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법썰] 4년 전 거절한 '차 한 잔', 그리고 5줄 답변서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차 한 잔 하시고 가시죠."
2018년 11월24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했다. 그는 당시 경기도지사였다. '친형 강제입원', '검사 사칭' 등 의혹이 불거져 수사선상에 올라 있었다. 그에게 한 검찰 간부가 차 한 잔을 권했다. 유명인사를 조사할 때 검찰이 제공하는 최소한의 예우다. 이 대표는 거절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4년이 흘러 이 대표는 다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20대 대선 당시 대장동, 백현동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다. 이번엔 검찰이 출석을 요구하기 전 서면 질의서를 보냈다. 분량은 약 20쪽. 이에 이 대표는 5줄도 안 되는 답변서를 보내고 검찰 조사에 나가지 않았다.
4년전이나 지금이나 검찰을 향한 태도는 차갑다. 자신을 향한 검찰 조사가 부당하다고 온몸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검찰에 대해선 유독 예민한 것 같기도 하다. 차 한 잔 마시고 조사에 출석하는 당당한 여유를 보여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특히 이번에 이 대표가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아 의외라는 반응이 법조계 일부에서 나온다. 검찰에 나가 정치적인 메시지를 띄울 기회였기 때문이다. 검찰이 야당 대표를 탄압하고 있다거나 무리한 수사를 그만 두라고 외칠 수도 있었다. 날씨도 그를 돕고 있었다.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하지 않은 6일에는 태풍 '힌남노'의 간접 영향으로 비바람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런 날 검찰 조사를 받았다면 '시련의 당 대표'란 이미지를 심어주기 딱이었다.
이 대표는 변호사 시절부터 언변이 꽤나 좋았다고 한다. 기자들 사이에선 "인터뷰하기 좋은 인물"이란 평가도 받는다. 이 대표를 인터뷰해 본 이들은 그가 기사를 쓰기 좋게 핵심이 되는 단어와 표현을 잘 골라 답변해주는 데 일가견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평가들을 놓고 보면 이 대표는 검찰 조사에 나가서도 절대 지지 않을 사람이다. 그럼에도 검찰 조사에 나가지 않았다면 그만의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검찰이 이 대표의 정곡을 찔러 그를 예민하게 만든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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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꽤 많다. 검찰과 경찰은 최근 수사에 속도를 내며 하나둘씩 법의 심판대에 올리고 있다. '대장동 도시개발 특혜·로비', '변호사비 대납',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이 있다. 백현동,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관련 의혹들도 검찰 수사망에 들었다.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의 진실이 명명백백히 드러날 지 세간의 이목이 검찰과 법원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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