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성폭행 피해 손배소' 신체감정 1년째 지연 중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건을 밝혀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불을 붙인 김지은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신체감정 절차'의 지연으로 1년 가까이 공전 중이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정재희)가 심리 중인 이 사건은 지난해 9월17일 두 번째 변론기일 이후 1년 가까이 재판이 열리지 않았다.
지난 기일 재판부는 김씨 측이 낸 신체감정을 의뢰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신체감정 결과가 나와야 재판을 더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음 기일은 추후 지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각 병원이 신체감정 의뢰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 재판부는 그간 약 5차례에 걸쳐 신체감정을 맡길 병원들을 지정했지만 모두 거절됐다. 지난 6일 새 병원에 감정을 의뢰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인 만큼, 병원과 의사들도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감정에 참여한 담당 의사가 향후 증인으로 출석해야 할 수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감정 의뢰를 받아들이지 않는 병원에 재판부가 감정을 강제할 수는 없다. 다시 새 병원을 지정해 소송당사자 양측에 통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낮은 감정료'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신체감정료는 40만원, 진료기록감정료는 60만원에 불과하다. 업무량이 많은 대학병원 교수, 전문의 입장에선 사건 자체가 주는 부담과 비교해 대가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관련 절차가 지연될수록 성폭력 피해자는 새로운 2차 가해에 노출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이던 올해 초, 한 방송사는 김건희 여사가 안 전 지사를 옹호하는 발언이 담긴 '통화 녹취록'을 보도했다.
김 여사는 이 방송사에 "성 착취한 일부 진보 인사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적절한 말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서면으로 답변했다. 윤 대통령은 "상처 입은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 마음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고, 선거대책본부도 "매우 부적절한 말"이라고 사과했다.
김씨는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 당신들이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이 결국 2차 가해의 씨앗이 됐고, 지금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며 김 여사의 공개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안 전 지사는 지난달 복역을 마치고 만기 출소했다. 안 전 지사는 공직선거법과 형의 실효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출소 후 10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앞서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씨는 2018년 3월 안 전 지사의 위력에 의한 성폭행과 추행 사실을 밝혔다. 한 달 뒤 안 전 지사는 피감독자 간음 및 강제추행, 성폭력범죄처벌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형사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은 안 전 지사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3년6개월을 확정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의 유죄 판결이 확정된 후인 2020년 7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호소하며 안 전 지사와 충청남도를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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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지사 측은 "불법행위를 부인하고 인과관계가 없으며 2차 가해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배상 책임을 부정하고 있다. 충청남도 측은 "안 전 지사의 개인적인 불법행위일 뿐 직무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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