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유류분 산정 때 제3자가 받은 생명보험금 사망 1년 전 수익자 지정까지만 고려"
"한정승인한 상속인 유류분 계산 때 순상속분은 0"
사망한 의사 아내 내연녀 상대 소송 일부 패소 취지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상속인의 유류분을 산정할 때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3자가 수령한 생명보험금은 상속개시 전 1년 내에 보험수익자로 지정되거나 변경된 경우까지만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동상속인 중 한 명이 아닌 제3자가 생명보험 수익자로 지정되거나 변경된 경우, 그 지정일 혹은 변경일을 기준으로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될 증여에 관한 민법 제1114조의 제한이 적용된다는 취지의 첫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사망한 A씨의 아내 B씨가 A씨의 내연녀 C씨를 상대로 낸 유류분반환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유류분 부족분 12억여원 및 이자를 반환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3자가 수령한 사망보험금과 관련해 망인이 납입한 보험료를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는 증여 가액으로 보려면, 망인이 피고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하거나 변경한 것이 상속개시 전 1년간에 이뤄졌거나 그 당시에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이뤄진 경우에만 증여 가액으로 가산할 수 있다"라고 전제했다.
또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망인의 위 각 증여 당시를 기준으로 증여재산의 가액이 증여하고 남은 재산 가액을 초과했는지 여부를 심리·판단하지 않고, 망인의 나이, 직업, 소득, 사망 경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혼소송 1심 판결 선고일인) 2013년 8월 9일 이후에는 망인이 유류분권리자인 원고에게 손해를 가할 것임을 알면서 그 소유의 재산을 피고에게 증여했다고 판단했고, 망인이 피고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하거나 변경한 것이 상속개시 전 1년간에 이뤄졌거나 그 당시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이뤄졌는지와 상관없이 망인이 납부한 보험료도 증여했다고 판단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민법 제1114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라며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밝혔다.
B씨는 의사인 A씨(1968년생)와 1997년 결혼했지만 남편 A씨의 잦은 외박 등으로 갈등을 빚었다. A씨는 2011년 10월께부터는 내연녀 C씨와 동거하기 시작했고, 2012년 A씨를 상대로 이혼소송까지 냈지만 혼인관계 파탄의 원인이 본인에게 있다는 이유로 기각당했다.
A씨는 2017년 1월 8일 추락사하기 전까지 쭉 내연녀 C씨와 동거했고, 이혼 소송 1심에서 패소한 2013년 8월 9일 자신을 피보험자로 한 4건의 생명보험계약의 보험수익자를 C씨로 변경했다. 2015년 2월에도 1건의 생명보험계약 수익자를 C씨로 바꿨다.
결국 A씨가 사망한 뒤 C씨는 위 5건을 포함 모두 9건의 생명보험계약의 보험수익자로서 총 12억8000만원의 사망보험금을 수령했다. 다른 의사 11명과 2개 병원을 함께 운영했던 A씨는 매년 4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고, 월 납입금 985만원짜리 보험을 포함해 매월 2000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납입해왔기 때문에 C씨가 이처럼 고액의 사망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었다.
문제는 A씨의 유일한 상속인인 부인 B씨와의 유류분 정산이었다.
우리 민법은 피상속인이 자기 재산을 처분할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상속재산에 대한 각 상속인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해 유류분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제3자에게 재산을 증여하거나 유증했을 때 상속인이 자신의 법정상속분 중 일정한 비율(2분의 1 내지 3분의 1)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한해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
배우자에게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이 유류분으로 인정된다. 이번 사건의 경우 B씨가 A씨의 유일한 상속인인 만큼 A씨의 상속재산 전부가 B씨의 법정상속분이 되고, 그 절반이 B씨의 유류분으로 인정된다.
한편 민법 제1113조(유류분의 산정) 1항은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상속개시시에 있어서 가진 재산의 가액에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하고 채무의 전액을 공제하여 이를 산정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또 민법 제1114조(산입될 증여)는 '증여는 상속개시전의 1년간에 행한 것에 한하여 제1113조의 규정에 의하여 그 가액을 산정한다.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를 한 때에는 1년전에 한 것도 같다'라고 규정, 유류분을 산정할 때 기초재산에 포함시켜야 할 증여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즉 피상속인이 사망했을 때 상속인은 먼저 자신이 상속받아야 할 법정상속분이 얼마인지를 계산해야 유류분을 산정할 수 있는데, 피상속인이 사망 전 제3자에게 증여한 재산은 사망 1년 전까지 것만 상속재산에 포함시키도록 한 것.
A씨는 사망 당시 적극재산으로 2억3000만원의 예금 채권과 병원 지분환급금 9억8400여만원 등 12억1400여만을 남겼는데, 이중 B씨가 2억3000만원을 상속받았고, 9억8400여만원의 병원 지분환급금은 C씨가 사인증여(A씨가 생전에 자신이 사망하면 C씨에게 증여한다는 내용으로 체결한 계약)를 받았다. A씨는 사망 6개월 전 동업 의사들과의 동업계약에 본인이 사망하면 지분금을 C씨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의 특약조항을 추가했다.
A씨 사망 후 아내 B씨는 2억3000만원을 상속받았지만 A씨가 남긴 채무가 5억7500여만원에 달해 적극재산을 초과하자 상속한정승인 신고를 했다. 그리고 B씨는 C씨가 수령한 12억8000만원의 사망보험금 혹은 A씨가 사망 전 납부한 보험료는 A씨가 C씨에게 증여한 재산에 해당하므로 민법상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돼야 한다며 C씨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냈다.
1심은 C씨가 수령한 12억8000만원의 사망보험금은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판단, 기초재산을 6억3000여만원으로 본 뒤 절반인 3억1900여만원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가 C씨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하거나 변경한 날이 상속개시(A씨 사망) 전 1년 이내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A씨가 유류분권리자인 아내 B씨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는데, 이 같은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또 하나의 쟁점은 상속한정승인 신고를 한 B씨의 순상속분액(실제 상속받은 돈)을 상속재산 중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소극재산인 -3억4400만원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어차피 한정승인을 하면 적극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채무를 변제할 책임을 지는 만큼 0원으로 봐야할지였다. 1심은 B씨가 한정승인을 한 만큼 순상속분액을 0원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순상속분액이 적게 평가될수록 유류분을 침해한 제3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가액이 늘어나게 돼 상속인(B씨)에게 유리해진다.
하지만 2심은 이 같은 1심을 완전히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보험수익자를 C씨로 지정하거나 변경한 뒤 보험료를 납입했기 때문에 상속인 A씨의 유류분에 침해가 있을 것을 알면서 자신의 재산을 C씨에게 증여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수증자인 C씨 역시 이 같은 사정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본 것.
또 2심 재판부는 한정승인을 한 A씨의 순상속분액도 0원이 아닌 -3억4400만원으로 봐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은 다시 이 같은 2심의 결론을 뒤집었다. 1심의 계산법이 맞다고 본 것.
재판부는 "피상속인이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되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3자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한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중간에 제3자로 보험수익자를 변경하고 보험료를 납입하다 사망해 그 제3자가 생명보험금을 수령하는 경우, 피상속인이 보험수익자인 제3자에게 증여했다고 봄이 타당하고,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 대한 증여이므로 민법 제1114조에 따라 보험수익자를 그 '제3자로 지정 또는 변경한 것'이 상속개시 전 1년간에 이뤄졌거나 당사자 쌍방이 그 당시 유류분권리자에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이뤄졌어야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는 증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유류분권리자가 구체적인 상속분보다 그 상속채무가 더 많은 경우라도, 한정승인을 한 경우에는 그 순상속분액을 마이너스가 아닌 0으로 봐 유류분 부족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생명보험이 유증이나 사인증여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실질을 고려해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는 증여가 될 수 있지만,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3자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하거나 변경하는 경우 그 지정 또는 변경일을 기준으로 민법 제1114조에 정한 제한이 적용된다는 점을 최초로 설시한 판결이다"라고 이번 판결의 의의를 밝혔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증여 당시 피상속인과 제3자인 수증자 사이의 가해의 인식에 대한 증명책임이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상속인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즉 A씨가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는 생명보험의 수익자로 C씨를 지정하거나 변경함으로써 C씨에게 증여를 한 것으로 취급할 수 있을 때, 그 지정 내지 변경기일이 상속개시 1년 이내가 아닐 경우에는 두 사람의 악의(상속인 B씨의 유류분을 침해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가 인정될 때에만 그 증여 재산이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될 수 있는데, 이때 그 악의에 대한 입증책임은 유류뷴반환을 청구하는 상속인 B씨가 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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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종래 대법원은 "유류분권리자의 구체적인 상속분보다 유류분권리자가 부담하는 상속채무가 더 많다면, 즉 순상속분액이 음수인 경우에는 그 초과분을 유류분액에 가산(마이너스로 계산)해서 유류분 부족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는데, 이 같은 법리가 상속을 한정승인 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최초로 밝힌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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