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적 국가 원수 역할이 관행
총리와 대치 상황 피해 민주주의 발전
직선제 대통령 정통성 강한 韓 도입 '글쎄'

한국에서 헌법 개정 논의가 무르익었을 무렵 주목하던 나라가 바로 오스트리아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는 2017년 ‘오스트리아식 이원정부제’ 전환에 사실상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오스트리아는 대통령과 총리가 각각 외치와 내치를 담당하는 이원정부제를 택하고 있다. ‘분권형 대통령제(semi-presidential system)’와 ‘준의회제(semi-parliamentary system)’ 형태로 대표되는 이원정부제는 한국에서 개헌 논의가 이뤄질 때마다 검토의 대상이다.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총리와 장관 임명권을 비롯해 의회해산권, 연방군 통수권, 긴급명령권, 연방헌법재판소장 임명권 등 포괄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막강한 헌법적 권한에도, 실제 권한 행사는 소극적이거나 유보적인 행태를 보였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재임한 오스트리아 대통령들은 내각과 의회해산권 등 자기 권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상징적인 국가원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관행적으로 굳어졌다. 대통령과 총리라는 이원적 체제에서 양자 간 갈등과 대치 상황을 피하고 총리 중심의 합의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국회 개헌특위도 합의했던 '오스트리아식 이원정부제'[개헌, 미래를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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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는 1920년 처음 제정한 헌법에서 전형적인 의원내각제를 택했다. 당시 대통령은 명목상으로만 존재했다. 1918년 합스부르크 왕조가 붕괴한 뒤 국가위원회가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를 차지했고, 위원회 의장이 국가수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대통령 없이 위원회 의장이 국가수반을 맡는 제도를 선호하는 사회민주당과 강한 대통령의 존재를 바라는 기독사회당이 정치적으로 타협하면서 대통령직이 신설됐다. 대통령은 국민에 의한 직접 선거가 아니라 연방의회에서 비밀선거로 선출됐으며 임기는 4년, 두 차례 연임이 허용됐다.

1929년 오스트리아는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 선거를 직선제로 변경하고 내각 임명권 및 해임 권한, 의회 해산권을 추가하는 등 대통령 권한도 일부 강화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대통령이 자기 권한을 행사한 적은 없다. 1986년까지 ‘강한 대통령’에 반대하는 사회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지금도 대통령은 정치적 이해 관계를 초월해 중립적인 입장에서 직무를 수행해야 할 의무를 진다. 대통령은 임기 중 특정 정당에 소속되거나 여타 직업을 가질 수 없다.


오스트리아 국민들이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을 반대한 이유는 약 600년 동안 합스부르크 왕조 지배를 받은 역사와 관련이 있다. 국민들은 절대군주에 대한 향수와 거부감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의미다. 오스트리아는 대통령이 권력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라기보다는 정쟁 속 중재자 역할이라는 점에서 한국 정치 문화와 다소 차이를 보인다. 대통령의 적극적인 권한 행사를 견제할 정치 문화를 갖추고 있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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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전북대 교수(전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는 "대통령이 어떤 권한을 행사하려고 할 때 의회와 국민 모두 비판적으로 바라보면 이를 실행하기 어렵다"면서 "우리나라는 직선제로 선출한 대통령이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려 할 때 이를 막을 정치 문화가 형성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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