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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 커피 공짜로 받았어요"…'짠테크 플랫폼' 된 은행 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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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치솟자 은행앱에 몰려드는 짠테크족
김 16봉 100원에 사고, 페이 10원 적립해
"8월은 주택청약 이벤트 많아" 정보도 공유
MAU 사활 건 은행…매달 이벤트만 100개

4대은행에서 제공하는 각종 이벤트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4대은행에서 제공하는 각종 이벤트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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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서울특별시 관악구에 거주하는 김선아씨(38·가명)는 요즘 매일 휴대폰을 켜 우리카드 애플리케이션(앱)을 들어간다. 이달 말까지 우리카드 앱에서 룰렛을 돌리면 소정의 경품을 주기 때문이다. 연거푸 꽝만 걸리던 김씨는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에 당첨됐다. 김씨는 “다음 달에 쿠폰으로 주는 것 같은데 아이 간식에 쓸 돈을 조금 절약해 기쁘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이지연씨(41·가명)는 남편과 함께 국민은행 ‘짝궁통장’에 가입했다. 이유는 짝궁통장으로 받게 되는 경품. 전월평잔이나 카드 사용 실적을 어느 정도 달성하면 GS25 편의점 8000원 쿠폰이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2잔 등을 챙길 수 있다. 이씨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달성하게 된다”며 “요즘 물가도 높은데 공짜로 커피를 2잔 먹는 게 어디냐”고 얘기했다.

높은 물가로 생활에 지출하는 비용이 대거 늘어나면서 은행 플랫폼이 짠테크(짠돌이+재테크)족들의 주 무대로 자리잡고 있다. 간혹 차량이나 고가의 전자제품을 당첨 상품으로 내걸 뿐 아니라, 100% 확률로 당첨되는 경품 이벤트도 수십개에 달해서다.


"10원이 어디냐"…은행에서 돈 벌자는 짠테크족들

9일 약 30만여명이 이용하는 한 재테크 커뮤니티에는 최근 은행들이 시행하는 이벤트와 관련된 글이 집중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과거 예·적금 금리가 높은 곳을 추천하거나 대출을 싸게 받는 방법 등을 공유하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벤트를 통해 받는 혜택은 대부분 수천원대 저가 상품이다.


짠테크족들은 이벤트를 위해 쓰고 있던 주거래 통장이나 카드도 빠르게 바꾼다. 오래전 해지했던 삼성카드를 다시 발급받았다는 A씨는 “덕분에 김세트 16봉을 100원에 구입했다”면서 “설계사(카드 모집인)를 거쳤기 때문에 현금 13만원도 챙겼다”고 자랑했다. 삼성카드를 이용해 쇼핑하면 웰컴 특가상품(김·세제·생수) 중 하나를 100원에 살 수 있다.

금액대에 구애받지 않고 10원 단위까지 꼼꼼히 챙기는 것도 짠테크족들의 특징이다. 전일 네이버페이와 웰컴저축은행이 콜라보를 통해 실시한 ‘클릭적립’ 이벤트에도 짠테크족들이 몰렸다. 해당 이벤트는 오전 10시 링크를 클릭하기만 해도 네이버페이에 포인트를 쌓아주는 방식이었다. 적립 포인트는 불과 12원이었는데 이벤트가 시작되자마자 인파가 몰리는 바람에 30초 만에 끝이 났다.


금융 플랫폼을 자주 이용하는 짠테크족들은 각종 정보도 활발히 공유한다. 매달 은행에서 출시하는 이벤트를 놓치지 않고 취합해 특징을 알려주는 이들도 있다. 커뮤니티에 매달 은행권 이벤트를 정리하고 있는 B씨는 “이번 달에는 은행별로 주택청약 관련 이벤트가 많다”며 “농협은 항상 경품이 많은데 손이 많이 가긴 해도 혜택은 가장 좋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MAU 사활 건 은행들…매달 이벤트만 100여개

금융권이 유독 짠테크족들에게 주목받는 이유는 압도적인 이벤트 숫자와 경품 물량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이 이날 기준 진행 중인 고객대상 이벤트는 100개가 넘는다. 신한은행이 38개로 가장 많고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26개다. 우리은행은 15개다. 개별기업이 매달 수십여개의 경품증정 이벤트를 유지하는 곳은 사실상 금융권이 유일하다. 여기에 고객을 적극 끌어들이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과 카드사, 기타 2금융을 포함하면 이벤트는 수백여개에 달한다.


은행들이 고객 이벤트에 공들이는 배경에는 이른바 ‘MAU(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가 있다. MAU란 한달 간 디지털 플랫폼을 최소한 1회 이상 사용한 고객수를 말한다. 은행들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지점 체제에서 금융 앱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어떻게든 고객을 끌여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100여개의 4대 은행 이벤트가 대부분 매일 앱에 접속해야 하거나 디지털 실적을 올려야 하는 조건을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주요 은행들은 MAU 실적을 공격적으로 올려 잡은 상태다. KB국민은행 ‘스타뱅킹’의 올 연말 MAU 목표치는 1500만명으로 50% 상향됐다. 조영서 KB국민은행 DT전략본부장은 올 초 "상품거래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결국 고객들이 자주 앱에 올 수 있도록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므로 이 부분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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