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 얽매이면 변화 못해
‘일단 해보는 것’이 삶의 큰 덕목

[MZ칼럼]새 삶의 초대장 '그냥 해보는 것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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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출간한 책이 20여권 정도 됐다. 그러다 보니 북 토크나 글쓰기 강연 등에서 처음 책을 내고 싶어 하는 분들의 고민을 들을 때가 자주 있다. 많은 분이 자신이 아직 글이 아주 부족한데 책을 내도 되는지 고민한다. 더 실력을 갈고닦아서 누구에게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책을 내놓아야 하는 건 아닌지 묻기도 한다. 아무 출판사에서 책을 내는 것보다는, 대형 출판사에서 시작하는 게 좋지 않나 고민하기도 한다.


그런 고민이 모두 가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삶에서 ‘일단 해보는 것’만큼 중요한 덕목이 없다고 느낀다고 대답한다. 해보기 전에 완벽하게 준비하고, 체면치레를 걱정하고, 어떤 실패나 실수를 지나치게 걱정하다 보면 ‘지금의 바깥’으로 나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원래 처음에는 무엇이든 창피할 수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창피함’이라는 것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짜 감정일 가능성이 높다.

하버드 진화생물학 교수 조지프 헨릭이 쓴 ‘위어드’에서는 서구 사회와 우리나라 사회를 비교한 한 연구를 소개한다. 이 연구에서 우리나라 사람은 서구인들에 비해 지나치게 ‘수치심’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수치심이란, 타인들이 어떻게 볼지를 걱정하며 눈치 보는 감정이다. 즉, 우리나라 사람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타인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에 유독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타인의 시선’이라는 것은 우리 마음 안에서 과장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가령, 내가 처음 냈던 책을 생각하면 여러 면에서 꽤 부끄럽지만, 나 말고 그 책을 자세히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타인의 부끄러운 모습을 기억하기에는 너무 바쁘다. 다들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몰입해 있고, 세상에는 매일 볼 것도, 관심 가질 것도 너무 많다. 오늘 개봉한 영화나 내일 있을 축구 경기, 저격당한 유튜버나 인플루언서의 이혼 소식이 매일 업데이트되는데, ‘나의 첫 책’ 따위를 기억할 뇌세포가 사람들에게 남아 있긴 할까?

처음 헬스장에 가면, 세상 모든 사람이 나만 쳐다보면서 조롱할 것 같지만, 사실 대부분은 별로 관심 없다. 누군가가 나를 열심히 쳐다본다면, 언제 저 기구를 자기가 쓸 수 있을지 궁금할 뿐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헬스장을 꽤 여러 번 갔지만, 기억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길에서 매일 수천 명의 사람은 마주치겠지만, 지난 일 년간 본 사람 중에 딱히 기억나는 사람을 떠올리기 어렵다. 우리는 한국 사회에 살아가면서, 지나치게 타인들을 의식하지만, 그건 진짜 타인들이 아니라 그냥 내 머릿속의 타인들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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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물은 내 안에 가장 높게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을 넘어서 ‘그냥 해볼 수 있다면’ 삶은 의외로 쉬워지기 시작한다. 그냥 해보고, 일단 해보고, 아니면 말고, 실패해도 돌아서면 그만이다. 물론, 열면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문들(도박·마약·유흥 등)은 안 여는 게 상책이겠지만, 삶에서는 그렇지 않은 문들도 많이 있다. 해보고 나면 별거 없다. 그런데 그냥 해본 어떤 일이 내 삶과 기막히게 어울려서 삶을 바꾼다. 그냥 열어본 문 중에는, 나를 내게 가장 어울리는 삶으로 초대해주는 문도 있기 마련이다. 올해에는 많은 분이 그런 문을 또 몇 개 열어볼 수 있기를 응원한다.

정지우 (변호사 겸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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