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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까진 아닌데 약간 무기력"…토스트아웃의 등장[찐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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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타버리기 전 구워진 상태" SNS서 유행
본인 상태 인식 빨라져…워라밸 관심 담겨
'장시간 근로' 노사정 대화 시작…갈등 예상

편집자주[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나 토스트아웃 왔어."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러한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과로로 피로감을 느끼며 무기력증에 빠지는 현상인 번아웃을 변형한 표현이다. 토스트아웃은 "번아웃까진 아닌데 약간 무기력한 상태, 왠지 의욕은 없지만, 현생(현재의 삶)은 잘 살아가는 상태"를 의미한다. '번아웃(burn-out)'이 영어단어로 다 타버렸다는 표현을 활용해 본인이 완전히 소진된 상태를 말한다면, '토스트아웃(toast-out)'은 다 타버리기 전 마치 토스트처럼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상태를 표현한다. SNS에는 새카맣게 타버린 번아웃의 모습과 함께 갈색빛으로 구워진 토스트아웃을 묘사한 그림이 쏟아진다.

"번아웃까진 아닌데 약간 무기력"…토스트아웃의 등장[찐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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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트아웃은 무탈한 일상과 번아웃의 중간 단계다. SNS 이용자들은 번아웃을 '당장 퇴사든 뭐든 시급한 상태'라면, 토스트아웃은 '아직 억지웃음이 가능한 상태'라고 정의한다. 번아웃은 완전히 한계를 뛰어넘은 상태인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토스트아웃은 하루 이틀 정도의 휴식만으로도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린 청년들이 정신적으로 소진되고 있는 과정을 드러내는 표현이어서 씁쓸하지만, 완전히 탈진하기 전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게끔 단계를 세분화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다.


그동안 번아웃을 호소하는 대부분은 본인이 소진되는지조차 인지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번아웃이라는 용어가 지금의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한 건 불과 50년 전이다. 당초 마약 중독자들이 겪는 정신적인 무기력증을 비공식적으로 지칭했던 표현을 1974년 미국 심리학자인 허버트 프로이덴베르거가 약물 중독자를 지원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스트레스와 과로에 탈진하는 모습에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에야 '번아웃 증후군'을 국제질병분류(ICD) 체계에 기재하기 시작했다. WHO는 의학적으로 질병은 아니지만, 만성 피로감이나 업무능력 저하 등이 나타나며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는 번아웃이라는 용어가 2010년대에 빠르게 확산했다. 장시간 근로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번아웃은 개인이 아닌 사회 문제로 자리 잡았다. 최근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3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번아웃 증후군 경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7명이 번아웃 증후군을 겪었다고 밝혔다. 연령대로 보면 30대 직장인(75.3%)이 가장 많았다. 응답자 40% 이상은 '과도한 업무량' 때문에 번아웃에 시달리며, 일이 많아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근무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답했다. 과도한 업무 부담이나 스트레스뿐 아니라 '완벽한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도 번아웃의 요인으로 작용하곤 한다.


지난 21일 장시간 근로를 해소하자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주 4일 근무제, 근로시간 유연화 등 근로시간 개편 방안을 논의해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는 데 방점을 찍는다. 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는 갈등이 첨예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진다. 시대가 달라졌다. 청년을 중심으로 번아웃에 앞서 토스트아웃을 인식할 정도로 자신의 상태를 들여다보고 대책 마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켜보는 시선이 날카로워졌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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