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전세사기 전쟁 선포 전에 불합리부터 따져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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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 모녀 전세 사기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가장 빈번하게 전세 사기가 일어나는 주택군은 실거래나 감정가액 평가가 어려운 신축이면서, 다중주택이거나 다가구주택인 곳이다. 통상의 전세 사기는 인위적으로 고평가된 전세가격을 만든 후에, 다른 개별 호수들의 임대차 계약을 그 가격대로 맺으면서 시작한다. 종국에는 다른 호수들 전체의 임대료 총합이 주택 가격보다 큰 상황이 오게 되고, 이를 반복하면서 문제가 커지는 것이 전세 사기의 전개 방향이다.


우리나라에서 전세는 서민 주거의 한 수단으로 각광받지만, 전세제도는 시작부터 임대인의 레버리지를 위한 제도로 시작됐다. 전세가 등장한 배경에는 너무 늦게 성장한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있다. 주담대는 1997년 IMF 사태 이후 시중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취급하면서 일반화됐으나, 1990년 이전까지는 아니었다. 1970~1980년 전국의 산업화와 서울의 도시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한 매수자들은 레버리지를 쓰고 싶어도 쓸 수 없자 전세제도를 활용했다. 임차인의 임차보증금으로 충당한 것인데, 이것이 현대식 전세제도의 시작이다.

전세가 서민 주거라는 것도 허상이다. 전세는 시작부터 목돈을 요구하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 우리 임차제도는 월세, 준월세, 순전세로 나눠서 구분한다. 가령 월세 100만원의 집이 있을 때, 보증금이 1000만원인 집은 월세, 보증금 1억원은 준월세, 보증금 3억원은 준전세다. 보증금 5억원에 월세가 없다면 순전세라고 불린다.


순수월세 대비 준월세-준전세-순전세로 갈수록 임차보증금을 조달해야 하는 규모로 비례해서 커진다. 순월세는 12개월 이하 월세보증금만 있어도 되지만 준전세는 240개월치가 필요하니 대출로 80%를 소화하더라도 최소 48개월치 이상의 누적액이 필요하다. 또 돈이 묶이니 제때 받느냐 아니냐 하는 현금흐름의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심지어 전세대출 차입자는 은행을 통해서 차입하나, 전세를 활용한 투자자들은 은행과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나중에 혹 문제가 생기더라도 피해자는 무조건 임차인이 되는 매우 악랄한 시스템이다.

이런 전세는 그래서 늘 사기를 달고 살았다. 최근 세 모녀 사건과 함께 전세에 대한 위험성이 더 알려졌고 대비책을 만들고 있지만, 자꾸 근본이 없던 사금융을 활용한 시스템에 공적 기능들을 넣어서 막으려고 하니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는다. 전세보증보험과 같은 제도들도 등장했는데 이 제도 자체는 좋은 제도지만, 모든 임차에 의무로 둘 수가 없다. 옥상옥이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대출 이자 급등으로 월세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참에 시장에서는 전세제도의 불합리에 대해서 보다 더 이해를 하고 근본적인 논의를 시작할 때가 아닌가 한다. 전세 사기는 그 규모가 월세 사기 보다 더 클 수밖에 없어서, 피해자도 더 큰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무엇이 서민 주거에 적합한 임차 형태인지 재검토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전세는 은행이 미성장했을 때 등장했던 사금융이고 활용자, 즉 갭투자자들의 편의를 위해서 등장한 제도였지 다른 게 아니다. 시작이 이러한데 지금 달라졌을까. 앞으로도 전세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전세를 더는 서민 주거로 포장하지 말았으면 한다. 애초에 전세가 없다면, 전세 사기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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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욱 포컴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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