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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간판 '만세 아저씨' 누구…90살 넘은 글리코상 [일본人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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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업체 글리코 마스코트…달리기 완주하는 사람 모델
6대째 걸쳐 간판 리모델링…경제효과 창출하는 '효자'로

일본 오사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진 명소는 단연 도톤보리의 글리코상 간판이죠. 두 팔을 번쩍 들고 뛰는 모습으로 서 있는 남성의 모습을 담은 간판 앞에서 비슷한 자세를 취하고 사진 찍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일본 유명 제과업체 글리코의 간판이라 사람을 부를 때 쓰는 '상'을 붙여 '글리코상'으로 부르기도 하죠.


이 글리코상, 사람 나이로는 90살 넘은 유서 깊은 마스코트인 것을 알고 계셨나요? 이번 주는 오사카 도톤보리의 마스코트, 글리코상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오사카 도톤보리에 위치한 글리코의 간판.(사진출처=글리코 홈페이지)

오사카 도톤보리에 위치한 글리코의 간판.(사진출처=글리코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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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코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글리코라는 제과업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글리코라는 이름이 혹시 어디서 왔는지 짐작이 가능하신 분 있을까요? 바로 글리코겐에서 온 이름입니다.


글리코 창업자인 에자키 리이치는 사가현 출신입니다. 에자키의 고향 근처에는 바다와 접하는 강이 있었고, 이곳에는 굴 작업장이 있었다는데요. 에자키는 어부가 가마솥에서 굴을 삶아낸 국물을 버리는 것을 보고 문득 예전에 읽은 기사를 떠올립니다. '굴에는 글리코겐이 많이 포함돼있다는데 저 국물에도 성분이 다량으로 함유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는데요. 여기서 출발해 규슈대학에 분석을 의뢰, 1919년 실제로 굴을 우려낸 국물에도 다량의 글리코겐이 들어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실제로 에자키는 장티푸스에 걸린 아들에게 글리코겐을 복용하게 했더니 아들이 목숨을 건지기도 했는데요, 이를 통해 글리코겐을 활용해 다양한 식품을 만드는데 착수합니다. 이렇게 태어난 첫 번째 상품이 '영양과자 글리코'였다고 하네요. 식품을 통해 국민의 건강을 기른다는 것이 창업자의 모토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1922년 2월 오사카 미쓰코시백화점에서 글리코겐을 섞어 만든 캐러멜을 판매하기 시작하죠.

에자키 글리코의 글리코겐 연구와 처음 출시한 카라멜 포장.(사진출처=글리코 홈페이지)

에자키 글리코의 글리코겐 연구와 처음 출시한 카라멜 포장.(사진출처=글리코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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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자키는 글리코의 로고를 무엇으로 할지도 많이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자주 산책하며 사색에 잠겼던 교토 야사카 신사에서 글리코상을 떠올리게 됩니다. 신사에서 아이들이 달리기를 하고 있었는데, 1등인 아이가 골인 지점에서 가슴을 펴고 두 팔을 하늘을 향해 펴고 들어오는 것을 보게 되죠. '사람은 누구나 건강하기를 바라고, 스포츠야말로 건강의 지름길이다. 아이들의 놀이 본능도 결국은 스포츠로 이어지고 있다. 골인의 모습은 그것의 상징이다'라고 생각해 이 골인 포즈에 꽂히게 됩니다. 바로 스케치를 그렸다고 하네요.


그리고 에자키는 인근 초등학교에서 코끼리, 펭귄, 꽃, 골인 포즈 등을 가지고 아이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도 실시해봤는데, 조사에서도 골인 포즈가 1위를 차지하게 돼 트레이드 마크로 결정됐다고 합니다.


관광객이 글리코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출처=글리코 홈페이지)

관광객이 글리코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출처=글리코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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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얼굴은 도톤보리에 대대적으로 선보이기 전 한 번 손을 봤는데요, 1923년 한 여학생이 '얼굴이 무섭다'라고 말을 해서 얼굴을 다시 손봤고,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합니다. 당시 특정 인물을 모델로 삼지는 않았는데 많은 육상선수의 올림픽 골인 모습을 참고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에자키는 유동 인구가 많은 오사카 도톤보리에 이 마크를 홍보용으로 내걸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초대 글리코 간판은 지금으로부터 약 80년 전인 1935년에 세워졌는데요, 도톤보리에 높이 36m짜리 탑을 세우고, 아래는 6색으로 빛나는 네온사인을 설치하고 맨 위에는 달리는 글리코상을 배치해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했다고 합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간판은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어 오사카의 명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이후로 글리코 간판은 6대에 걸쳐서 개·보수됐습니다. 1955년에는 네온 탑 하부에 특설무대를 만들고 아래 연주회, 만담 등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고 하네요. 1963년 3대째에는 중앙에서 12t에 달하는 물이 뿜어져 나오는 구조였다고 합니다. 중앙에 12색 램프를 설치해 중앙에서 나오는 물이 무지갯빛으로 보였다고 하네요. 그리고 1972년 4대째부터 육상 경기장 트랙이 뒤에 등장하는, 우리에게 익숙한 글리코상의 모습으로 자리매김합니다.


초대부터 2014년 리모델링 전까지 역대 글리코 간판의 모습.(사진출처=글리코 홈페이지)

초대부터 2014년 리모델링 전까지 역대 글리코 간판의 모습.(사진출처=글리코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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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98년부터 2014년까지 배경은 오사카를 대표하는 오사카성, 교세라돔 오사카 등으로 바뀌었다가 2014년 리모델링에 들어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합니다. LED 칩 14만개가 들어있어 해가 지면 불이 들어오는 구조라고 하네요.


여하튼 여러 번 리모델링을 거친 끝에 글리코상은 현재 사람 나이로 치면 90이 넘는 나이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오사카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사진 명소가 되면서 많은 경제효과도 창출하고 있다고 하네요. 간사이대학에서는 글리코 전광판이 오사카 마라톤 등 지역 축제보다 더 큰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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