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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꺾인 공익법인]존경받는 공익법인 탄생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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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출연 확대 등 재원 확보가 선결과제
우회지배 방지에서 공익적 재원 활용 확대로 제도 개선해야

사회가 성숙하고 경제가 고도화될수록 '혁신적 공익법인'들의 활동 영역이 커지고, 수요도 증가한다. 정부(1섹터)나 영리기업(제2섹터) 이외에 비정부기구(NGO), 비영리기구(NPO) 등을 일컫는 제3섹터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선진국들은 공익법인이 자선, 장학 등의 영역을 넘어 과학기술, 환경 등의 분야에서 국가와 시장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풀고 있다.


반면 국내 공익법인들은 영역 확대는 먼 얘기이고, 우선 재원확보가 발등의 불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기부 문화가 변해야 한다.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증여 면세 한도 확대가 절실한 이유다. 상속세 및 증여세 등이 바뀌어 기업들이 공익재단에 주식을 출연할 수 있는 환경이 개선되면, 이를 통해 제3섹터가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

◆수익권과 지배권의 분리 = 공익재단법인 동천의 유욱 이사장은 기업 주식을 공익법인 등에 출연할 경우 면세 범위를 대폭 확대하자고 제안한다. 현재 상호출자제한집단 기업의 경우 의결권 행사와 무관하게 공익법인에 주식 출연시 면세범위는 5%로 제한된다. 이를 임원 선임이나 정관 변경, 인수합병(M&A)과 같은 제한된 범위에만 의결권 행사시 15%로, 의결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는 경우 30%까지 높혀주자는 것이다.


대신 출연된 재산이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담보하기 위해 출연재산가액 1% 가운데 30~50%가량을 다른 기업에 재출연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주식을 넘겨받은 공익법인이 자체 사업에만 매몰되지 않고 사민사회나 공익사업 수요가 많은 곳에 자금을 쓰게 하자는 것이다. 유 이사장은 "이를 통해 기업과 시민사회가 협력, 상생하는 공익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창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도 "대기업 오너 일가가 주식을 출연해 법인을 설립하면 대기업 집단이 관심 있는 분야에만 돈이 집중될 수 있다"며 "재출연을 도입하면 특정 분야에만 자금이 집중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공익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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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제도 개선하고, 배당 확대해야=장지연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실장은 "국내에서는 운용 소득이 발생해도 출연재산가액의 1% 이상만 쓰면 되니 자산을 잠가 놓을 수 있다"면서 "보유 재산의 1% 이상을 쓰게 한다는지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는 대기업의 우회 지배를 막기 위해 족쇄를 채워놨는데 역효과가 크다"며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한 만큼 이런 부분들도 한 테이블 위에 놓고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류홍번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지금까지 기업 공익법인들이 제대로 역할을 안 해왔던 것들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마치 기업의 하부 조직 같은 역할밖에 하지 못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측면 때문에 실제 공익성이 평가받지 못하거나 잘 드러나지 않아 역할 확대론이 힘을 받기 어려운 구조"라고 덧붙였다. 또 "주식의 경우 배당이 안 되거나 출연 규모와 비교해 배당이 미약한 부분이 있는데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재산 영역 늘리고 부정사용 엄벌해야"=공익법인법의 '기본재산'은 법인 존립의 기초가 되는 재산, 비영리·공익법인의 목적 달성을 위해 계속 유지돼야 하는 재산을 뜻한다. 일종의 자본금인 셈이다. 기부나 무상 취득한 재산은 기본재산으로 분류되고, 그 외는 보통재산으로 구분된다. 1975년 관련법 제정과 함께 도입된 개념이지만 아직까지 엄격하게 통용된다. 이미 공익법인에 재산이 출연될 때 세제 혜택을 받은 만큼 공익법인 설립 목적에 어긋나게 사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비영리법인 또는 공익법인을 설립할 때 최소 기본재산은 주무관청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5억원 이상이 돼야 한다.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의 구성 비율도 주무관청에 따라 요구 기준이 다르다. 기본재산을 운영경비로 사용하거나 채권이나 주식, 펀드 등으로 운용하려면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요건이 까다로우니,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기본재산 운용은 이사회 고유 권한이다. 기부자가 동의하거나 당초 목적사업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는 경우 목적사업도 변경할 수 있다. 사업 계속 수행과 시대변화 대응에 여지를 주는 것이다. 결국 국내 공익법인에 대해서도 운신의 폭을 넓혀주되 부당 사용이나 편법행위 등은 엄벌하는 식으로 '당근과 채찍'을 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장은 "기본재산에 10년 등 존속기간을 두고 이 기간에 공익 목적을 위해 다 쓰도록 하되, 운용 제한을 풀어주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또 "기본재산을 다 풀어줄 수 없다면, 직접 사업활동을 하는 분야에 쪼개서 쓰지 못하게 하는 대신에 다른 공익법인 재출연을 지금보다 더 풀어주는 방안도 있다"며 "기본재산을 재출연하는 것은 공익법인으로 들어온 돈이 계속 공익 목적 영역에 머물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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