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발의 ‘요인경호법’ 재소환
돌발테러 대응 강화, 신변 보호 취지
공권력 활용시 시민 기본권과 충돌
정당운영비·사설경호 통한 보완 제시
편향 혐오 증폭 에코체임버 문제 지적

혈세로 정치인 경호 적절한가…18년만에 재소환된 요인경호법[정치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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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피습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17대 국회 김정훈 의원(당시 한나라당)이 발의한 ‘요인경호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요인경호법은 정당의 요청이 있는 중요 정치인에 대해 경찰이 경호하게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돌발 테러에 대응하기 어려워 공권력을 통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나온 법안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선거 안전 확보 및 각종 테러 예방 대책 간담회 직후 “경찰청과 각 정당 간에 신변 보호 강화 전담 조직(TF)을 만들 것”이라며 “TF를 통해 위험 상황을 상시 공유해 그에 맞는 대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치테러의 발생 주기가 짧고 총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18년 전 발의된 요인경호법에 준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커터칼 테러 후 발의...18년만에 재소환

2006년 국회 행정자치위원회(현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대선 후보자를 전당대회 선출 직후 국내 경호 대상자로 지정하고 ▲정당이 요청하는 중요 정치인에 대해 경찰 경호를 실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요인경호법’ 제정을 논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피습 직후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발의됐다. 당시 법안 발의서에는 '테러 수법이 날로 흉포화·지능화하는 현실에 비추어, 주요인이 보다 체계적인 경호를 받을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적시돼 있다. 국회의원을 비롯해 주요 정치인들은 열혈·열성 지지자들에게 상시 노출돼 신변위협을 받지만, 경호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도 설명한다.

실제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조에 따르면 경찰관의 업무 중에는 주요 인사 경호가 포함돼있지만 경찰청 훈령 상 ‘주요 인사’에는 대통령과 가족, 국회의장, 국무총리,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과 대선 후보 등만 포함된다. 정당 대표가 신변의 위협을 느낄 경우 정당의 요청에 따라 신변 보호가 이뤄질 수 있지만 이 또한 일반 국회의원이나 유력 당 대표·총선 후보자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2006년 대전 찾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자료=연합뉴스)

2006년 대전 찾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자료=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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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인 범위, 대상 정하기 어려워...정치인 특권 강화도 우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상임위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무산됐다. 당시 인력 부족과 유사시 책임자 처벌 등에 부담을 느낀 경찰이 “필요성은 공감하나 정부 내 이견 조율이 우선”이라며 난색을 보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법이 정치인의 특권을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정치인 경호는 정당 운영비나 사설 경호비를 쓰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것이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존에도 경찰력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총선을 앞두고 당 대표자를 포함해 수천 명의 후보자들을 공권력으로 경호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있다”고 전제했다. 그는 “‘요인의 범위’를 명확하게 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전문적 경호 서비스가 필요하다면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민간 경호를 하거나 당 내에서 근접 경호를 하는 방안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자칫 잘못하면 시민의 기본권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면서 “정당 운영비를 활용해 경호를 강화하거나, 현직 의원 보좌관 중 일부를 경호 인력으로 돌리거나 하는 방향으로 논의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봤다.


혈세로 정치인 경호 적절한가…18년만에 재소환된 요인경호법[정치톡] 원본보기 아이콘

양극화된 혐오정치가 근본 문제...에코체임버 효과 고려해야

상대 당을 악마화하는 방식의 양극화 정치가 지속되는 한, 경호력 투입만으로 정치 테러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배제·적대를 바탕으로 한 ‘극단화된 정치’가 언론·유튜브·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공론장을 통해 확전되는 한 정치 테러가 교정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웅혁 교수는 “이 대표나 배 의원 피의자의 ‘공범’이 없다고 하지만 극단화된 정치 양극화의 구조적 문제와 이를 퍼 나르는 언론과 SNS, 유튜브 등이 공범이라고 해석할 여지도 있는 것”이라면서 이를 ‘에코체임버(Echo Chamber)’란 개념을 가져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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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체임버는 방송 등에서 인공적으로 메아리(에코)를 만드는 반향실(反響室)을 뜻한다. 이에 착안해 같은 정치적 이념이나 성향, 또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자신들의 생각이나 신념이 증폭되고 더욱 공고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교수는 “정치 테러를 증폭하는 집단과 증폭 기제를 잘 살펴야 한다. 정치인의 극단적인 말들이 편향된 형태로 혐오를 양산하는데, 에코체임버로서 언론이나 유튜브가 이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 시작점을 고치지 않고 (정치 테러에 대해) 사후약방문식으로 경호를 강화한다고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고 강조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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