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2차례 불허됐던 고정밀 지도 반출 요구
한덕수 대행, 외신 인터뷰서 반출허가 가능성 암시
소공연·경실련 등 반대 성명…"일자리 타격"
업계 "통상 문제와 구분해 결정해야"
구글이 한국 정부에 요청한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소상공인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30일 IT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한·미 협상에서 다뤄질 비관세 장벽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제한을 예시로 들며 "개선 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후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관계부처 간에 (구글에 고정밀) 지도 반출 허가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위해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구글은 2011년과 2016년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했다. 앞선 2차례의 반출 신청은 안보상 이유로 거부됐다. 국내 업계는 구글이 국내에 데이터센터나 서버를 설치하지 않고 미국 본사와 각국 데이터 센터로 지도를 반출하겠다는 조건을 고수하고 있는 점을 문제로 삼고 있다. 법인세와 같은 각종 의무를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소상공인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30일 성명서를 내고 "구글이 자회사 웨이모를 통해 한국 자율주행 시장에 본격 진출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면서 "택시업, 대리운전업 등 소상공인 수십만명의 일자리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소공연은 "국가 중요 자산을 고스란히 갖다 바치는 모습이 될 수 있다"면서 불허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서울시택시운송조합도 "운전자 없이 자율주행으로 운행되는 로보택시가 실용화되면 택시업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택시 산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관계 법령과 제도 개선, 상생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역시 "단순히 지도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택시 등 국내 위치기반 서비스 시장과 일자리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업계 우려를 정부에 전달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연합도 전날 성명을 내고 "우리 정부가 지켜야 할 최우선 과제는 디지털 주권과 국가안보"라면서 "외국 사업자에게 (지도 반출을) 허용하는 것은 디지털 주권을 팔아먹고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매국행위"라면서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거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구글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해외 관광객 길 찾기와 같은 서비스가 목적이라면 현재 보유한 2만5000대 1 지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국내 업계 의견이다. 5000대 1 정밀 지도는 도시 계획,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자율주행 등에도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업계는 구글이 해당 데이터를 구글 지도 서비스 이외의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두 차례의 반출 시도 때보다 자율주행, 디지털 트윈, 스마트시티 등 관련 산업이 고도화되며 공간 데이터의 중요성이 훨씬 커졌다"면서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은 국내 첨단 산업이 초기부터 해외에 종속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통상 문제와는 구분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단독]중국 정부는 왜 용산에 땅을 샀나…6년새 3배 올랐다](https://cwcontent.asiae.co.kr/asiaresize/93/2025051121483352054_1746967712.jp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