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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in전쟁사]우크라 초대형 댐 폭파, 현대판 '살수대첩' 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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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구역 확대에 우크라 공세 주춤
살수대첩, 수공작전이었는지 의문
민간인 피해 확대, 식량난 가중 우려

[뉴스in전쟁사]우크라 초대형 댐 폭파, 현대판 '살수대첩' 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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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에 위치한 초대형 수력발전용 댐인 카호우카 댐이 붕괴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대대적인 반격작전이 시작된 가운데 카호우카 댐 붕괴로 주요 반격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헤르손주 지역 대부분이 수몰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군 모두 상당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국가들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반격작전을 지연시키고자 일부러 댐을 폭파시킨 것이라며 비난하고 있고, 러시아측은 반대로 우크라이나 공작원이 벌인 행위라며 서로 손가락질을 하는 상황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애초부터 수공(水攻)작전을 노리고 댐에 상당량의 물을 모았을 것이란 추정까지 내놓으면서 러시아의 전쟁범죄 책임론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죠.

6일(현지시간) 위성업체인 맥사(Maxar)테크놀로지가 공개한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의 노바 카호우카 댐 일부 구간이 파괴된 위성사진 모습.[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위성업체인 맥사(Maxar)테크놀로지가 공개한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의 노바 카호우카 댐 일부 구간이 파괴된 위성사진 모습.[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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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수몰로 양군 모두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을 고려하면 러시아군의 관리 소홀과 양측간 포격전이 겹치며 발생한 사고가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데요. 전통적인 수공(水攻)작전 역시 완벽히 적군에게만 피해를 주기 어려운 매우 까다로운 작전인만큼, 현재 수세로 몰린 러시아군이 이런 대규모 수공작전을 염두에 두기 어려웠을 것이란 반론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이처럼 다양한 설이 난무하는 우크라이나 카호우카 댐 붕괴를 둘러싼 논쟁과 함께 역사 속에서 상대적으로 늘 성과가 부풀려져 왔다는 평가를 받는 수공작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뉴스(News) : 홍수피해 급증에 우크라 반격도 주춤… 러군도 피해
7일(현지시간) 카호우카 댐 폭파로 대량의 물이 유입되며 수몰된 헤르손주 지역의 모습. 헤르손=A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카호우카 댐 폭파로 대량의 물이 유입되며 수몰된 헤르손주 지역의 모습. 헤르손=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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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뉴스부터 살펴보죠. 앞서 지난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의 드니프로강 하류에 위치한 카호우카 댐이 원인미상의 이유로 일부 구간이 폭파됐습니다. 이에 따라 막대한 양의 물이 쏟아져나오면서 헤르손주의 주도인 헤르손시의 도심은 물론 주변 지역까지 모두 수몰됐는데요. 한때 수위가 수십미터까지 올라가면서 주요 곡물 수출항구인 헤르손 항구까지 모두 물에 잠겼죠.


1956년 지어진 노바 카호우카댐은 카호우카 수력발전소 시설의 일부로 약 18㎦ 규모의 저수지와 연결돼있습니다. 수량은 미국의 그레이트솔트호와 맞먹을 정도로 엄청나다고 하는데요. 이 물은 인근 자포리자 원전과 러시아군 점령지인 크림반도에 주요 용수로 공급되고 있었습니다.


서방 주요 정보기관들과 지도자들은 이번 카호우카 댐 파괴를 러시아의 소행으로 보고 있습니다. 독일 현지매체인 ZDF에 따르면 6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열린 WDR 유로파포럼에서 가진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댐 파괴는 그동안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수많은 전쟁범죄와 일치한다"며 "새로운 차원의 일이지만, 푸틴이 이 전쟁을 수행하는 방식과 일치한다"고 러시아를 비판했습니다.

그는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공격은 당연히 우크라이나의 영토 회복을 목표로 하는 공세를 막기 위한 러시아측이 저지른 공격으로 봐야한다"며 "예전부터 이 댐이 공격받을 것으로 우려해왔다"고 강조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서로 상대측 공격에 따라 댐이 폭파됐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벌인 것이라고 선을 그은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한 서방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측 소행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공세를 막을 시간을 벌고자 드니프로강 일대 마을을 수몰시켜 우크라이나군의 이동을 어렵게 한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의 연결고리인 헤르손에 공세를 집중하려 한다는 정보가 나오면서 러시아군이 일부러 헤르손 방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수공작전을 폈다는 관측인데요.


하지만 미국은 아직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6일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정책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러시아 댐 폭발에 누가 책임이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협력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폭발 당시 댐을 러시아군이 불법적으로 점거·통제하고 있었다"며 "폭발이 의도적으로 발생했는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설명했습니다.


이는 이번 피해로 러시아군 역시 피해가 만만치 않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죠. 미국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이번 카호우카 댐 붕괴로 헤르손 지역과 인근 지역이 수몰되면서 드니프로강 동부지역에 배치됐던 러시아군 방어진지도 상당부분 물에 휩쓸려갔습니다. 러시아군 입장에서 마냥 방어에 용이하게 된 것만은 아니란 것이죠. 댐 파괴 이후 수몰지역에 주둔 중이던 러시아군도 상당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러시아군이 정말로 수공작전을 의도하고 댐을 파괴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역사(History)1 : 고대 수공작전, 매우 까다로운 전술…토목·폭파기술 한계
1582년, 일본 다카마쓰(高松)성 공방전을 그린 그림.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수공작전으로 성이 수몰된 모습을 그렸다.[이미지출처=도쿄도립중앙도서관]

1582년, 일본 다카마쓰(高松)성 공방전을 그린 그림.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수공작전으로 성이 수몰된 모습을 그렸다.[이미지출처=도쿄도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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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서도 실제 수공작전은 대단히 어렵고 까다로운 전술이기 때문에 많이 활용되지는 않았습니다. 영화나 미디어 속에서는 삽시간에 대량의 물이 쏟아지며 수십만 대군이 급류에 휩쓸려 무너지는 모습이 나오지만, 이런 작전은 고대는 물론 현대에도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수공작전이라 하면 612년 고구려와 수나라 간에 벌어졌던 '살수대첩'이 떠오르게 되는데요. 흔히 청천강에서 고구려군이 수공을 해서 30만명에 이르는 수나라 군대를 무찔렀다고 알려져있지만, 실제 역사상 기록에는 그러한 수공을 했다는 기록은 전무하다고 합니다.


당시 전투에 대한 기록은 중국에서는 수나라 역사를 정리한 수서(隋書), 이후 송나라 때 만들어진 중국 역사서인 자치통감(資治通鑑) 등에 나와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나와있는데요. 모두 고구려군이 살수에서 수나라군을 공격해 대승을 거뒀다는 내용만 나와있고 수공작전을 폈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수공작전에 대한 이야기는 민간전승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일제강점기 신채호 선생이 쓴 조선상고사(朝鮮上古史)에 이 민간전승 내용이 수록돼있습니다. 청천강 인근에 있는 칠불사라는 절의 유래와 관련된 전승이라고 하는데요. 수나라 군대가 청천강을 건너려할 때, 일곱명의 중이 나타나 옷을 걷어올리면서 강을 건너자 수나라군이 물이 얕은줄 알고 건너다가 모두 빠져죽었으며, 이를 기념해 칠불사라는 절을 지었다는 내용이죠.


실제 수공작전이 있었는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지금도 수공작전에는 강을 막아 순식간에 제방을 쌓기 위한 토목기술과 순간적으로 둑을 폭파시킬 폭약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기술이 없던 고대에 이런 극적인 수공작전을 펴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고대의 수공작전은 보통 성을 포위했을 때,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 성과 연결된 하천의 제방을 막았다가 터뜨려 성내 대부분 지역을 잠기게 하는 수준으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삼국지에서는 198년, 조조가 여포와 서주의 하비(下?)성에서 공방전을 벌일 때 이러한 전략을 썼다고 나와있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1582년 다카마쓰(高松)성을 공략할 때도 이런 전법을 썼다고 합니다.


이러한 수공작전은 적군을 한꺼번에 수장하는 것보다는 주로 여름철 성 내부를 물에 잠기게 해 식량을 쉽게 상하게 하고, 전염병을 퍼뜨려 수비측 저항을 꺾기 위한 전술로 쓰였다고 하죠.

◆역사(History)2 : 중일전쟁 때 장제스의 수공작전…1200만 이재민 발생
1938년 6월, 일본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황하제방을 폭파시키고 철수하는 중국 국민당군의 모습.[이미지출처=중화민국사화(中?民?史?)]

1938년 6월, 일본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황하제방을 폭파시키고 철수하는 중국 국민당군의 모습.[이미지출처=중화민국사화(中?民?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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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수공작전으로 오히려 아군이 엄청난 피해를 입은 사례도 존재하는데요. 1938년 중일전쟁 당시 중국 국민당을 이끌고 있던 장제스(蔣介石)가 황하 제방을 폭파시킨 수공작전이 유명합니다.


1938년 5월, 일본군은 산둥에서 계속 중국 중심부를 향해 서진하고 있었고, 국민당 군은 중원지역 교통의 중심부인 정저우(鄭州)를 상실할 위기에 놓이게 됐습니다. 정저우가 무너지면 중국 내륙지역은 모두 함락될 위기에 처하게 됐죠. 이에 일본군의 파상공세를 막고자 급하게 황하의 제방을 파괴하게 되는데요.


은밀한 작전을 위해 주민들에게 해당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도 못하고 전개된 수몰작전으로 엄청난 숫자의 이재민과 사망자가 발생합니다. 약 125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89만명이 갑작스런 홍수로 숨지게 됐는데요. 국민당은 일본군이 제방을 폭격해 무너진 것이라며 책임을 떠넘겼지만, 국제사회의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됩니다. 심지어 당시 나치 독일조차 황하 제방파괴는 비인도적인 처사라고 비난할 정도였죠.


전체 침수구역은 현재 우리나라 국토의 절반정도 크기인 5만㎢ 에 이르렀고, 최대 곡창지대인 황하와 회수 일대 농경지가 모두 침수되면서 중국에서는 수천만명이 기아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부속적으로 발생한 전염병과 식수 부족 등으로 인한 피해도 장기간 이어졌죠. 이로인해 황하제방 파괴는 완전히 실패한 수공작전으로 기록됐습니다. 해당 제방은 2차대전이 종전된 이후인 1946년에야 복구가 이뤄지면서 피해가 종식되게 됩니다.

◆시사점(Implication) : 전염병·식량난 심화로 민간인 피해 가중 우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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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카호우카 댐 붕괴를 국제사회에서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는 이유도 과거 1938년 황하 제방 파괴 이후 발생한 막대한 피해 때문인데요. 이번 카호우카 댐 붕괴 역시 주요 곡창지대에서 발생한데다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이 매설한 지뢰들까지 물살에 휩쓸려 유실되는 등 각종 피해가 발생하면서 쉽사리 복구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흑해곡물협정 연장을 거부하고 나선 것도 국제사회의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는데요. 러시아가 협정 탈퇴를 선언할 경우, 이 지역 곡물 의존도가 높은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의 기아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전염병 창궐과 식량, 식수난에 이어 또다른 재앙이 나타날 우려도 있습니다. 바로 카호우카 댐의 용수를 냉각수로 쓰고 있던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 문제인데요. 댐의 용수 부족이 이어질 경우, 냉각수 부족이 장기화되면서 자칫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부디 민간인 피해가 더이상 확대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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