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믿음의 이 책 어때] 정신질환의 기준으론 모든 사람이 환자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선혜는 가고 싶은 대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했다. 허나 성적은 합격을 장담하기 어려은 상황. 주위에서는 하향지원을 권했고, 결국 뜻을 굽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학생활마저 힘겨웠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술을 멀리했지만, 선배들은 농구화에 막걸리를 담아 권했다. 시국이 혼란스러워 대학가에 시위가 한창이던 당시 교수들은 “교문 밖에서 친구들은 피 흘리는데 너희들은 뭐 하느냐?”며 교실의 학생들을 질타했다. 다른 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가족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어느 날부터 선혜는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혼자 뜻 모를 말을 거듭했고, 비 오는 날 맨발로 동네를 헤맸다. 그때라도 병원을 찾았어야 했지만, 가족은 선혜를 교회로 인도했고, 목사는 “귀신이 들렸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선혜는 방치됐고, 가족은 기도에만 전념했다.


그렇게 10년. 선혜는 폭력적으로 변했다. 칼을 들고 가족들에게 달려들기 일쑤. 결국 출동한 경찰이 선혜를 정신병원으로 이송됐다. 의사는 우울증과 조현병이 복합적으로 발병해 상태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죄책감에 힘들어하며 오랜 시간 동생을 돌봤던 오빠는 목사가 됐다. 섣부른 ‘기도 치료’를 내리는 목사가 아닌, 정신과 치료를 인정하는 목사. 책 ‘아주 정상적인 아픈 사람들’(마름모)의 저자인 폴킴이다.

25년간 정신질환자 가족과 함께해온 그는 여러 사례를 소개하며 치유책을 전한다. 그중 하나가 부모의 각성이다. 자녀에게 많은 걸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지만, 의외로 체면을 중시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는 게 그의 증언이다. 그는 “자식이 이상하다는 걸 알아도 몇 년째 그저 방치한다”며 “이상 진단이 나오면 체면이 깎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자기애성 성향이 강한 부모들은 아이가 아픈 걸 인정만 해줘도 괜찮다는 조언을 무시한다, 대개 그들은 “성격 문제다”, “고생을 안 해서 그렇다”고 원인을 개인에게 돌린다.


“유교 500년의 체면문화”는 바다 건너 미국에서도 현존한다. ‘자식이 아프면 집안의 수치’라는 인식으로 인해 “LA 한인타운의 한인 자살률이 다른 인종보다 4배나 많다”고 저자는 말한다. 내 잘못이 아니라고, 나 좀 살려달라고 외칠 수 있지만, 대개 그러지 못한 ‘착한’ 사람들에게 정신 이상이 나타난다. 저자는 “정신질환은 착하고 똑똑한 청년들이 많이 걸린다. 남에게 스트레스나 미움, 분노 등을 풀어내지 못하고 자신이 다 감당하고 참고 지내다가 뇌기능장애가 오는 것”이라며 “악한 사람들은 정신질환에 걸리지 않는다. 악한 사람들은 순수한 사람들에게 그 스트레스를 다 떠넘겨 병들게 하고 자신들은 살아남는다”고 말한다.

[서믿음의 이 책 어때] 정신질환의 기준으론 모든 사람이 환자다 원본보기 아이콘

그럼 저자는 어떻게 이들을 변화시켰을까. 비결은 ‘함께함’이다. 그는 “치료 방법과 약이 있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며 “고통의 공유, 같이 시간을 보내고 옆에서 말을 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치료 병행도 중요하다. 진료로 병을 인식하고 그 상태에 “진심으로 사랑”을 보이는 게 핵심이다. 대개 정신 이상자들은 “상대의 늬앙스를 전부 읽기” 때문이다.

AD

저자는 “정신질환 진단체계(SDM-5)에 따르면 정신질환이 아닌 사람이 없다. 당장 약을 먹고 안 먹고의 차이”라며 “이 거대한 정신질환의 병동”에서 함께 살아남는 법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치료의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주 정상적인 아픈 사람들 | 폴 김·김인종 지음 | 마름모 | 340쪽 | 1만8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