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해킹 의뢰' 채널 개설…정보 팔아넘긴 일당

385개 사이트에서 700만건 빼돌려
도박사이트,결혼정보업체, 병원 등이 고객
개인 정보로 영업하고 경쟁사 공격까지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해킹 의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을 운영하며 개인정보 수백만 건을 빼돌리고 사이버 공격까지 대행한 범죄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이날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해킹 조직 총책 A 씨(48), 해커 B 씨(25) 등 7명을 구속하고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 씨 등은 2020년 8월부터 SNS를 중심으로 해킹 의뢰 채널을 운영하면서 경제 전문 언론사, 결혼정보업체 등 385개 웹사이트에서 약 700만 건의 고객 정보를 빼돌렸다. 피해를 본 업체들은 보안프로그램을 최신 버전으로 갱신하지 않은 곳들이었다.

해킹 조직이 탈취한 고객정보 목록의 일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들은 건당 100만~500만원을 받고 해킹 범죄를 저질렀는데, 이들에게 해킹을 의뢰한 고객은 주로 불법 도박사이트, 결혼정보업체, 성형외과, 주식투자 상담 사이트 등이었다. 이 업체들은 해킹을 통해 얻은 개인 정보를 무단으로 영업에 활용하거나 경쟁사를 괴롭히는 데에 사용했다. 또 불법 도박사이트 등 일부 고객은 경쟁 업체의 웹사이트를 마비시킬 목적으로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까지 의뢰하기도 했다.

A 씨 등은 피해 타깃이 된 업체의 웹사이트 보안 수준, 보유 고객 정보량에 따라 해킹 비용을 흥정했다. 가장 많은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발생한 웹사이트는 약 30만 건의 정보가 빠져나간 경제 전문 언론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킹으로 가로챈 정보는 각 웹사이트의 접속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물론 회원의 휴대전화 번호, 전자우편 주소 등이었다. 결혼정보업체의 경우 가입자의 직업·출신대학·거주지, 주식투자 상담 사이트는 보유 주식정보·투자액 규모 등이 포함됐다.

해킹 피해를 본 385개 웹사이트 가운데 경찰에 피해 신고를 한 곳은 없었는데, 대부분 고객 정보 유출 사실을 몰랐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한국인터넷진흥원 등과 공조해 피해 업체에 해킹 사실을 통보했으며, A 씨 일당에게 해킹을 의뢰한 고객에 대해서도 수사에 들어갔다.

20일 이용건 전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이 '해킹 의뢰' 채널을 운영해 385개 웹사이트에서 개인정보 약 700만 건을 빼돌린 일당을 검거한 수사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A 씨 일당은 총책, 기획이사, 해커 등으로 역할을 나누어 불법 도박사이트 제작과 관리를 대행하는 것으로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이들은 경쟁 도박사이트에서 고객 정보를 빼내고, 디도스 공격으로 업무를 마비시키다 해킹 대행으로까지 범죄 영역을 넓혔다. 조직 내 해커는 IT 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비전문가 25살 청년 1명으로, 그는 과거에도 비슷한 범죄를 저질러 형사처벌을 받은 전과가 있다.

A 씨 일당은 빼돌린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재판매해 별도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이 재판매한 개인정보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에 흘러 들어간 정황도 확인됐으나, 지금까지 드러난 2차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 씨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30여 계좌를 특정, 해킹 범죄 수익금 약 10억원을 추징 보전했다. 이외에도 경찰은 A 씨 일당이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을 통해 별도로 얻은 범죄 수익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운용한 불법 도박자금은 총 35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또 A씨 일당은 디도스 공격에 필요한 이른바 '좀비 PC'를 대량 확보할 목적으로 해외에 가상 서버를 구축했는데, 경찰은 국외에 체류 중인 담당 조직원을 검거하기 위한 수사 절차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