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후통지절차 없는 수사기관 ‘통신자료 취득’ 헌법 위반"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이동통신사가 수사·정보기관에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뒤 사후 통지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현행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단이 나왔다.
21일 헌재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 등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 청구사건에서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령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즉시 효력을 중지하면 혼란 우려가 있을 때 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효력을 인정하는 결정을 말한다.
이날 헌재는 "통신자료 제공 요청이 있는 경우, 정보 주체인 이용자에게는 통신자료 제공 요청이 있었다는 점이 사전에 고지되지 않으며 전기통신사업자(이동통신사)가 수사기관 등에 통신자료를 제공한 경우도 이런 사실이 이용자에게 별도로 통지되지 않는다"며 "통신자료 취득 자체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 아니라 통신자료 취득에 대한 사후통지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심판 대상이 된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은 법원이나 검사, 수사관서의 장 등이 수사·재판·형 집행·정보수집을 위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자료의 열람과 제출을 요청하면 사업자는 이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군, 국가정보원 등이 이 조항을 근거로 법원 영장 없이 이동통신사에 요청할 수 있는 자료는 서비스 가입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ID), 가입일 등이다. 가입자는 스스로 조회해보기 전 개인정보가 수사·정보기관에 제공됐는지 알 수 없다. 다만 헌재는 수사기관 등이 통신자료를 받으면서 영장을 제시하지 않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날 판결과 관련, 공수처 관계자는 "무분별한 통신자료 조회를 차단하기 위해 자체 통신수사 통제 방안을 마련해 지난 4월부터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운영 중인 방안은 ▲'통신자료조회심사관'(인권수사정책관 겸직)에 의한 사전·사후 통제 ▲'통신자료 조회 점검 지침'(예규) 제정 운영 ▲통신자료 조회 기준 마련 및 건수별 승인 권한 지정(위임전결 권한 상향 조정) ▲ 통신자료 조회 상황 수사자문단 정기(격월)보고 및 심의 의무화 ▲통신자료 조회 대상 선별 분석 프로그램 도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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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관계자는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향후 국회가 해당 법 조항 개정을 추진할 경우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해 최선의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며 "특히 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이라도 자체적으로 마련한 내외부 제도적·기술적 통제 장치를 통해 통신자료 확보 과정에서 적법성을 넘어 적정성까지도 지속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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