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 대중매체에서 접하는 흥미로운 질병 중에 하나인 얼굴인식불능증(prosopagnosia)은 선천적인 질병을 제외하고는 대뇌의 가장 바깥쪽의 아래쪽의 방추이랑(fusiform gyrus)이 질병이든 외상에 의해 후천적으로 손상되어 발생해 타인과 자신의 얼굴조차 인식하지도, 구별하지도 못하게 한다. 최근 심리학 방면에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사람이 사람을 알아본다는 것은 매우 부정확하고 쉽게 타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잘 알려져 있어, 목격자로 범인을 확정하는 것이 얼마나 부정확한지가 TED 등에 소개된 바 있다.


[법의학 생활] 신원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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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에서 행하는 부검의 경우 대부분 시신의 신원이 경찰에 의해 이미 확인된다. 그렇지만 심한 부패가 있거나 유골만 남겨진 경우 신원 확인이 가장 중요한 법의학의 역할이 된다. 사실 법의학 교과서에서도 법의학의 첫 번째 책무를 신원확인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미국 드라마인 ‘CSI: Las Vegas’ 오프닝 음악이 ‘Who are you’인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쓰레기(폐기물) 처리장에 버려지는 쓰레기는 그 양이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곳에서는 아주 드물게 동물의 사체나 더 드물게는 시신이 발견되기도 한다. 처리장에서 근무하던 사람이 시신을 발견한 것은 쓰레기를 아래로 밀다가 벌어진 우연이었다. 시신은 머리만이 남겨져 있었다. 이미 부패가 진행되어 피부만이 위험스럽게 얼굴에 붙어 있는 상태였다.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불분명하였다. 경찰은 남겨진 머리를 의뢰하였다. 신원확인이 절대 필요하였다. 얼굴의 방사선 사진을 촬영하여 그 형태를 측정하고, 치아의 마모도 등을 분석하여 보았을 때 40대 여성임이 추정되었다. 치아를 관찰하던 법치의학자는 특이한 점을 찾아내었다. 치아에 보존과 보철 치료 즉 금으로 때우거나 크라운 치료가 여러 부위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제부터 다시 경찰의 수사는 활기를 띠게 되어 시신 운반 추정 지역의 치과를 탐문 수사하여 결국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였다. 그 이후로는 그 여성과 관련 있던 범인을 비교적 쉽게 검거할 수 있었다.


신원확인을 하는 방법은 전통적으로 얼굴이나 신체의 특징을 가족이나 친지가 확인해 주는데 의존할 때가 대부분이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시신의 부패나 유골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미국 FBI에서는 지문, 유전자, 치아의 세 가지를 신원확인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지정했다. 최근 법과학 연구에 있어서 성별 및 연령 그리고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과학적 연구 역시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6년 필자는 빗장뼈(쇄골)의 연골이 딱딱하게 되는 골화가 되는 단계를 통해 연령 추정을 제시한 바 있으며, 유전자 분야의 연구진에서도 DNA 만으로 연령과 형태학적 특징(예컨대 눈동자 및 머리카락 색깔)을 추정할 수 있는 결과들을 속속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비단 죽은 사람에게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범죄 현장에서 남겨진 체액이나 머리카락 등의 생체 증거물에서도 활용되며, 추후 통일이 된다면 크게 문제가 될 신원(연령과 친족 확인)의 증거에도 이용될 것으로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법의학은 억울한 죽음이 없게 그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학문이다. 죽음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그 사람이 누구인가이다. 오늘도 법의학자들은 부패되거나 뼈만 남은 시신도 얼굴을 바짝 대고 관찰하고 살펴보고 신원확인과 죽음의 원인 및 종류에 대해 보다 더 현명하고 과학적인 방법이 없는지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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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 법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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