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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보 하루천자]MZ도 예외없는 ‘뭐더라’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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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보 하루천자]MZ도 예외없는 ‘뭐더라’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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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나이를 먹으면 어느 때부터인가 기억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 대화를 하던 중 영화 제목이나 주인공이 떠오르지 않고 자주 만난 사람인데 얼굴과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비밀번호는 아예 기억하기도 어려워 메모장이나 별도 파일에 적어놓기도 한다. "그거 뭐였지?", "그그그", "그거 뭐더라?"로 통칭되는 증후군이다. 인터넷 창을 검색하려던 순간 방금 생각했던 문장이나 단어를 까먹는 걸 ‘인터넷미아증후군’이라고도 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개인차가 있지만 40대, 50대가 되면, 몸의 피로가 빠지지 않게 된 등 체력의 저하도 느껴지고 새로운 경험을 맛보는 기회도 줄어든다. 이 때문에 뇌에 대한 자극도 줄어 결과적으로 뇌의 성능을 나쁘게 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이런 노화 현상이 그대로 치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뇌의 쇠약을 실감해 불안을 느끼고 있음에도 그대로 방치해 두면 그 후의 인생에 마이너스 영향이 있음은 분명하다.

일본 치매 전문의 하세가와 요시야 박사는 "최근에 무엇을 까먹었다고 깨달은 사람은 기회"라면서 "노화에 의한 뇌기능의 저하를 막는 최적의 방법은 손으로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어제와 같은 매일’, ‘아무것도 즐거움이 없다’는 날을 보내고 있으면 뇌는 새로운 기억을 보존하는 것을 그만두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배움을 시작하라고 권유하지는 않는다"면서 "확실히 뇌에 자극을 주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나이를 이유로 ‘지금도 너무 늦다’고 비관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일본 치매전문의 하세가와 요시야 박사

일본 치매전문의 하세가와 요시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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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주장에 따르면 손으로 글씨를 쓰는 습관을 들이면 집중력이 증가한다. 문자를 쓸 때, 문자 그 자체를 기억하고 쓰는 공간을 의식해 손가락 끝에 집중하면서 문자 하나하나를 완성하는 작업은 운동 신경과 연동하면서 뇌를 다양하게 움직이게 한다. 일기를 예로 들면 우선 과거의 기억을 되돌아보는 작업을 한다. 기억의 서랍이 작동하고 무엇을 쓸지 안 쓸지 선택이 이루어진다. 거기에 자신의 행동을 언어화하는 작업이 더해지고, 심지어 그때의 자신의 사고나 감정을 언어화하는 변환 작업이 발생한다. 뇌가 완전 가동 중임을 알 수 있다.


하세가와 박사가 필기를 강조하게 된 계기는 초·중생 시절 조부가 치매였던 경험 때문이다. 당시는 치매에 대한 이해와 사회 정비도 부족했고, 치매 환자를 품은 가족의 고생은 지금 이상이었다. 그는 "과거의 인생도 부정돼 버리는 환자의 고통은 헤아릴 수 없고 할아버지의 존재가 가정 내의 불화를 낳는 일도 있었다"면서 "‘치매 할아버지가 없으면’ 이라는 생각도 몇번이나 했다"고 말했다. 할아버지가 죽었을 때, 자신은 손자로서 가족으로서 더 뭔가 할 수 없었는지 고뇌했고 의사의 길로, 치매를 진단하는 신경내과를 선택하는 길로 이어졌다. 하세가와 박사는 2000년 일본 기후현에 치매전문 클리닉을 개설했고 지금까지 20만명 이상을 진료했다. 그 중 하나가 2019년에 낸 <노트를 쓰는 것만으로도 뇌가 소생한다>이다.


서울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찾은 시민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아시아경제 DB>

서울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찾은 시민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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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가와 요시야 박사의 뇌건강 노트 필수사항
(책을 본 후 A4용지 1장을 사용. 출력 후 별도 파일로 정리)
-읽은 일시, 장소, 날씨
-제목, 저자명, 출판사명
-도움이 되는 정보
-인상적인 문구
-신선한 표현
-읽으며 떠오른 의문

쓰기와 함께 걷기도 중요하다. 뇌과학자이자 의학박사인 오시마 기요시 교토대 명예교수는 "뇌연령은 나이와 무관하다"면서 "젊음이 반드시 나이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뇌연령은 나이와 상관없이 단련하면 단련한 만큼 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걷기 예찬론자'다. 자연의 리듬에 몸을 맡기는 것으로 뇌는 조용한 마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걸을 때 뇌는 ‘몸 전체의 균형은 잡혀 있는지, 접지면은 안전한지, 경사는 어떻게 돼 있는지, 기온의 변화에 대한 준비는 어떨지’ 등의 순간을 판단해 근육에 명령을 내린다. 눈으로 보고, 손을 흔들어 균형을 잡고, 피부로 공기의 온도를 느끼고, 꽃의 향기를 맡는 등 오감 전체를 사용한다.

오시마 박사는 "아침에 걸으면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켜 삶의 의욕을 높이고, 낮에 햇빛을 쬐며 걸으면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켜 삶을 더욱 즐겁고 행복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자신감을 잃었거나 마음이 울적할 때, 분노가 생길 때, 인간관계로 복잡할 때 무조건 걸으라고 조언한다. 그는 "일단 걷다 보면 자신의 상황은 바뀌지 않았지만 뇌가 싱싱해지고 육체가 쌩쌩해져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로 변화한다"고 말했다.


더블린트리니티대학교의 뇌연구 교수인 셰인 오마라는 자신의 저서 <걷기의 세계>에서 걷기를 예찬한다. 그에 따르면 걸으면 호흡이 변하고 고요했던 심장의 박동 리듬이 활성화되며 두뇌 활동도 변한다. 이때, 뇌와 신체는 앞으로의 움직임에 대비한 준비 상태에 들어간다. 이것을 ‘인지적 활성화’ 상태가 되고 ‘인지적 이동’을 한다. 오마라는 "우리가 하는 직립보행 즉, 걷기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어떠한 사실을 인식하며 나아간다"면서 "신호등에서 기다리며 멈춰 있을 때는 멍하게 있다가도, 신호가 바뀌고 걸을 때는 정신이 또렷해지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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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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