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의류수거함에 버릴 뻔한 헌옷 재활용
리클·코너마켓…문앞 헌옷수거부터 판매서비스까지
직장인 이진하씨(39)는 헌옷 수거업체에 계절마다 옷을 보낸다. 이번 환절기에도 옷을 보내고 3만원을 받았다. 이씨는 "아이는 금방 크는데 몇 번 못 입고 작아진 옷을 버리긴 아깝고 물려줄 대상도 없다"며 "업체에 옷을 보내면 무게에 따라 포인트를 주는데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문 앞에 옷을 포장해두기만 하면 되는데, 쏠쏠한 용돈벌이가 된다"고 전했다.
보통 헌옷은 동네 곳곳에 있는 '의류수거함'에 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수거함은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수거 업체가 운영·관리하는 영리사업이다. 각 지자체의 입찰을 통해 선정된 사업자는 헌옷을 수거해 구제시장이나 해외에 판매해 수익을 낸다. 내가 무심코 버린 옷이 돈이 된다는 뜻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헌 옷 매입 단가 평균 시세는 1kg당 200~350원이다. 재판매 가능성이 있거나 브랜드 의류의 경우는 2만원 이상으로 계산되기도 한다. 헌옷을 파는 방법은 간단하다. 앱(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헌옷 수거를 신청하고 집 앞에 헌옷을 내놓으면 업체에서 수거해가는 식이다.
헌옷 매입을 하는 플랫폼 리클은 성인의류·가방·신발 등 20개 이상의 헌옷부터 매입·수거 서비스를 제공한다. 헌옷에 대한 보상으로 현금 또는 포인트 지급한다. 패션 리세일 플랫폼인 코너마켓은 헌옷 수거부터 촬영, 판매, 배송, 정산까지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헌옷 무게에 따른 매입은 물론 나이키, 아디다스 등 브랜드 제품에 한해 위탁 판매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수거하는 헌옷의 범위도 업체마다 다른 만큼 확인해야 한다. 헌옷 방문 수거 서비스인 판다헤이의 경우 모든 의류, 신발, 가방, 커튼은 물론 양말과 수건도 가져간다.
판매가 아니더라도 헌옷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비영리 단체인 아름다운가게, 굿윌스토어 등에 헌옷을 버리지 않고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기부금 영수증을 받으면 개인 기준 근로소득의 30% 한도 내에서 기부금의 15%~30%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기부할 물건이 3박스(봉투) 이상일 경우 방문 수거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보다 편하게 기부가 가능하다. 기부 물품은 전국 아름다운가게 매장에서 판매되고 수익금은 국내외 소외 이웃을 돕고 환경을 보호하는 데 사용된다.
헌옷을 주면 새옷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도 있다. 옷을 재활용해 친환경 실천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H&M은 헌옷을 가져오면 5000원 할인쿠폰을 증정한다. 신세계 팩토리스토어의 경우 리사이클링 박스(헌 옷 수거함)를 비치해 입지 않는 옷을 3kg 이상 기부 시 당일 사용 가능한 5% 할인권을 제공한다.
업체마다 수거 단가가 상이한 만큼 발품을 팔아 단가를 확인하는 것도 수익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다. 모바일 플랫폼의 경우 단가가 공개돼있지만, 영세 수거업체별로 수거 단가가 다른데 kg당 500원을 주는 곳도 있다.
개도국 가는 헌옷들…소각·매립되며 온실가스 발생, 재활용 늘려야
수거된 대다수 헌옷은 해외로 수출된다.
한국은 헌옷 수출 세계 5위 국가이기도하다. 무역자료를 집계하는 OEC에 따르면 2022년 중고의류 최대 수출국은 미국(10억1000만달러), 중국(8억5200만달러), 영국(4억3000만달러), 독일(3억6000만달러), 한국(3억5100만달러) 순이다. 대부분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된다. 2022년 중고 의류 최대 수입국은 파키스탄(2억5000만달러), 아랍에미리트(2억3300만달러), 칠레(2억2500만달러), 케냐(2억200만달러), 과테말라(1억9600만달러) 순이다.
수출되더라도 쓰레기가 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의류 폐기물이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점이다. 유엔(UN)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10%를 차지하는데, 이 때문에 패스트패션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옷을 줄이기 위해선 의류 재활용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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