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대책]악성임대 2년새 5배…'안전한 전세' 시스템 마련에 중점
전세 보증금 들고 잠적하는 등
다주택 악성임대 매년 증가세
HUG 재정 누수도 함께 늘어
[아시아경제 차완용 기자, 김민영 기자]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며 ‘깡통 전세’ 등 전세 사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임대인이 공인중개사나 분양대행업자 등과 공모해 허위 계약을 유도한 뒤 임차인에게 전·월세 보증금을 받아 잠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피해를 본 임차인은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허덕인다. 구멍 뚫린 전세시장 시스템으로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이에 정부가 전세 사기로부터 임차인을 보호하는 ‘전세 사기 피해 방지 3대 전략’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임차인의 피해를 막기 위한 예방책, 피해자 지원, 관련자 처벌 강화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발표 내용을 보면 전세 사기를 막는 방지책 성격이 강하지만 넓은 의미로 해석하면 ‘안전한 전세’ 시스템 구축 방안이 만들어졌다는 평가다.
◆악성임대인 2년 새 5배 급등… 단속·처벌 강화키로=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한 ‘다주택자 악성임대인 수’는 해마다 증가 추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악성임대인은 2020년 7월 44명에서 2021년 말 152명으로 늘었고 올해 7월 말 203명(누적기준)으로 집계됐다. 2년 만에 5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HUG는 다주택자 중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HUG가 3건 이상 대신 갚아줬으나 연락이 두절되는 등 상환의지가 전혀 없는 임대인을 악성임대인으로 분류한다. HUG 관계자는 "2021년부터 매년 악성임대인 수가 3~5명씩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2021년에 전세가격 급등과 대출 규제 조치 등으로 전세를 구하려는 임차인의 수요가 늘었고, 전세시장이 불안하다 보니 급하게 전세주택을 구하려는 임차인의 심리를 이용한 악성임대인도 늘었다"고 말했다.
올해 7월까지 악성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날짜에 돌려주지 않은 ‘사고금액’은 총 7824억원에 달하며 이 중 HUG가 대위변제해 준 금액은 7275억원이었다. HUG가 대위변제해 준 보증금 중 아예 돌려받지 못한 미회수 금액은 대위변제 금액의 85%인 6235억원에 달한다. 통상 임대인이 보증금을 제날짜에 반환하지 못하면 HUG가 이를 세입자에게 대신 돌려준 뒤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고 되돌려 받는다. 하지만 악성임대인은 연락조차 닿지 않는 경우가 많아 HUG가 대위변제액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악성임대인이 늘수록 HUG의 재정 누수 문제도 심각해지는 셈이다.
악성임대인 증가로 인한 세입자 피해가 급증하자 정부는 전세사기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전세사기 범죄가 점차 조직화, 지능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국토부-경찰청 등 범정부적인 공조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이달 중 ‘전세피해 지원센터’ 개소식을 열고 관련 기관 간 업무협약도 체결할 예정이다.
전세사기 처벌도 강화한다. 앞으로 전세사기에 연루된 임대사업자는 등록을 불허하고 기존에 등록된 사업자의 경우 등록을 말소하기로 했다. 또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등 자격사들을 대상으로 결격사유 적용 기간과 자격 취소 대상행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부정 이익 회수를 위해 악성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집중적으로 회수하기 위한 HUG 내 전담 조직도 운영키로 했다.
◆임차인 법적 권리 강화하고, 피해자 지원 대책 마련= 정부는 전세 사기가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망 시스템 구축 방안도 마련했다. 우선 계약주체 간 정보 비대칭을 손질하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정보의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내년 1월 출시 예정인 ‘자가진단 안심 전세 앱’에서는 전세가나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 임대보증 가입 여부, 불법·무허가 건축물 여부 등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시장 감시기능도 확대된다. 먼저 지난해 8월부터 의무화된 등록임대사업자의 보증가입 준수 여부를 상시 점검하기로 했다. 또 공인중개사 등이 전세 사기 의심 매물 등을 발견해 지자체에 신고하면 포상금(예: 50만원)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깡통전세 시장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주택 가격 산정체계도 개선한다. 공시가 적용을 기존 150%에서 140%로 낮추고 감정평가 시 감정평가사협회 추천제를 활용하기로 했다. 고전세가율 지역에 대한 세부적인 관리도 시행된다. 정부는 매월 실거래 정보를 기반으로 아파트와 빌라 등의 전세가율을 전국은 시·군·구 단위, 수도권은 읍·면·동 단위로 확대해 공개하고 보증사고 현황과 경매낙찰 현황도 시·군·구 단위로 제공할 방침이다.
현재 주택임대차 보호 법령으로 운영되고 있는 최우선 변제금액(서울 5000만원·과밀억제권역 4300만원·광역시 2300만원·그 외 2000만원)도 올해 내로 상향 추진된다. 이 외에 은행이 담보대출을 실행할 때 해당 물건의 확정일자 부여 현황을 확인하고 대항력이 발생하지 않은 임차인의 보증금까지 감안할 수 있도록 시중 주요 은행과 협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전세사기에 대한 선제적 예방조치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한 전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피해자에 대한 촘촘한 지원도 병행하기로 했다. ‘전세피해 지원센터’를 설치해 전세 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금융서비스, 임시거처 마련, 임대주택 입주, 법률상담 안내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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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는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전세 사기 피해 임차인을 대상으로 1%대 초저리 자금 대출도 지원한다. 대출한도는 가구당 1억6000만원이며 기간은 최대 10년이다. 전세 사기 피해로 당장 살 곳이 없는 경우 긴급 거처도 제공된다. HUG가 강제관리 중인 주택 등을 시세의 30% 이하로 제공해 임시거처를 제공하기로 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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