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中 YMTC 공급사 선정 논란에 美 "불장난 말라"
TSMC 美 공장 지지한 애플, 공급망 재편 선봉 역할 선회
반도체 업계 큰손 애플 행보에 韓 반도체는 '출렁'
메모리 이어 파운드리까지 경쟁 심화
[아시아경제 김평화 기자] "애플이 불장난(Playing with Fire)을 하고 있다." 지난 9월 애플이 미국 의회로부터 들은 비난 내용입니다. 애플이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생산한 낸드플래시를 아이폰에 탑재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공화당 소속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한 말이죠. 루비오 상원의원은 애플이 실제 행보에 나설 경우 연방 정부로부터 전례 없는 강도의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압박하기도 했답니다.
흡사 북한 뉴스에서나 볼 듯한 과격한 표현이 나온 배경에는 미·중 패권 경쟁이 있습니다. 미국은 반도체 분야를 경제 안보 핵심으로 여기고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 자국 기업인 애플이 반대 행보를 보이니 강하게 경고를 날린 겁니다. 불장난 발언 한 달 뒤인 지난 10월 미국은 YMTC를 콕 집어 반도체 장비 수출 제재 대상에 올린 바 있습니다.
해당 소식은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파장을 낳았습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낸드플래시를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합니다.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의 점유율 과반을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쥐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기술력을 낮게 평가했던 중국에서 애플 공급사가 나올 수 있다고 하니 놀란 겁니다. 애플은 반도체 업계 큰손인데다 공급사 선정에 있어서 까다롭다고 정평이 나 있다 보니 국내 업계로선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죠.
결국 애플이 현지 여론 악화에 YMTC 공급사 선정 논의를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논란이 수그러드는 듯 보였는데요, 이번엔 애플이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선봉에 나서면서 국내 업계가 또다시 술렁이는 모습입니다. 애플이 지난주 미국 애리조나주에 들어설 대만 TSMC 공장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만 사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은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위해 글로벌 기업의 현지 투자를 이끌고 있습니다. 미국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는 기업을 대상으로 조세 지원을 더하는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CSA)을 올해 내놓기도 했습니다. TSMC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이 주문한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자인데요, 미국의 이같은 행보에 발맞춰 최근 애리조나에 짓는 첨단 반도체 공장 규모를 늘리기로 했습니다. 애플 결정이 미국 정부엔 큰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셈이죠.
수주 산업인 파운드리에서 TSMC를 쫓는 삼성전자로선 부담을 더하는 상황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56.1%)가 2위인 삼성전자(15.5%)와 격차를 벌리며 전분기보다 지배력을 키웠다고 평가했습니다. 해당 분기에 고객사인 애플이 스마트폰 신제품인 아이폰14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TSMC의 매출을 늘렸다는 설명도 더했죠. 가뜩이나 경기 악화로 반도체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 분야까지 국내 기업의 경쟁 허들은 더 높아졌습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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