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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전자발찌 살인' 서진환 사건 배상책임 인정키로… 재상고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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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곡동 살인사건' 유족 국가배상청구 소송
사건발생 11년 만에 배상받게 돼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법무부가 이른바 '서진환 사건'으로 불리는 '중곡동 살인사건'의 유족들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재상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중곡동 살인사건'은 2012년 8월 20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 중이던 서진환(당시 43세)이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서 30대 주부인 피해자가 유치원에 가는 자녀를 배웅하는 사이 몰래 집에 들어간 뒤 피해자를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과도로 여러 차레 찔러 살해한 사건이다.

'중곡동 살인사건'의 범인 서진환./사진출처=연합뉴스TV

'중곡동 살인사건'의 범인 서진환./사진출처=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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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17일 '중곡동 살인사건'의 유족들이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에서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국가의 책임을 인정, 약 2억1000만원을 배상할 것을 명한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재상고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번 결정은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존중해 국가가 미흡한 직무 수행으로 범죄의 발생을 막지 못한 책임을 인정하고, 유가족들의 피해를 신속히 회복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번 재상고 포기 결정은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국가의 잘못을 인정하고, 10년 이상 계속된 소송으로 고통받은 유족들의 피해를 신속히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건 발생 이후 법무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여러 가지 제도 개선을 해왔고, 현재는 '고위험군 전담제', '1:1 전자감독 대상자 확대', '전자감독 신속수사팀 발족' 등 대책을 마련해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는 지속적으로 미비점을 보완해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헌법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실제 법무부는 전자감독 대상자의 강력사건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전문성이 높은 직원이 살인범이나 성폭력사범 등 고위험대상자를 집중 관리·감독하는 '고위험군 전담제' ▲19세 미만 대상 성범죄자 중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한 사람을 보호관찰관 1명이 전담하는 '1:1 전자감독제'를 각각 도입해 확대해 나가고 있고 ▲전자감독 대상자의 준수사항 위반시 즉시 신병을 확보할 수 있는 '전자감독 신속수사팀'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서진환이 범행을 저지를 당시(2012년) 2.4%였던 전자감독 대상자의 동종 재범률(성폭력)은 지난해 0.73%까지 줄었다.


서진환은 2004년 8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특수강도강간 등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2011년 11월 출소했다. 그는 출소하기 전인 같은 해 11월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받아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 '중곡동 살인사건'을 저질렀다.


당시 경찰은 서진환을 체포한 이후에야 그가 '중곡동 살인사건'을 저지르기 13일 전에도 서울 중랑구의 한 주택에 침입해 주부를 흉기로 위협하고 성폭행을 저지른 사실과, 범행 당시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있었던 사실을 파악했다.


이에 피해자 유족은 '국가가 첫 범행 당시 제대로 대처했다면 서진환의 추가 범행을 막을 수 있었다'며 2013년 2월 국가를 상대로 3억7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2013년 12월 18일 선고)과 2심(2017년 11월 14일 선고)에서는 국가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


사건을 맡은 경찰이나 보호관찰소가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수사 방향 및 방법은 경찰관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재량사항이기 때문에 전자장치 부착자 위치정보를 활용하지 않은 것이 이를 일탈한 위법한 수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1심은 수사기관과 보호 관찰기관 공무원들의 직무상 과실과 서진환의 범행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역시 국가의 잘못이 있기는 하지만 '법령 위반'으로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대법원은 당시 수사와 보호관찰을 담당한 국가기관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며 원고 일부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경찰이 재범위험성이 높은 성범죄자로부터 국민을 보호한다는 전자장치부착법 취지에 따라 범행 장소 인근 소재 피부착자의 위치정보를 수사에 적극 활용하지 않은 책임이 있고, 결과 회신까지 시일이 소요되는 유전자(DNA) 감정에 의지하기보다 신속한 검거를 위한 방안을 강구했어야 한다고 봐 경찰의 수사를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서진환이 자신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자신의 위치정보가 전자장치를 통해 감시되고 있음을 인식했다면 이처럼 대담한 범행을 연달아 할 생각을 못 했을 것"이라며 "경찰관·보호관찰관의 직무상 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크다"고 이유를 밝혔다.


또 보호관찰소 역시 재범위험성이 높다고 분류됐던 서진환에 대해 일정 기간 동안 규칙적으로 이뤄져야 할 대면 접촉이 단기간 동안 형식적으로 이뤄져 관리의 공백이 발생하는 등 적극적·실질적 지도·감독을 하지 않은 것을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위법한 행위로 판단했다.


파기환송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19-2부(부장판사 김동완 배용준 정승규)는 대법원의 이 같은 판단을 받아들여 지난 1일 국가가 피해자의 남편에게 손해배상금 약 9375만원, 두 자녀에게 각각 5950만원 등 총 2억1275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강간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진환은 2013년 4월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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