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도 경비원도 못 돼"… 개인파산 차별규정 수백개, 경제활력 발목
취업 금지 등 관련 제한 법률 200여개↑
"파산 적합한데"… 각종 규제에 개인회생 선택
#. 홀로 딸을 키우는 30대 여성 A씨는 매월 세후 소득 170만원에 전 남편이 보내주는 양육비 50만원으로 살아간다. 최근 대출이 불어난 A씨는 '개인회생' 절차를 통해 빠르게 부채를 정리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융상담원은 대출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개인파산'을 권유했다. A씨는 4대보험이 가입되는 직장을 갖기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를 듣고 고민에 빠졌다.
현재 파산자에 대한 자격이나 신분을 제한하는 법률은 200개가 넘는다. 파산자는 공무원이 되는 자격이 제한되고 변호사와 법무사, 세무사 등 전문직 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 심지어 경비원, 아이돌보미, 결혼중개업자, 보험설계사 등 직업에도 결격사유가 된다.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국비유학시험 응시자격도 박탈당한다. 차별적 취급을 금지한 개인회생절차와 다르다.
21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은 4만1787건으로 지난해 4만205건보다 3.9% 증가했다. 하지만 개인파산 신청은 같은 기간 5만379건에서 4만9063건으로 줄어 대비되는 흐름을 보였다.
백주선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회장은 "개인파산은 개인회생보다 과중한 부채를 신속하게 정리할 수 있지만, 자격이나 신분의 제한이 매우 폭넓다"고 말했다. 그는 "파산과 회생은 서로 보완관계인데, 한쪽이 너무 위축되면 개인도산 제도가 전체적으로 활성화되기 어렵다"며 "채권자 입장에서도 과거의 채권에 얽매이기보다 새로운 고객으로서 채무자를 다시 마주하는 게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한 "채무를 방치했을 때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과 경제적 손실을 고려해야 한다. 파산제도가 활성화된 미국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매 경제 위기 때마다 가장 신속히 경제를 회복할 수 있었다"고 백 회장은 설명했다.
서울회생법원의 한 판사는 "파산자에 대한 수많은 차별 규정이 과거 무리하게 입법됐다. 요건이 맞으면 파산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각종 불이익을 감안해 회생 절차를 밟게 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실무적으로 파산이 더 적합해 보이는 회생 신청자에게 신청을 취하하고 절차를 바꾸도록 권유하지만, 강제할 수는 없다"며 "파산자에 대한 낙인찍기와 차별이 줄어들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100조 날리게 생겼는데…"삼성 파업은 역대급 특수...
지난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회생법원·참여연대 등과 협력해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현재 계류 상태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관련 법 조항이 수백개라) 소관 상임위가 너무 많은 상황"이라며 "조만간 관련 기관·단체와 간담회를 갖고 최근 상황을 반영해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