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1000대 제조업 기업 자금조달 실태 조사.
자금조달 수단 '내부유보금' 63%, 금융권 차입 33.7%
투자보다 안정…운전자금(72%)> 시설투자(50.7%)

#제조업체 A사는 영업이익 20%가량을 이자 내는 데 쓰고 있다. 대출 금리가 6%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운전자금이 부족하고 시설투자나 신규사업 투자는 엄두도 못 낸다"며 "현 상태를 유지하는 데 힘쓰는 중"이라고 털어놨다.


A기업처럼 내부 유보금으로 경영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매출 1000대 제조업 기업 중 300곳 자금조달 실태 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기업 주요 자금조달 수단은 '내부 유보자금'(63%)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차입(33.7%), 회사채·주식 발행 등 직접금융시장(2.3%) 등 외부 자금 조달 응답률은 내부 조달보다 낮았다.


지난 8월 대기업·중견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금융권 차입'(48.2%) 응답률이 '내부 유보자금'(27.9%)보다 높았는데 이번엔 내부 조달이 높았다.

대한상의는 기업 외부자금 조달 의존도가 낮아진 것에 대해 "고금리 여파가 본격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4곳 중 3곳은 이미 빚을 갚고 있거나 올해 안에 원리금 상환 기간이 올 예정이라고 답했다. 은행 차입 고금리 대출 이자 또는 원금을 현재 상환하는 중이라고 답한 기업은 53.3%였다. 올해 원리금 상환 기간이 도래할 예정인 기업은 19.3%였다. 합치면 72.6%다.


자금 조달·운용상 애로사항은 '고금리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69.3%), 운영상 자금수요 증가(25%), 은행 대출심사 강화(22.7%), 만기도래 상환 부담(10%), 기업 신용등급 하락(9.7%) 순으로 꼽혔다.


부산 북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선박에 선적돼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부산 북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선박에 선적돼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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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대출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 대출액은 2022년 6월 103조원, 지난해 1월 99조원, 지난해 6월 85조원, 올 1월 76조원이었다.


차입금 평균 이자율은 높아졌다. 2022년 4분기 3.77%, 지난해 1분기 4.41%, 지난해 3분기 6.52%로 올라갔다. 기업 채무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2022년 3분기 약 14배에서 2022년 4분기 1.26배로 급락했다. 지난해 3분기 2.29배로 소폭 올랐다.


기업들은 조달 자금을 설비 투자보다 인건비 등 생산·운영비 지출에 더 많이 썼다. 주요 자금 조달 목적 질문 응답률은 '인건비 등 운전자금 수요'(72%), '공장설비 등 시설투자(50.7%), '현금유동성 확보'(27.7%), '원리금 등 채무상환'(12%) 순이었다.


대한상의는 경기 위축으로 기업이 적극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 때문에 외부자금 조달 수요도 줄었다고 지적했다. 민간 설비투자증가율은 2022년 4분기 11%에서 지난해 1분기 8.2%, 2분기 5%, 3분기 -6.5%를 기록했다. 시설자금 대출 증가율도 감소세를 보였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고 고금리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이 늘었다"며 "기업들이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하기보다 내부 유보금으로 충당하거나 운전자금 조달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고금리 해소 시점 전망은 엇갈렸다. 올해 하반기(38.3%), 내년 상반기(25.3%), 올해 상반기(15.7%), 내년 하반기(11.3%), 내후년 이후(9.4%)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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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고금리 기조를 버텨온 지 1년 이상 지난 시점에서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은 누적된 이자 부담 때문에 한계에 다다른 상황일 것"이라며 "기준금리가 본격적으로 낮아질 때까지 기업 금융비용 부담 완화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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