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서 비닐백 제공, 그 안에 보관해야"
"투명 비닐백 사용해 육안으로 상태 확인"
"전산상에 소지 승객 입력해 모니터링도"

30일 오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화재 합동 감식을 앞두고 안정성 확보를 위한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원인이 기내 선반에 둔 수화물로 추정되면서 기내 반입 물품 관리를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파일럿 출신의 항공 사고 전문가가 보조 배터리를 안전하게 기내에 반입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했다.
3일 최인찬 신라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 생활’에 출연해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에 대해 아직까진 정확한 조사가 나오지 않았지만 보조 배터리가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조 배터리 즉, 리튬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굉장히 높아서 항시 화재의 위험성이 존재한다”면서도 “섣부른 판정은 금물이다. 현재까지 정보만으로는 보조 배터리가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최 교수는 “기내 반입하는 배터리를 통해서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지만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 각종 전자기기가 이제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아서 (기내 반입을) 제재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렵다”며 “따라서 국제 규범이나 국내법에서도 무조건적인 제한을 두지는 않고 수량과 용량, 그다음에 화물 처리 기준을 통해서 권고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조 배터리는 반드시 기내에 들고 타게 돼 있다. 그러나 기내 보관 방법은 별도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기내에서 선반에 보조배터리를 집어넣어도 사실상 제재할 수 없다. 문제는 화재 위험성이 큰 보조 배터리를 선반 등 보이지 않는 곳에 보관하다 불이 날 경우 초기에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최 교수는 “복잡한 법령이나 시스템 구축 없이도 비교적 빨리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은 승객들이 최초에 비행기를 타러 갈 때는 제일 먼저 가는 발권 카운터에서 수속을 할 때 휴대용 보조 배터리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만약 보조 배터리가 있다면 항공사 측에서 비닐백을 제공해서 그 안에 넣어 보관하도록 해야 한다. 투명 비닐 백을 사용하는 이유는 항시 육안으로 상태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후 최종 비행기 탑승 전에 탑승권을 승무원한테 제시해야 하는데, 이때 보조 배터리를 소지한 승객을 확인하는 거다. 승무원은 그 승객에게 다시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안전 사항을 다시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항공사 측에서도 반드시 전산상에 (보조배터리 소지 승객 정보를) 입력해서 승무원이 운항 중에라도 몇 열 몇 석 어떤 승객이 (보조배터리를 반입해) 탑승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복잡한 시스템 구축 없이도 빠르게 수행할 수 있고 승객의 편익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어느 항공사도 그렇게 수행하고 있는 항공사는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항공 안전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8일 밤 10시 15분쯤 김해공항 계류장에서 총 176명(승객 169명·승무원 6명·정비사 1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여객기 기내 뒤쪽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탑승자 모두 비상 슬라이드를 통해 무사히 탈출했으나 이 과정에서 승객 7명이 경상을 입었다.
다수 승객과 승무원은 기체 내 꼬리 부분 수화물 선반(오버헤드 빈)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났고, 연기와 불꽃이 일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화물 보관함에 있던 휴대용 보조 배터리나 전자기기에서 불이 시작됐을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발화점으로 추정되는 보조배터리가 선반에 보관돼 화재 발견이 늦어졌으며 객실 승무원들이 소화기로 화재 진압을 시도하기도 전에 불길이 빠르게 확산했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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