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ㆍ러, 천연가스 위안화와 루블화로 결제
위안화 국제화, 가스 안정적 공급, 잉여 물량 유럽 수출 등 손해볼 것 없는 중국
푸틴 "원유 가격상한제에 동참하는 국가에 에너지 수출하지 않을 것" 엄포
[아시아경제 조영신 선임기자]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 도입 등 러시아에 대한 서방 진영의 경제 제재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액화천연가스(LNG) 거래 시 위안화와 루블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이 달러 결제 길이 막힌 러시아에 에너지 수출 길을 터준 셈이다.
8일 관영 신화통신과 신경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국영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는 러시아 국영 가스 기업 가스프롬은 전날 천연가스 거래 시 위안화 50%, 루블화 50%로 거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두 기업은 앞으로 기축통화인 달러가 아닌 루블과 위안으로만 결제하게 된다.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합의에 따라 천연가스 거래 시 두 나라의 통화인 루블과 위안으로 결제가 이뤄진다"면서 "루블과 위안 동시 결제는 상호 이익이 되며, 다른 기업에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 국제화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도 이번 합의에 의미를 두는 모양새다.
훙타오 베이징공상대학 교수는 "중국은 앞으로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수입할 수 있고, 러시아는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확보하게 된다"라며 글로벌 전략적 측면에서 의미가 큰 합의라고 설명했다.
저우마오화 광대은행 수석 연구원은 "교역 당사국 통화를 사용하면 환 변동 리스크를 줄이는 등 무역 결제 효율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 내부에선 이번 합의가 위안화 국제화를 더욱 빠르게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류단 인허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달러 결제 비중이 감소하는 등 탈달러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이번 합의로 위안화 국제 결제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 지출이 감소함에 따라 외환 방어력에도 도움이 된다. 올 상반기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천연가스는 모두 21억6000만달러(약 3조원)에 달한다. 달러 대신 위안과 루블로 결제하면 그만큼 달러 실탄을 보유할 수 있다.
심지어 올 상반기 중국이 유럽에 수출한 천연가스는 유럽 전체 수입량의 7%가량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방 진영의 러시아 경제 제재가 중국에 득이 되고 있다는 내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린보창 샤먼대 교수는 "양국 통화 거래로 달러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불필요한 무역 거래 비용도 줄일 수 있다"면서 "양국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가격 등을 추후 논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7차 동방경제포럼(EEF)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에 동참하는 국가에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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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서방의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뒤 에너지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등 서방 진영의 제재에 물러설 뜻이 없으며,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무기화하겠다는 뜻을 재차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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