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영끌로 가계부채 증가세 위험수준
소비부진, 금융시장 변동성 증가, 부의 양극화
미국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면서 한국은 언제쯤 금리를 내릴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한국은행이 다음달에는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팽창하는 가계부채로 인하시점이 지연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내수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하루라도 빨리 내리길 원하지만 한은이 가계부채를 걱정하는 것은 타당하다. 올해 1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이다. 최근 수도권 집값 상승에 따라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대출이 늘면서 안 그래도 높은 가계부채 비율이 하반기에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집값이 상승하면 이론적으로는 건설투자 증가, 부의 효과((Wealth Effect) 등으로 경기진작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오히려 경기를 하강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영끌족의 증가로 인한 과도한 가계부채는 여러 가지 경제적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비부진이다. 부채가 많은 가구는 이자를 갚느라 소비에 쓸 돈이 부족하다. 2분기 우리나라의 민간소비는 승용차와 의류 등 재화가 잘 팔리지 않으면서 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소비 감소는 기업의 투자 및 생산 축소로 이어져 가계소득을 감소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또한 가계부채가 부동산 투자에 집중된 상황에서 가계의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으로 추가적으로 가계 소비여력이 축소될 수 있다.
두 번째는 금융시장의 변동성 증가다. 경기침체나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같은 대내외 경제충격이 발생할 시 과다 채무를 보유한 가계의 채무 불이행이 늘고 이는 금융회사의 건전성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 역시 가계부채와 주택거품이었다.
과도한 가계부채로 부의 양극화는 더 심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가계부채가 부동산 시장에 집중되고 집값은 빠르게 상승함에 따라 경제적 불평등이 더욱 심화한 측면이 있다. 지난 6월 기준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 가격은 12억2155만원으로 평범한 20대, 30대 직장인은 열심히 살아도 접근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가격이 뛰었다.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층이 늘어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집값 상승이다.
경제 체력에 비해 너무 커진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100% 선을 웃돌면서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과도한 부채로 인한 소비제약과 이자부담 탓에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잠식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가계부채는 국민들의 노후도 불안하게 한다. 빚까지 내가면서 부동산을 구입하는 바람에 노후에 써야 할 현금흐름이 망가진다. 우리 고령층 자산의 80%가 부동산인데 노인빈곤율은 OECD 1위다. 집을 가지고 있어도 소득이 없으니 노후가 빈곤해진다.
가계부채는 한은 혼자 노력한다고 잡을 수도 없다. 부채를 잡으려면 한은 입장에서는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미국이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은도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금리를 인하할 테고 가계부채 관리는 결국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정부가 보다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가계부채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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