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유로존 디스인플레 징후…정책 변화 대비"
유럽 경제 양대산맥인 독일과 프랑스의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상 종료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으로 지명된 필립 제퍼슨 이사가 다음달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한 가운데, 시장에선 ECB의 금리 동결 가능성까지 거론된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지난해 이어 온 통화긴축을 멈추고 정책의 여파를 확인할 시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독일의 5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6.3% 올라 전월(7.6%) 대비 상승률이 둔화됐다. 에너지 가격이 크게 내렸고 식료품과 상품·서비스 가격 상승폭이 하락한 영향이 컸다.
프랑스의 물가 상승률 역시 4월 6.9%에서 5월 6%로 내렸다. 전문가 예상치인 6.4%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담배를 제외한 모든 품목의 가격 상승률이 둔화됐다. 로이터가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로존 전체의 물가 상승률 역시 4월 7%에서 5월 6.3%로 내릴 것으로 추산됐다.
시장에선 유로존 경제의 두 축인 독일, 프랑스의 인플레이션이 꺾이면서 ECB가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중단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리서치 업체인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클라우스 비스테센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이제 유로존에서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의 분명한 징후를 보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ECB가 다음달 회의에서 7월 금리인상 사이클을 종료하는 등 (통화정책을) 변화시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유로존 경기 역시 빠르게 냉각돼 ECB가 금리를 추가로 올리기엔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독일의 경우 이미 경기침체에 진입했다. 올 1분기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0.3%로 지난해 4분기(-0.5%)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유로존의 은행 대출 역시 6개월 연속 부진해 신용 경색이 우려된다.
변수는 근원물가다. ECB는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를 주목하고 있다.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가 뚜렷하게 확인돼야만 ECB가 올 여름 긴축을 종료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루이스 데 귄도스 ECB 부총재는 "최근 데이터는 긍정적인 뉴스"라면서도 "근원물가가 여전히 우려된다. 전투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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