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유행시대]②'트렌드' 올라 탄 신제품, 값비싼 '포모' 대가
아시아경제 국내 식품·외식업체 25곳 설문조사
60% 이상 "매출보다 브랜드 신선도 유지"
마케팅·프로모션 비용 증가…원재료 다수가 폐기
식품의 생애주기가 갈수록 짧아지면서 국내 식품기업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당장 매출을 키우지 못하더라도 자칫 유행을 따르지 못한다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 대세에 올라탔지만, 예상치 못한 마케팅·프로모션 비용과 처리해야 할 재고가 쌓이면서다.
4일 아시아경제가 국내 식품·외식업체 25곳 제품 개발 임원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최근 1년간 신제품 중 '유행 기반 제품' 비중에 대해 응답자 25명 중 '10~30%'라고 답한 비율이 44%, '10% 미만'이 32%로 집계됐다. '50% 이상'이라고 답한 업체는 4곳으로 최근 말차나 우베 등 유행하는 품목 제품을 자주 출시했던 곳들이었다.
10곳 중 6곳 "매출보단 브랜드 신선도 유지"…이른바 '포모' 출시
제품 개발 과정에서 반짝 유행과 장기 트렌드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언급량과 소비자 검색 데이터'를 가장 많이 활용한다고 답했다. '외식 및 카페 업계에서의 확산 및 정착 정도'나 '전 연령대로의 타깃 확장 가능성'도 참고한다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말차, 두쫀쿠, 우베, 버터떡 등 최근 흥행하는 식품들을 SNS에 인증하는 문화가 유행을 이끌면서 업체들이 이를 유심히 살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행을 담은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매출 효과가 크다고 답한 업체는 많지 않았다. 해당 항목에 응답을 거부한 1개 사를 제외하고 응답자 60% 이상이 '매출보다는 브랜드 신선도 유지' 측면에서 유행을 반영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고 답했다. 유행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소비자의 시선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포모(FOMO·놓치거나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주로 외식업체를 중심으로 '단기 매출 증대 효과가 크다'(응답률 20.8%)는 답변도 나왔다.
신제품이 쏟아지면 덩달아 바빠지는 곳이 판매처다. 그중에서도 편의점은 유행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 국내 주요 편의점 3사의 1분기(1~3월) 월평균 식품 신상품 수를 살펴보니 2024년 700여개, 지난해 770여개, 올해 790여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공간이 한정돼 있는데 신상품이 늘어나면 그만큼 진열된 기간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며 "트렌드에 맞춰 나오는 상품이 점점 더 많아져 예전보다 신상품 회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속앓이하는 식품·외식업체…비용 확대·재고 처리 '골치'
갑작스러운 신제품 출시가 이어지면서 식품·외식 업체들은 각종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마케팅과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면서 생산량은 소량으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관련 비용이 늘어난다. 원자재를 급히 수급하거나 깜짝 판매를 시작한 신제품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원자재와 제품 모두 재고로 남는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식품·외식 기업 25곳 임원들은 유행 대응을 위해 증가한 비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마케팅·프로모션 비용'을 1위로 꼽았다. 소비자의 관심 주기가 길지 않은 제품인 만큼 출시 전후로 집중적으로 홍보 마케팅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짧은 유행 주기에 대응하면서 겪는 가장 큰 경영상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원자재 및 재고 관리 부담'이나 '제조라인 변경에 따른 공정효율 저하' 등을 제치고 '마케팅 등 자원의 집중도 분산'이 가장 답변율이 높았다.
유행을 반영한 신규 제품 생산 후 남게 되는 원자재 재고 처리 방법을 두고는 70%(복수 응답) 가까운 응답자가 '품질 관리 기준에 따른 폐기 및 손실 처리'라도 답했다. 한 식품 제조사 임원은 "최대한 생산계획을 사전에 수립해 재고가 남지 않도록 관리하려 한다"면서도 재고 처리 방법이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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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두쫀쿠 유행 당시 원재료인 피스타치오와 카다이프 가격이 급등하면서 관련 비용이 늘고 원재료 확보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동네 빵집이나 카페 등 자영업자들도 잇따라 두쫀쿠 열풍에 합류하며 이러한 원재료 수급에 나섰고 이후 갑작스럽게 열풍이 식자 재고가 쌓여 경영상의 부담을 안고 중고거래로 싸게 내놓는 등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식품 제조업체나 외식업체도 드러내놓고 말하진 못하지만,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그럴 경우 달리 활용할 방법을 궁리하나 결국 답을 찾지 못하고 폐기하는 방향으로 가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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