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기획재정부 조직 개편에 대한 관가의 관심이 달아오르고 있다. 당초 '기재부 쪼개기'는 당장 추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대통령이 개편 의지를 강하게 밝히면서 변화가 조만간 가시화될 거라고 보는 분위기다. 조직이 개편되면 위상과 권한은 물론, 개인의 승진 경로까지 바뀌는 만큼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논의 초기 관가의 주된 관심사는 차관보 라인, 이른바 정책 라인의 향방이었다. 기재부 내 예산실 같은 곳은 조직이 분리되더라도 고유의 업무 영역은 크게 바뀌지 않아 어디에 속하게 되든 크게 바뀔 게 없다고들 말한다. 정책 라인은 얘기가 다르다. 이들은 부처 안팎에서 조율, 설득, 협의를 통해 정책 과제를 발굴하는 만큼 예산 기능 분리 여부에 민감하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정책 라인은 타 부처를 설득해야 하면서 일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예산실과 함께 움직이느냐, 분리되느냐에 따라 업무 효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산실이 총리실이나 대통령실로 떨어져 나가게 되면, 정책 라인으로서는 다른 부처를 설득할 수 있는 카드 하나가 줄어든다. 최근 조직 개편 예상대로 예산실이 분리되면, 정책 업무 효율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정책과 예산이 같은 부처로 묶이는 예전 경제기획원 모델을 달가워하지도 않는다. 정책 기능이 예산 기능에 지나치게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재부의 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예산실이 정책의 기능을 흡수해 버릴 것"이라며 "정책 라인에서 큰 그림을 보고 재정 외에 여러 문제를 통해 정책을 그리는 힘이 약해질 수 있다"고 했다.
조직 쪼개기를 둘러싼 내부 의견은 다양하다. 조직이 나뉘면 막힌 인사길이 좀 뚫릴 것으로 내다보며 개편을 기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중요한 건 기재부를 쪼개면 우리나라 경제 정책 기획 역량이 향상될 것인가이다. 조직이 바뀌면 당연히 새로운 체계를 만들고 정립하는 과정에서 여러 비용이 들 것이다. 조직원 개인으로서도 인사 경로에 관심을 쏟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쓰게 된다. 안 그래도 기재부는 다른 부처들과 비교해 매년 인사를 앞두고 내부 관심과 경쟁이 유독 치열한 부처다.
조직 분할의 이익이 현 상태 유지의 실익보다 클지 모호하다. 기재부의 고위 관계자는 "세제와 예산, 정책 기능이 합쳐진 조직으로 기재부가 출범하게 되면서 1급끼리 국가 재정 투입이나 정책 방향성을 결정하기가 효율적으로 돼서 매우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얼마나 재정을 투입할 수 있을지, 국채를 얼마큼 발행하면 시장이 흡수해 줄 여건이 될지, 세수는 얼마나 예측될지, 각 부처에서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지에 대해 유기적으로 소통해 결정할 수 있는 조직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의 기조에 따라 정부 조직도 바뀔 수 있다. 다만 장단점과 그에 수반되는 비용을 꼼꼼히 따져 실행했으면 한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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