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 김정도役 정우성
이정재 감독 데뷔작 삼고초려
지천명 절친, 액션 연기에 '아이고'
9월 토론토영화제 동반 초청
꾸준한 제작, 글로벌 스튜디오 초석 닦아

정우성/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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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배우 정우성(49)은 감독으로 데뷔한 이정재에게 "힘들 때 기댈 수 있도록 어깨를 빌려주는 동료이자 파트너로 함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토록 이상적인 동행이 있을까. 1990년대 초 혜성처럼 등장한 두 배우는 영화 '태양은 없다'(1999) 이후 23년간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끈끈한 신뢰가 바탕이 됐다. 둘은 매니지먼트사로 출발해 글로벌 제작사로 발돋움한 아티스트스튜디오를 함께 이끄는 동업자이자 영화인이면서 마음이 잘 맞는 친구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은 "이정재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고 싶었다. 우리가 함께 출연한다는 건 업계에서 바라보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게다가 공동제작까지.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시선의 허들을 넘기가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 처음에는 출연을 고사했다"고 말했다.

이정재는 정우성과 꼭 함께하고 싶어서 삼고초려(三顧草廬) 했다고 말했다. 정우성은 "시나리오만 놓고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이정재가 '헌트' 시나리오를 발굴하고 이후 감독을 물색하면서 수정 작업이 계속됐다. 그러면서 둘이 하면 되겠다는 확신을 가진 거 같다. 주변에서 연출을 직접 해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듣고 와서 내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더라. 당사자의 선택이니까 무조건 도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저는 영화 '보호자' 연출을 하고 있을 때인데, 오후 10시쯤에 집에 들어와서 녹초가 돼 있는 걸 보면 '자기야 괜찮아? 죽는 거 아니야?' 그랬죠.(웃음) 그런데 지옥의 문을 열고 들어오고 싶다니. 먼저 도전했던 사람으로서 그 값어치를 아니까 응원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감독도 큰 도전인데 함께 출연까지 하자니 부담도 됐고요. 프로젝트가 오래 진행되면서 우려하는 외부의 시선을 이겨내도록 치열하게 했죠. 모든 의미를 다 던져놓고 정말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컸어요."

정우성은 이정재 감독의 영화 '헌트'에서 조직 내 스파이를 색출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거침없는 추적을 이어가며 실체에 다가서는 안기부 요원 김정도로 분한다. 박평호(이정재 분)는 김정도가 이끄는 국내팀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나란히 지천명(知天命)을 바라보는 두 배우는 액션 장면에서는 다소 버거웠다고 말하며 웃었다. 정우성은 "계단에서 펼친 액션 장면을 찍다가 정강이가 까지면서 피멍이 올라왔다. 그 메이킹 영상이 꼭 올라오면 좋겠다. 둘 다 나이도 있고 체력이 빨리 고갈됐다. 리허설만 한번 해도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서로 '괜찮아?' 물었다. 치열하게 부딪히고 만들어내기 위한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떠올렸다.

[인터뷰] 정우성 "감독으로 토론토行, 이정재가 더 좋아했죠" 원본보기 아이콘

[인터뷰] 정우성 "감독으로 토론토行, 이정재가 더 좋아했죠" 원본보기 아이콘


촬영장에서 이정재는 어떤 연출자였을까. 정우성은 "귀를 여는 연출자가 되길 바랐다"고 말을 꺼냈다. "본인이 고뇌의 시간을 선택했고, 오로지 짊어지고 해내는 모습이 좋았다. 현장에서는 피곤해 보였다. 안쓰럽고 짠했다. 어떤 장면은 굉장히 버거웠을 텐데 외롭지 않았을까."


"사실 짠했어요. 혼자 눈물이 핑 돌 때도 있었죠. 현장에서 굳이 '잘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았고, 당연히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단지 힘들다고 할 때 기댈 수 있도록 어깨를 빌려줄 수 있는 동료로서 함께하고 싶었죠."


오랜 우정을 이어오는 비결을 묻자 정우성은 "서로에게 바라는 게 없다"고 답했다. "다른 점을 존중하면서 긍정적인 작용을 끊임없이 주고 받았어요. 우리의 공통점은 상황에 안주하지 않은 거죠. 굉장히 도전적으로 커리어를 쌓아온 거 같아요."


두 사람이 설립한 아티스트스튜디오는 지난 5월 열린 75회 칸 영화제 필름마켓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영화계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의 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읽히는 분위기다. 이를 언급하자 정우성은 "우쭐대거나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정재가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됐고, 방탄소년단도 인기가 많잖아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죠. 좋은 시대를 맞이하고 있어요. 자만하지 말고 그동안 해 온 것처럼 수준 높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기회가 왔다고 본질을 넘어선 노림수를 가지고 접근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도박이 될 수도 있겠죠."


오래 전부터 정우성은 크고 작은 영화를 꾸준히 제작해왔다. 지금의 아티스트스튜디오의 초석을 묵묵히 닦아온 셈이다. 그는 "영화인으로서 그동안의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았구나 안도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헌트'는 정우성과 이정재가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입증이랄까. 앞으로 많은 분께서 어느 정도 신뢰감을 가지고 관심을 가져주시겠구나 하는 마음이 있다. 이번 작업을 통해 우리가 영화인으로서 무언가를 만드는 데 '이 정도 수준까지는 왔네?' 스스로 자각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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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의 감독 데뷔작 '보호자'와 이정재 감독의 '헌트'는 다음달 열리는 캐나다 토론토영화제에 나란히 초청됐다. 두 사람은 감독으로 나란히 토론토를 찾아 현지 관객과 만날 계획이다. 정우성은 "'헌트' 개봉 시점에 맞춰서 초청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보호자'도 초청 소식에 이정재가 나보다 더 좋아해줬다"고 했다.


정우성은 "이정재와 최근에 이야기 나누는 게 '좀 더 자주 뭔가를 하자'는 것이다. 예전에 함께 기획했던 것들을 이제 꺼내보자고. 현재 바라보는 관점과 확장할 수 있는 이야기와 상상력이 달라졌다. 그러니 한번 해보자는 이야기를 요새 나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장르를 동시에 진행하는 작업에 마음이 끌린다"고 했다. 그는 "내게 오는 작품과 배역을 '나'스럽게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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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이란 늘 타이밍이 맞아서 내게 잠깐 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늘 감사해야죠. 그걸 영원히 가질 필요도, 쥐기 위해 발버둥 칠 필요도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어요. 칭찬도 비난도 모두 내 것이 아니죠. 오로지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발견해가면서 '나는 누구인가'를 고찰하면서 일하고 있어요. 좋은 일은 당연한 게 아니기에 집착하지 않고, 어려움도 마찬가지니까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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