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리스 스크랩' 포스코 납품 중단에 중소기업 천여곳 안절부절
국내 발생 물량 70% 구매
스테인리스 제강설비 피해 커
복구기간 6개월 이상 예상
직·간접 거래업체 1000여곳
영세업체까지 줄줄이 영향
대형업체 수출 확대 움직임
[아시아경제 곽민재 기자] 경남 김해시에 있는 스크랩(고철) 수거업체 A사 창고에는 열흘 넘게 출하하지 못한 스테인리스 스크랩 더미가 수북이 쌓여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고가 쌓일 틈이 없었지만 보름 전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할퀸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이 영세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제강(製鋼)공장에서 원료로 쓰는 스크랩을 공급하는 1군 업체(1차 벤더)에 연간 20억~30억원 규모의 스크랩을 납품하는 2~3군 업체다.
포항제철소는 태풍 영향으로 사상 유례없는 침수 피해를 겪고 있고, 이 중 스테인리스 제강설비와 압연설비(열과 압력을 가해 철의 두께 등을 가공하는 설비)가 물에 잠기면서 가동을 멈췄다. 스테인리스 제강 원료의 50% 안팎은 이들 업체가 수집한 스테인리스 스크랩을 사용하는데 생산 설비가 멈추니 당연히 원료구매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포항제철소에서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스크랩은 월평균 2만t 정도다. 국내 발생 물량의 70% 정도를 포스코가 구매하고 있는데 금액으로는 월간 400억원어치다. 포스코가 원료를 구매하지 못하자 포스코와 직·간접적으로 거래하는 중소기업 1000여곳에 문제가 생겼다. 스테인리스 스크랩은 우리가 ‘고물상’이라고 부르는 재활용 폐기물 수거업체나 스크랩 전문 수거업체에서 규모별로 2~3단계를 거쳐 포항제철소에 공급된다.
포스코는 규모가 큰 1군 업체 10여곳을 지정해 스크랩을 공급받지만, 이들 10여개 업체에 스크랩을 납품하는 하위 업체를 포함하면 전체 관여 기업은 1000여곳에 이른다. 그런데 태풍 피해로 포스코가 원료 구매를 하지 못하자 이들 업체도 납품이 막히면서 영세업체들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장기화 우려다. 업계에서는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제강·압연 설비 피해가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심각해 복구까지는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는 포스코를 대신할 마땅한 판로가 없기 때문에 마냥 기다리며 위험을 감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스테인리스 스크랩 유통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매달 10일께 스테인리스 스크랩 매입가격을 결정해 통보하는데 이달에는 아직 소식이 없고, 발주계획도 없다고 한다"면서 "당장은 이미 받아놓은 물건에 대한 대금 지급을 연쇄적으로 못하는 게 문제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 돈줄이 막히는 회사들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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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형 스크랩업체들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스테인리스 스크랩은 그동안 인도 등에 일부 수출하는 정도였지만 최근 중국 스테인리스 제조 기업들과의 접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경북 포항지역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황과 환율 등을 고려할 때 다행히 수출경쟁력을 갖고 있다"면서 "수출이 늘면 연쇄적으로 중소업체들의 수급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테인리스 스크랩 공급업체로 국내에서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은 비앤비스틸, 경부자원, 케이이앤피, 만해금속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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