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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숨져가는 사람들]②英은 '외로움부 장관' 만드는데…한국은 이제야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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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빈곤·1인가구화로 늘어나는 고독사
늦어지는 첫 고독사 예방책
英·日은 고독사 원인 해결에 집중

1990년대 일본에서 충격적인 일이 이어졌다. 지인 한 명 없는 노인들이 심각하게 부패한 시신 상태로 발견된 것이다. 이 일은 2000년에 정점을 찍었다. 일본 지바현에서 69세 남성이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조사 결과, 그가 사망한 시점은 3년 전이었다. 3년 동안 벌레가 시신을 갉아먹은 것이다. 3년 동안 그의 계좌에서 월세가 계속 빠져나갔다. 통장이 고갈돼서야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인지했다. 이런 일이 계속되자 일본사람들은 신조어 '코도쿠시'(孤獨死)를 만들었다. 하지만 코도쿠시는 일본만의 일이 아니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자 영어권 국가들도 코도쿠시라는 신조어를 받아들였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일본의 코도쿠시의 한자를 그대로 써서 '고독사'라고 부르고 있다.


[홀로 숨져가는 사람들]②英은 '외로움부 장관' 만드는데…한국은 이제야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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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는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2021년 기준 전국에서 3378명이 고독사했고, 5년 동안 연평균 8.8% 증가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5060 남성의 비중이 전체의 52.1%로 가장 많았다. 노환에 시달리는 70대 이상 고령층도 아닌, 우울감 등으로 극단적 선택 문제에 노출돼 있던 20대도 아닌, 5060 남성들이 고독사 위험군이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노인의 경제적 빈곤과 1인 가구 가속화 등으로 고독사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가 개입해 고독사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9월 말 기준 주민등록 1인 세대 수는 936만7439세대로 사상 처음 40%를 돌파했다. 아울러 2020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 상대적 빈곤율(노인빈곤율)은 38.9%로 집계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노인빈곤율(13.5%)의 3배 수준이다.


정부, 다음달 고독사 예방책 발표…"고독사 해결한 컨트롤타워 필요"
한파 대비 독거노인 건강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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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정부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해 첫 번째 실태조사를 발표하는 등 고독사 현황 파악에 나섰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지방자치단체는 고독사 예방 및 관리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내놓기로 했던 첫 고독사 예방책은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 올 1분기 중에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일러야 다음달 중순에 발표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고독사 대상자를 1인 가구에서 확대하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고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며 "이 법안이 통과되면 기본계획을 수정해야 해서 시간이 더 걸리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의 경우 이미 2021년 2월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임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고독사,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국가가 적극적인 행정에 나선 것이다. 총리관저 내각관방에는 고독·고립 대책실을 설립하고, 민간기관과 협력해 고독사 위험군의 상담 창구를 만들어가고 있다.


영국은 더 빠르게 움직였다. 영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 장관직'을 신설했다. 외로움부는 보건 관련 기관, 기업, 우체국 등과 협력해 고독사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본과 영국의 대책은 단순 '고독사'가 아닌 외로움, 고립 해결에 주목하고 있다"며 "포괄적인 대책을 통해 고독사의 원인부터 해결하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복지부의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에 실질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허 교수는 "우리 정부는 현재 고독사 위험군을 상대로 제한적인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고독사를 관리할 컨트롤 타워를 만들고 고독사 방지를 포함해 노년층 생애 관리에 빈틈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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