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마인드로 작은 정부 추구
정부의 기관 예산 축소 녹록잖아
민간으로 권력이동 전제돼야 성공
1월20일 미국에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다. 아마 지금 시점에서 트럼프 정부의 제2인자는 밴스 부통령이 아니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아닌가 싶다. 지나친 영향력 때문에 논란도 많지만 그래도 머스크에 대한 트럼프의 반응은 오로지 그가 “아주 똑똑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 머스크의 공식적인 직함은 신설되는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의 의장(Chairperson)이다. 기업가 출신으로서 규제나 정부에 대한 트럼프와 머스크의 시각은 비슷하다. 규제는 줄여야 하고 정부는 작을수록 좋다. 실제로 머스크는 규제를 대폭 줄이고 연방 공무원 약 230만명 중 절반 이상을 감축해 정부 예산도 최소한 2조달러를 줄이겠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를 “우리 시대의 맨해튼 프로젝트”라고 불렀다. 이게 과연 가능할까.
일단 규제 완화는 어느 정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트럼프가 후보 시절 공약한 대로 환경 규제는 크게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가 줄면 공무원 숫자도 줄일 수 있다. 머스크는 우선 현재 130만명이 1주일에 2~3일씩 하는 재택근무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재택근무 폐지와 주 5일 출근 의무화에 반발하는 퇴직이 있을 것이다. 신분이 보장되는 일반직 공무원을 정무직으로 재분류한 뒤 인사 평가 시스템을 도입해서 해고의 명분을 찾을 수도 있다. 소셜미디어 X를 인수하면서 직원 80%를 해고한 사람이 머스크다. 일부 정부 기관은 없어지거나 통폐합될 것이다.
머스크는 현재 428개 정도의 연방 기관이 있다며 99개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줄여도 목표로 하는 숫자는 불가능하다. 연방 공무원의 70%는 74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국방부를 포함해 국가 안보 관련 기관들 소속이다. 미국 정부가 쉽게 인력 감축을 선택할 수 있는 조직들이 아니다. 알고 보면 예산도 마찬가지다. 예산의 60%가 국민연금과 저소득층 건강보험, 실업보험 같은 법으로 정해진 의무 지원 프로그램에 투입된다. 재량 지출은 25%에 불과하고, 그것도 국방예산을 빼면 겨우 절반이 남는데, 이 중에는 특정 지역에 지정된 보조금이 많다.
미국은 예산편성권이 의회에 있다. 의원들은 당연히 지역구에 투입되는 예산의 삭감을 반대할 것이다. 2조달러의 정부 지출 감축은 가능하지 않다. 게다가 정부의 지출 삭감은 대개 경기둔화를 초래한다. 앞으로 2년 뒤에는 중간선거가 있다. 예산에 손댈 수 있는 시점도 그나마 첫해뿐이다. 결론적으로 인력구조조정은 눈에 거슬렀던 몇 개 기관의 문을 닫으며 트럼프에 대한 충성이 의심스러운 공무원들의 퇴출이 이어지는 정도가 될 것이고 예산 감축도 요란스럽기는 해도 실제로는 시늉만 내다가 끝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국채의 수익률급등은 이런 예측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트럼프 정부 1기 때도 예산 감축은 없었다. 사실 머스크가 수장이라는 정부효율부도 이름과는 달리 정부 부처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백악관의 자문기구일 뿐이다.
미국의 정부 개혁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2차대전 이후 해리 트루먼 정부나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부는 물론 1990년대 빌 클린턴 정부 역시 ‘정부 개조’라는 이름으로 혁신을 추진했었다. 모두가 정부 조직의 축소와 함께 효율적인 예산과 인력 운영을 목표로 했지만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현실적인 장애 요인이 컸기 때문이다. 혁신으로 손해를 보는 집단의 저항을 극복하는 일도 어렵지만, 기 본적으로 정부 개혁은 정부에서 민간으로의 권력 이동을 의미한다. ?먼저 정부가 권력을 포기해야 하는데 이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김상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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