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96차례 재판 출석에서 얻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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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이재용씨 출석했나요?"

"네. 출석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3년5개월간 이어진 ‘경영권 불법 승계’ 재판 대부분에 출석했다. 총 107번 재판 중 96번. 출석률은 89%이다. 재판 때마다 이 회장의 직접 증언이 필요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 다뤄지는 것도 아니다. 어느 날은 출석을 확인하는 재판부 질문에 답한 후 8시간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고 피고인석에 조용히 앉아 있었던 적도 있다. 이런 날이 적지 않았음에도 이 회장은 바쁘다는 이유로 재판 출석을 거부하거나 지각하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재판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증인들의 신문을 보며 많은 것을 느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 회장 등이 합병 과정에서 경영권을 승계받으려 했거나 사익을 추구하려 하지 않았더라도 누군가에겐 피해가 되고 의도와 다른 판단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재판정에서 접했다. 이는 지난해 11월1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회장이 밝힌 최종변론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회장은 "합병과 회계처리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일과 목소리를 더욱 세밀하게 보고 들을 수 있었다"며 "때론 일이 엉클어졌을까 자책이 들기도 하고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저와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훨씬 높고 엄격한데 더 높고 엄격한 기준 잣대로 매사에 임했어야 하는데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5일 19개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간의 재판 과정이 무의미하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재판받은 3년5개월의 시간에서 느낀 소회와 깨달음을 통해 삼성에서 ‘준법경영’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준법경영은 사법 리스크를 미리 막는 습관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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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무죄 판결로 ‘경영 족쇄’가 잠시 풀렸다. 자유를 얻은 기쁨보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더 클 것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선점해 반도체와 스마트폰 패권을 잡으려는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과감한 기술 투자와 도전적인 인수·합병(M&A)도 그의 몫이다. 준법경영을 통한 세계 1위. 삼성이 자랑하는 ‘품격’을 지키는 길이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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