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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 “정치적 올바름 주장의 생명은 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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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엄마도 페미야?’, ‘강남 좌파’ 등의 저서로 사회 이슈를 분석해온 강준만 교수의 신간이다. 여성, 장애인, 빈곤층, 흑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언어 사용이나 활동에 저항해 그것을 바로잡으려는 운동인 ‘정치적 올바름’에 관해 이야기한다. 더 정확히는 ‘정치적 올바름’을 이야기하는 올바른 자세를 다룬다. 저자는 “진보가 보여주는 꼴불견 중에 하나가 도덕적 우월의식이다”이라며 “PC의 생명은 겸손에 있다. PC에 관한 의견을 표명할 때에는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상대방의 기분을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책 한 모금] “정치적 올바름 주장의 생명은 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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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비난을 전면에 내세웠던 트럼프의 선거 전략이 시사하듯이, 미국에서 ‘PC 피로증’은 중도층 유권자들은 물론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도 존재했다. 2015년 10월 민주당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여론조사 결과가 그걸 잘 말해준다. “PC가 국가적으로 큰 문제”라는 진술에 동의한 사람은 62퍼센트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진술이 트럼프가 한 말이라는 걸 밝혔을 땐 동의율은 36퍼센트로 급감했지만, 응답자들의 정파적 반감을 감안하자면 ‘PC 피로증’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2018년 예일대학 조사에선 심층 인터뷰를 한 3,000명 중에서 80퍼센트가 “PC가 문제”라는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제1장 ‘정치적 올바름’의 소통을 위하여」(본문 29~30쪽)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지도 모를 이런 그림을 그려보자. 친구 몇 명이 모여서 그 자리에 없는 누군가에 대한 가벼운 농담을 하면서 매우 즐거워한다. 그런데 그때 친구들 중 한 명이 정색을 하고 일어서면서 “이건 옳지 않아! 이런 말을 하려면 그 사람 앞에서 하는 게 옳지, 이건 비겁하단 말이야”라고 외친다면? 이 가벼운 농담을 즐겼던 당신은 졸지에 비겁하고 나쁜 사람이 되고 만다. 지금까지 즐겨온 농담을 할 자유의 침해인가? 옳지 않다고 외친 친구의 말에 수긍하지 못할 건 없지만, 문제 제기를 꼭 그런 식으로 했어야만 했을까? 당신을 포함해 농담에 동참했던 친구들은 모두 이의를 제기한 ‘의인(義人)’의 싸가지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제3장 ‘정치적 올바름’의 생명은 겸손이다」(본문 96~97쪽)


이 시위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은 3월 26일 자신의 주장이 장애인 혐오라는 일각의 비판과 관련해 “소수자 정치의 가장 큰 위험성은 성역을 만들고 그에 대한 단 하나의 이의도 제기하지 못하게 틀어막는다는 것에 있다”라며, “이준석을 여성 혐오자로 몰아도 정확히 여성 혐오를 무엇을 했는지 말하지 못하고, 장애인 혐오로 몰아도 무슨 장애인 혐오를 했는지 설명 못하는 일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이준석은 “왜냐하면 지금까지 수많은 모순이 제기되었을 때 언더도그마(약자는 선하고 강자는 악하다고 생각하는 현상) 담론으로 묻어버리는 것이 가장 편하다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이라며, “치열하게 내용을 놓고 토론하기보다는 프레임 전쟁을 벌인다. 그 안에서 정작 소수자 정치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해당 성역의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강도만 높아지고 많은 사람들은 담론을 건드리기를 싫어하게 되고 주제 자체가 갈라파고스화되어버리는 방식으로 끝난다”고 말했다. 「제6장 ‘언더도그마’와 ‘약자 코스프레’의 악순환」(본문 161~162쪽)


정치적 올바름 |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쪽 | 1만4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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