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도 못 가네" 난리법석이더니 순식간에 인기 시들…속 타는 식품업계[반짝유행시대]①
아시아경제 국내 식품·외식업체 25곳 설문조사
응답자 84%가 "유행 주기 3개월 이내"
유행제품 출시 3~6개월 걸려…시차에 '골치'
#식품 제조업체 A사에서 업계 트렌드를 파악하고 신제품 기획을 담당하는 부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여럿 운영하고 있다. 유행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자칫 편향된 알고리즘이 작동해 잘못 파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비슷한 정보가 반복되는 알고리즘 특성을 고려해 최대한 다양한 게시물을 관찰하는 것이 목표다. A사 관계자는 "같은 플랫폼 안에서도 계정에 따라 트렌드가 달리 보이는 경우가 꽤 많다"며 "최대한 다양한 관점에서 소비자가 실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지켜보는 데 주력한다"고 설명했다.
#외식업체 B사의 유행 파악 담당 직원들은 회사 출근 전 '오픈런'에 종종 참여한다. 이른바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이나 카페, 빵집을 놓치지 않고 다니며 국내외 식음료 트렌드를 기민하게 살핀다. 목표는 하나, 누구보다 빠르게 유행을 파악하고 제품을 기획, 개발하는 과정에 돌입하기 위해서다. 하루라도 늦어지면 제품 출시도 뒤처지는 만큼 이 업체는 개발 프로세스도 최대한 줄여가며 속도전에 집중하고 있다.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 버터떡, 봄동 비빔밥 등 국내 식품 시장을 뒤흔드는 유행 제품의 수명이 초단기로 짧아지면서 식품·외식 업계가 고군분투 중이다. 유행은 3개월 안팎이면 끝나는데 관련 제품 출시는 3개월 이후에나 가능하다.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대폭 줄이며 유행을 좇고 있지만, 갈수록 트렌드 주기가 단축되면서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아시아경제가 국내 식품·외식업체 25곳 제품 개발 임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트렌드 유행 주기를 '3개월 이내'로 예측한 응답은 84%로 집계됐다. '3개월'이라는 응답률이 48%로 절반에 가까웠으며, '1개월'이라는 응답률도 36%로 뒤를 이었다. 유행에 민감한 식품·외식 업종인 커피 전문점이나 제과업체가 주로 유행 주기를 '1개월'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유행이 '6개월' 이어진다고 본 응답자는 16%(4곳)였으며, 유행 주기가 일주일이라는 답변은 없었다.
식품 유행 주기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포털 검색량으로도 확인된다.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유행 반감기(검색량이 최고점에서 절반으로 떨어지는 기간)'를 살펴보면 2020년 크로플 163일에서 2023년 탕후루 54일, 두쫀쿠는 지난해 말 17일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SNS를 타고 폭발적인 관심이 한 번에 쏟아졌다가 금세 사그라들고 다음 유행으로 이어가는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행 주기는 이렇게 짧아졌지만 유행하는 맛을 접목한 신제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그 이상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품·외식업체 제품 개발 담당 임원 중 신제품 출시까지 소요되는 평균 기간을 두고 '3개월 내외'라는 답변이 52%(13곳)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6개월 내외'가 36%(9곳), '1년 이상'이 8%(2곳)였다. 대부분 유행 주기를 3개월 이내로 보는 가운데 신제품 출시가 3개월이 지나야 가능하다는 의미다. 1개월 이내에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는 응답은 단 1곳뿐이었다.
기업의 신제품 출시는 기획부터 제품 개발, 시제품 보고 및 승인, 원재료 확보, 홍보·마케팅 전략 수립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초기에 유행을 잡아내지 못하면 영업일 하루하루가 곧 유행에서 뒤처지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마음이 조급하지만 기업이 제품 하나를 만들어내는 데 기본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선 소위 '뒷북'으로 제품을 내놓는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외식업체가 출시 기간을 줄이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내부 의사결정 구조를 단축해가며 유행에 대응하고 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제품 개발 임원 25명 중 '유행 대응 속도 확보를 위해 의사결정 구조가 간소화됐다'고 답한 응답자는 16명(64%)이나 됐다. 유행 대응 기반 제품을 출시할 때는 비정기 보고를 한다거나 유관 부서가 밤낮없이 소통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또 제품화 결정 프로세스 자체를 달리하는 경우도 있다. 기존에는 브랜드, 시장, 경쟁 관점에서 방향성을 중심으로 제품화를 결정한다면 유행 대응 제품은 시즌, 트렌드, 이슈를 중심으로 테마와 방향성을 정한 뒤 빠르게 맛과 패키지를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효율화를 하는 식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이제 부동산은 한 물 갔어요"…100억 자산가도 건...
설문에 참여한 업체의 한 임원은 "기존에는 단계별 보고와 승인 과정에서 같은 내용을 여러 조직에 반복 설명해야 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최근 주간·월간 타운홀 형태로 관련 부서가 함께 모여 트렌드와 대응 방향을 공유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논의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며 "이를 통해 실시간 판단이 가능해졌고, 설명 비용과 커뮤니케이션 리드타임이 크게 줄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설문조사 참여 기업
남양유업, 농심, 대상, 더본코리아, 동원, 롯데GRS, 롯데칠성, 매일유업, 맥도날드, 빙그레, 삼양식품, 샘표, 서울우유, 스타벅스, 신세계푸드, CJ제일제당, hy, 오뚜기, 오리온, 오비맥주, 이디야커피, 파리바게뜨, 풀무원, 하이트진로, 해태제과 등 총 25개사(ㄱㄴㄷ순)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