산 무기를 '대안'으로 주목해왔다.
전쟁 영향은 이외에도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현대로템은 이스라엘 예루살렘 트램 사업 입찰 참여를 준비 중이었으나, 교전 격화로 현지 발주처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과거 이란과 철도 공급 계약 이력이 있는 현대로템은 제재와 정세 불안으로 해당 사업의 재추진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HD현대중공업도 사우디 킹살만 글로벌 조선산업단지(IMI)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입찰을 준비 중인 중동지역 내 특수선 사업 일정 점검에 들어간 상태다.
정부는 기업 피해 점검에 나서고 있으며, 업계는 에너지, 수출입 물류, 금융시장 충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단순한 매출 감소를 넘어, 예정된 중동 사업 자체를 전면 재조정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며 "공급망 다변화, 계약 조항 재검토, 보험 적용 범위 확대 등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조선·정유·전자·방산 등 중동 의존도가 높은 산업군에서 이미 사업 지연과 비용 급등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쟁 리스크에 대응한 공급망 구조 개편, 외교·안보 연계 수출 전략 재정비가 중장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의 현지 대응 상황을 점검하며 수출입 물류, 에너지 공급망, 금융시장 불안 등에 대비한 다층적 대응책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단기적 충돌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될 경우, 중동 지역을 주요 거점으로 활용해 온 기업들에 실질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현지 사업 타당성 및 공급망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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