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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K-우먼]이예랑 "야구계 유리천장 깬 건 내가 아닌 나를 믿어준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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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
야구선수 美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 동반자
"기다리고 노력하는 과정 즐겨 한 단계씩 성장"
본인 성향 아는 데 시간 투자해 행복한 길 택해야

[파워K-우먼]이예랑 "야구계 유리천장 깬 건 내가 아닌 나를 믿어준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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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부딪혀 좌절하는 순간이 왔을 때 불행하다는 생각에 그치면 그냥 불행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기다리고 노력하는 과정을 즐기려고 한다. 이번이 아니면 그다음에 점프하면 된다. 결국 늘 '포켓몬'이 진화하는 것처럼 한 단계씩 성장했다."


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는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진출에 도전할 때나 구단을 이전할 때 그들과 함께하는 인물이다. 30일 그의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 들어서자 고우석, 김현수, 양의지 등 국내외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 유니폼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회사에 자주 오는 선수들을 위해 걸어놓는다고 한다. 그는 국내에서 에이전트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 업계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여성이 거의 없던 야구계에서 '그 여자'라고 하면 이 대표로 칭해질 정도로 존재 자체가 희귀한 인물이었다. 선수들의 운전기사, 영어 과외선생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관계를 쌓았던 그는 이제 그들의 야구 인생에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으며 2000억원이 넘는 계약 총액을 기록한 입지전적인 인물이 됐다. 그도 처음부터 에이전트 일을 한 것은 아니었다. 30세가 훌쩍 넘은 나이에도 진로를 바꿔 새로운 일에 도전했고, 평생 하고 싶은 행복한 일을 찾았다.

-이제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스포츠에이전트가 하는 역할이 뭔가.

▲결국 계약이고 돈을 벌어다 주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 때까지 같이 가는 사람이다. 프로스포츠선수는 계약하면 묶이는 기간이 있다. 야구선수의 경우 8~9년 긴 시간 동안 한팀에서 뛰다가 처음으로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되면 계약 하나하나가 너무나 특별하다. 직장인의 경우 이직을 하려면 수백 개, 수천 개 중에 고를 수 있지만 우리나라 프로야구팀은 10개고, 일본과 미국 메이저리그까지 해도 수십 개 팀에 그친다. 에이전트라고 하면 돈이 부각되다 보니 돈만 밝힌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직장인도 월급 받기 위해 일한다고 해서 돈만 밝히는 건 아니지 않나. 돈을 받고 일을 하고 돈 많이 벌기 위해 일하는 건 맞지만 개인적으로 뿌듯함을 느끼고 직업의 자긍심을 느낀다.


-어떻게 에이전트 일을 시작하게 됐나.

▲처음 결심했던 건 2012년 정도였다. 방송일도 해봤고, 인터넷쇼핑몰도 했고 사회생활 경험이 많다. 몸이 안 좋아졌고, 공부도 하고 싶어서 유학을 떠나게 됐는데 그곳에서 스포츠를 접하면서 눈을 뜨게 됐다.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드물지’라고 생각해 공부를 정말 많이 했다. 나를 움직였던 가장 큰 이유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라는 것이었다. 공채 아나운서가 아니다 보니 방송에도 한계가 오겠다고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고, 커리어 체인지에 미련도 두려움도 없었다.


-에이전트 분야에는 여전히 여성이 많이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한계를 극복했나.

▲10년 전만 해도 '그 여자'가 별명이었다. '왜 왜 그 여자 있잖아' 하면 저였다. 희소성이 있으니까 나를 기억해주는 것이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스포츠 전반적으로 남성들이 많을 수밖에 없고, 당시에는 에이전트 직업 자체가 알려지지 않은 때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에이전트가 제도화된 것이 2018년이다. 남녀를 떠나서 에이전트를 하는 것이 어려웠다. 직업을 설명하면 브로커라고 할 정도로 인식도 좋지 않았다.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뛰는 게 급해서 여자라는 부분은 생각도 못 했고, 일부러 지웠던 것 같다. 남성이 뛰는 스포츠라고 해서 굳이 여성들이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어느 순간 바뀌는 때가 오는 것 같다. 본인 스스로가 가두지 않는다면 김현수 선수가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이 저를 선택했던 것처럼 혼자 주눅 들거나 자격지심이 없으면 된다.

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가 서울 강남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 대표는 동료 및 후배 여성들에게 "본인의 성향을 알고 시간을 투자해, 스스로가 행복한 길을 선택하고 그 길에 만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가 서울 강남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 대표는 동료 및 후배 여성들에게 "본인의 성향을 알고 시간을 투자해, 스스로가 행복한 길을 선택하고 그 길에 만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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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 직업에 정착하게 된 계기가 있나.

▲직업을 3번 정도 바꿨다. 처음에 교육사업을 좀 하다가 방송에 갈 때도 늦었다고 했는데 안 해보면 후회할 것 같아서 선택했다. 그때마다 생각했던 것이 '내가 계속 이 직업을 가졌을 때 행복한가'라고 스스로 물었다. 지금 이 직업이 과거 모든 직업의 결정판이다. 직업을 선택할 때 본인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스포츠 업계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회사 직원 중에 3개월 만에 그만둔 경우가 있었는데 나중에 대기업에 들어갔다. 그 친구에게는 대기업 간판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 선택이 맞다고 봤고 응원했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이고, 행복을 주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10년 넘게 일하면서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고, 즐겁게 일하니까 지치지를 않는다. 주변에서 '번아웃' 온다고 걱정을 많이 하고 재밌는 일을 찾으라고 조언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다른 재밌는 일을 찾는 게 더 스트레스였다. 일을 안 하면 재미가 없다. 워커홀릭임을 인정하고, 성격이 원래 이렇다고 인정해버리고 나니까 오히려 편안해졌다.


-올해 고우석 선수까지 대형 계약 성사가 줄줄이 이뤄졌다. 처음에 어떻게 물꼬를 텄는지 궁금하다.

▲물꼬를 튼 게 2015년 김현수 선수였다. 제가 생각해도 저는 무모했다. 2013년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어떻게 시작할까 너무 막막했다. 그래서 강의도 무작정 들어보고, 포럼도 다니기 시작했다. 교수님들이나 관계자들 나오면 인사하고 '나 이런 일이 하고 싶다'라고 어필했다. 당시 만났던 교수님들은 현직에 있는 사람들을 소개해주고, 페이스북이나 링크드인을 통해서 연락도 여기저기 많이 하며 나름의 네트워크를 2년 동안 쌓았다. 프레드 클레어 전 LA다저스 단장과도 인연이 닿아 조언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당시에 우리나라 6~7개 팀이 애리조나 피닉스랑 투싼에 전지 훈련을 왔었다. 수업이 끝나고 LA에서 8시간 운전을 해서 아는 사람들을 통해 소개받은 사람들 운전도 해주고 쇼핑몰도 같이 가고 그랬다. 정말 생떼로 기다려서 선수들하고 미팅도 하고 그랬다. 할 수 있는 인맥을 다 동원해서 선수들을 만났던 것 같다. 물론 허탕 치고 온 적도 있었다. 영어 과외도 해주고 선수를 영입하려고 할 수 있던 것은 다했던 것 같다. 김현수 선수의 경우에도 영입하기 위해 주변에 아는 인맥을 다 동원했고, 6개월 가까이 준비해서 만났다. 당시에 김현수 선수도 제 얘기를 알고 있었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계약이 있나.

▲매 계약이 너무 힘들었다. 항상 계약이 끝나고 나면 날씨가 추운데 간담이 서늘하다. 고우석 선수의 경우 급박하게 이뤄진 계약이어서 기억에 남고, 김현수 선수도 기억에 남는다. 외부에서 저를 향해 유리천장을 깼다는 표현을 써주시는데, 당시에 (나를) 선택해준 선수들이 진짜 대단했다고 생각한다. 저는 끊임없이 저를 증명해야 했다. 그 선수들이 없었으면 유리천장을 깰 수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제가 이뤄놓은 것이 하나도 없었을 때 믿음으로 저를 선택해줬다. 그 믿음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니까 정말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법인을 설립하고 10년이 지난 이제서야 그렇게 원했던 이 바닥에서 '프로'가 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유명 선수들이 특별히 리코스포츠를 찾는 이유가 뭘까.

▲이제는 실력이다. 그전에는 신뢰였지만, 신뢰만 있으면 같이 일할 수 없다. 베이스는 실력인 것 같다. 직업윤리를 많이 생각하려 한다. 너무 단순하지만 어떤 사람을 희생시켜선 안 되고, 이해가 충돌해서도 안 된다. 매일 그런 부분을 고민한다. 어떤 계약을 하든 단 한명의 선수도 누군가에게 희생당하면 안 된다. 어린 시절부터 치열하게 살아온 선수들이 에이전트를 믿을 수 없다면 소름 끼치는 일이다. 유희관 선수는 저를 보면 엄마보다 저를 믿는다고 한다. 선수들이 어떤 걸 원하는지 이야기를 많이 하고 알려고 노력한다. 안치홍 선수의 경우 우리나라 최초로 옵트아웃(선수가 계약 도중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 계약을 했다. 이게 선수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당연히 4년이 보장되는 것이 좋지만 2+2가 되면 2년 뒤에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아이디어를 내면서 너무 미안했다. 당시에 이 친구에게 '너의 야구 인생에 100억원을 받게 해줄게'라는 약속을 했고, 한순간도 잊어본 적이 없는데 한화로 옮기면서 그 약속을 지켰다.


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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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나 사업에 위기가 찾아온 적도 있나.

▲매 순간이 위기처럼 느껴지지만 위기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 위기를 잘 분석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힘들다고 느낀 적은 있지만, 이겨내면 위기가 아니니까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를 고민했지 위기로 생각하지 않았다. 방법은 분명히 있다. 보통 잘되면 사람들이 안주하는데, 저는 뭔가 계속 원하는 성격이라 안주하려고 하는 순간 불안함이 엄습해 온다. 그럴 때 위기감을 느끼긴 한다. 다시 정비하고 앞으로 나가려고 노력했다.


-동료 및 후배 여성 사회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내 모습이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스스로 탐구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모습일 수도 있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남들이 봤을 때 있어 보이는 직업을 갖고 싶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사람을 좀 안 만나는 직업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본인 스스로 솔직해지면 좋겠다. 직업을 선택하는 건 평생이 달린 일이다. 본인을 받아들이면 직업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된다. 본인의 성향을 알고 시간을 투자했으면 좋겠다. 저의 경우에도 교육, 방송 등에서 일을 하다 무관한 스포츠로 왔다. 전공도 아니고 선배도 없었지만, 포럼에서 명함을 돌리면서 현실에 부딪히며 시작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했던 돈을 다 썼고, 아파트 담보를 잡아 마이너스 통장을 뚫었으니 굉장히 불안했다. 하지만 그런 건 누구나 다 겪는다. 남의 핑계를 대지 말고, 자신이 행복한 길을 선택하고 선택한 길에 만족했으면 좋겠다.


이예랑 대표는

한국의 스포츠 에이전트. 리코스포츠에이전시의 대표로 '한국의 스콧 보라스'로도 불린다. 최근 9년간(2015~2023년) 야구 선수 FA 및 연봉 계약 총액은 2433억원에 달한다. 2015년 김현수 선수를 미국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마이너리그 거부권 포함 2년 700만달러 계약을 성사해 화제가 됐다. 2023시즌을 앞두고 양의지 선수를 KBO리그 FA 계약 역대 최고 수준인 4+2년 최대 152억원에 친정인 두산 베어스로 돌려보냈고, 올 초 고우석 선수에게 미국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2+1년 총 940만달러(2년 450만달러 보장) 계약서를 쥐여줬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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